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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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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은 <개와 나>의 게일 버전이다. 이 책을 이렇게 정의내리면 ‘캐롤라인 냅’과 ‘게일 콜드웰’의 사이를 잘 아는 독자들은 눈가가 촉촉해지며 셰퍼트 루실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와 나>의 캐롤라인 냅은 물론이거니와 게일 콜드웰도 금시초문이라는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어느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자체로 당연히 작품 가치가 있으며 이 책을 읽은 후 <개와 나>를 찾아보게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두 책을, 또한 두 작가를 같이 언급할 수밖에 없다.
역자 이윤정씨가 옮긴이의 말에서 요약한 아래 내용을 읽은 독자는 그들을 세트로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게일이 마흔네 살 때 여러 공통점(독신 작가, 알코올중독, 반려견 등) 덕에 급속도로 가까워져 친밀히 교류했던 캐럴라인 냅과는 서로 ‘명랑한 은둔자’ ‘쾌활한 우울증 환자’라고 부르며 반려견을 데리고 네 시간씩 산책하고, 수영하고, 조정을 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단짝이었던 두 사람은 게일이 70대, 캐럴라인이 60대가 되어도 세른세 살이 된 두 반려견을 데리고 함께 산책을 하자며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토록 찬란한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게일은 혼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책으로 게일의 글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많아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다고 썼다. 아마 게일 콜드웰을 아는 독자보다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 책으로 그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인상적인 지점이 다를 것이다. 자신이 어떤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 작가의 소아마비와 관절재건수술치료 과정에, 사랑하는 사람의 병수발을 하고 있거나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작가가 부모님의 죽음을 지켜보는 지점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작가의 개 튤라 이야기에 심취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독자마다 제각각 다른 지점에서 공감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나는 작가가 튤라로 인해 경험한 ‘난폭한 기적’에 빠져들어 읽었다. 작가는 반려견 클레멘타인을 떠나 보내고 3개월 만에 튤라를 데려온다. 어쩌면 성급한 결정일 수 있지만 그는 당시의 공허함을 견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여겼다. 나는 우리 고양이들을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데려왔는데 아깽이 시절이 너무 짧아 제발 시간이 천천히 가라고 기도했다. 그래서 강아지 사모예드가 작가의 집에 와서 온갖 사고를 치고 작가의 팔뚝 여기저기에 상처를 내던 때를 서술한 부분에선 그저 엄마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작가가 고관절 전치환술을 받고 퇴원해왔을 때 튤라는 작가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곧 튤라의 후각이 감지한 제 주인의 고통과 지독한 병원의 냄새는 튤라를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p.195
“이게 누구야, 내 새끼 왔네!”라고 소리치자, 뒷문으로 들어온 튤라가 듣고는 귀를 뒤집은 채 행복한 모습으로 내게 달려왔다. 처음에는 흥분해서 내 얼굴을 마구 핥더니, 내게서 어떤 냄새가 훅 하고 났는지 갑자기 겁에 질린 듯 다른 곳을 보면서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낸시 뒤로 숨었다. 내가 계속 말을 걸고 이름을 불러도 튤라는 귀를 납작하게 젖히고는 내 눈을 피하며 마치 포식자를 맞닥뜨린, 피와 트라우마의 냄새를 풍기는 만신창이 인간을 마주한 듯 굴었다. 그러더니 이내 뒷문으로 내뺐다.
가늠할수 없는 작가의 치료과정이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튤라의 이야기에 미소지으며 읽었듯 작가의 삶에 튤라가 없었다면 이런 글을 써내지 못했으리라 감히 예상해 본다. 그리하여 웨스트포트의 파도를 능수능란하게 타는 튤라의 모습을 보며 작가가 계속 춤을 추겠다고 다짐했듯 나는 웨스트포트 해변에 함께 서있었다. 9월의 대서양을 바라보며 맨발의 발가락 사이로 전해오는 따뜻한 모래를 느끼면서...
이 책의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더 생각해볼 거리들을 짚어주고 있다. 주어진 질문들은 게일 콜드웰처럼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도록 한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따로 발문을 만들 필요 없이 주어진 10가지의 질문 중에 한 두 개만 골라 같이 이야기 나누어도 알찬 독서모임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