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 - 음악이 있는 아침
조희창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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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나 영화를 한 번 보면 다시 보지는 않는 편이다. 명작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다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새롭게 나오는 것들을 보고 싶어서 예전에 본 것을 다시 볼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은 듣는 것만 듣는 편이다. 베토벤과 쇼팽의 곡을 주로 듣는데 한 곡을 일주일간 계속 듣기도 한다. 클래식은 같은 곡이라 해도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곡도 새로운 기분으로 들을 수 있다.


그래도 한번 씩 다른 곡들을 찾곤 하는데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그 이유는 귀에 꽂히는 곡을 찾다가 지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누가 선곡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꼭 맞는 책 <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조희창 선생의 책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서평단 모집에 신청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 책으로 1년간 매일매일 다른 곡을 들을 수 있다. 한 페이지에 하루치 음악과 관련 상식, 오늘의 음악 역사를 실었다. 하루 동안 한 곡을 집중해서 감상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데 그 날짜에 음악계에 있었던 일을 알려주니 더욱 흥미로웠다. 소개하는 모든 곡에 QR 코드를 등록해 두어서 손쉽게 들을 수 있다. QR 코드 아래에는 작곡가, 작품명, 연주자명 순서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유튜브 영상 정보가 외국어로 되어있더라도 걱정 없다. 세세한 부분에도 굉장히 신경 써서 편집했기 때문에 클래식 초심자라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곡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이라고 해도 몇몇 유명 작곡가 외에는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책에는 처음 듣는 작곡가가 아주 많다. QR 코드를 플레이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곡인 것 같지만 작곡가도 제목도 처음인 것들이 있었다. 이런 책이 아니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각 날짜마다 소개된 곡의 작곡가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주고 초연 정보나 유명 음반, 지휘자에 대한 설명까지 해준다. 하나의 페이지 안에 이토록 알차게 싣다니 저자의 방대한 음악 지식에 감탄했고, 그동안 클래식 음악 좀 듣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얼마나 폭 좁은 감상을 했는지 재차 확인했다.


우리는 보통 한 작곡가의 유명한 곡들 위주로 듣기 때문에 그의 전 생애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전기 형식의 영화를 보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여러 매체에서 전하는 작곡가의 일화들을 퍼즐처럼 조합해 자신이 이해한 만큼 수용할 따름이다. <쇼팽의 푸른 노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쇼팽과 그 유명한 조르주 상드라는 여성과의 마지막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녀 딸과의 삼각관계에 치중한 느낌이었고 쇼팽 인생 후반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924일자를 한 번 보자. 제목은 쇼팽의 첫사랑이고 왈츠 이별을 소개하고 있는데 제목처럼 쇼팽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사랑과 이루어지지 못한 쇼팽을 다독여준 세 살 연상의 조르주 상드도 언급된다. <쇼팽의 푸른 노트>와 연결할 수 있는 퍼즐 조각이었다. 그의 첫사랑 마리아의 생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와 쇼팽이 작곡한 21곡의 왈츠 출판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어있다. 1835년 이 날에 쇼팽이 왈츠 Op.69-1 ‘이별을 작곡했다고 한다. 이처럼 길이는 짧아도 내용은 풍성하다. 요즘처럼 긴 호흡의 글을 읽기 버거워하는 독자들, 특히 클래식 초심자들에게 추천한다. 클래식에 관심 많은 일반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을 맞춰보는 희열을 만끽할 수 있다.




또 다른 왈츠를 소개한 1229일자를 펼쳤다. ‘보이치에흐 킬라르라는 작곡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음악을 틀어보니 들어본 곡이었다. 이 페이지에서는 유명 왈츠곡을 소개하고 왈츠가 BGM으로 깔리는 영화들도 소개하며 킬라르라는 작곡가를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그는 영화음악으로 유명했다. 여러 영화음악을 작곡했는데 로만 폴란스키감독의 2003년작 <피아니스트>로 세자르상, BAFTA상을 받았다. 이 날짜에 소개된 왈츠는 초기 영화음악으로 1976년 폴란드 율리우스 가르단감독이 만든 영화 <문둥병자>에 삽입되었다. 영화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는데 곡은 자주 연주된 모양이다. 들었을 때 귀에 익었으니 말이다. 이 날짜, 20131229일에 보이치에흐 킬라르가 사망했다. 그 날의 역사에 해당하는 작곡가의 곡을 소개하는 이런 세심함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좋아하는 곡을 계속 듣는 것도 좋지만 전문가의 소개로 매일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기 바란다. 아침을 바쁘게 시작하느라 못 들었다면 하루를 마감하면서라도 음악을 틀고 한 페이지의 짤막한 음악 이야기를 읽어보자. 매일매일 아름답고 풍성한 나날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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