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과 잠자리 - 2020 보스턴 글로브 혼북, 2020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0
케이슨 캘린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사계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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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상 청소년 문학부문 수상작, <킹과 잠자리>의 사전 서평단으로 당첨되었다. 본책의 절반 분량으로 편집된 가제본이라 후반부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책의 주제는 앞부분에서 확인 가능했다.


왕과 잠자리라? 둘이 무슨 관련이 있을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킹스턴인데 스스로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모두들 킹이라 부른다. 책의 시작은 킹의 형인 칼리드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장례식장에서 킹은 잠자리를 발견하는데 형이 잠자리로 변했다고 믿는다. 물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소설은 흑인 청소년 킹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청소년기에 직면하는 정체성의 혼란,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그리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 남부 루이지애나이고 주인공이 흑인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전면에 드러난다.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부분은 동성애다. 친구 샌디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킹은 친구들에게 까발린다. 킹은 아빠와 형으로부터 흑인임에도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늘상 들어온 한편 동성애에 대한 혐오의 관점도 익히 들으며 살았다.


아빠는 킹에게 내면에 가진 큰 힘으로 세상을 네 뜻대로 굴복시킬 수 있다면서 그래서 이름을 킹이라고 지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 나라는 너를 두려워한단다. 세상은 너를 두려워 해. 앞으로 죽 그럴 거야. 마찬가지로 세상 그러니까 그쪽 사람들은 맬컴을 두려워했어. 그래서 총을 쏴서 죽였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 역시 두려워했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어. 그쪽 사람들은 너를 두려워할 거야. 그리고 두렵기 때문에 너를 해치려 할 거고. 너는 이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해."


조심해야 한다며 너까지 잃을 순 없다고 한 아빠의 말은 칼리드의 죽음을 유추 가능하게 한다. 인종주의자에 대한 두려움이 보이는데 킹의 친구 샌디의 아빠가 보안관이고 KKK단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킹이 형을 그리워하며 집과 학교를 오가는 일상 사이사이에 킹과 형의 대화를 집어넣었다. 지난 날의 회상 같기도 하고 잠자리로 변한 형과 이야기하는 환상처럼 그려진다. 이 대화는 형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극대화시키는 장치이며 흔들리는 킹의 심리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안전 바의 역할을 한다.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자라지만 그들의 모순이나 이중성을 눈치 채는 시기가 오면 혼란스러워진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나침반 같은 존재를 필요로 한다. 킹에게 형이 그런 존재이다. 아마도 소설 후반부에 칼리드 죽음에 대해 자세히 드러나고 킹이 잠자리를 그냥 잠자리로 보아 넘길 수 있게 되리라 예상해 본다.


"우리는 하늘의 모든 별이자 하나하나의 별이야. 별들은 각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형이 킹에게 해준 저 말은 인간은 소우주와 같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반짝이는 존재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형은 동성애자 샌디를 멀리 하라고 했지만 저 말 속에는 개별 존재 모두를 긍정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 소설의 두 가지 소재, 인종차별과 동성애는 차별이라는 화두에서 항상 뜨겁게 다루어지는 것들이다. 작가는 흑인 주인공과 백인 성소수자를 친구로 내세워 청소년 독자들에게 말한다. 천부인권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각자를 소중하고 빛나게 가꾸어야 하며 타인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켜줄 의무가 있음을. 물론 성인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자칫 요란하고 선정적으로 흐를 수 있을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잔잔하게 그려냈다. 어쩌면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독자들에게 고요히 생각할 여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후반부에서 격정적으로 휘몰아칠 사건이 나오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 리뷰를 읽고 뒷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위 리뷰는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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