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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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소설Y 일곱 번째 작품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은 이번에도 작가는 비밀로 하고 대본집 형태로 받았다. 이 소설은 학교괴담이 소재다. 풍영중학교 교내에 자리 잡고 있는 사당이 근거지다. 뭔가 비밀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전래동화처럼 떠돈다. 풍영중학교에 다니는 세 명의 여학생 세연과 모모, 소라는 도서부다. 셋은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종이접기도 한다. 시작부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종이접기를 하던 아이들은 그 소리를 따라 복도로 나간다. 구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하던 세연의 앞에 나타난 여자는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대뜸 종이학 하나만 접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한복 입은 여자가 귀신인걸까?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 뒤 괴담을 수집하는 졸업생 장휘의 등장과 비밀을 알면서도 빙빙 돌리는 것 같은 지문 선생님, 벽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는 세연까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계속 자아낸다. 손녀 졸업식으로 오랜만에 풍영중학교에 온 감회를 적은 블로그 글을 장휘가 찾아냈는데 그 글에 종이학 귀신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블로그 주인 ‘즐거운 연꽃’을 찾아가기로 한다.

이렇게 종이학 귀신이 그저 괴담일지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점점 더 궁금하게 만든다. 1921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한다. 도서부 아이들은 지하 서고에서 과거로 이동하게 되고 일제에 강제 동원된 역사적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은 한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그러나 주인공 세 명이 만나는 역사 현장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학습으로 배울 때의 거리감과는 차원이 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매일 사당에 가서 학을 접고 태우는 행위는 강제 동원된 이들이 돌아오기를 절절하게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사당의 사연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각조각 흩어져 괴담으로 전해진 것이었다. 셋 중에 이야기를 끌어가는 세연은 시간여행을 통해 종이학과 사당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세연은 그 시절 수이와 재회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사람은 셀 수 없다.

이 소설은 으스스한 학교 귀신 이야기일 것 같았으나 100년 넘은 학교에 있는 사당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명의 여학생이 자분자분 스토리를 끌어가기에 읽는 재미가 있다. 학교 때 도서부 활동을 했던 어른이나 여학생들은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겠다.

일심상조불언중(一心相照不言中)이라는 도서실에 걸린 액자의 의미를 시간여행을 다녀온 셋은 깨닫는다. 친구란, 한마음으로 말이 없는 가운데 서로 비추어 주는 사이라는 것을. 서로의 좋은 점을 잘 알고 늘 지켜봐왔으며 무모한 일이든 용감한 일이든 셋이서 함께 했다. 그들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 질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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