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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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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소설Y 대본집 <다이브>를 읽고, 줄거리 요약보다는 소설 속 문제의식을 토대로 할 수 있는 독후활동 위주로 정리해보았다.
2057년, 세상이 물에 잠겨버렸다. 고층 건물 옥상만이 섬처럼 남아있고 잠수하는 물꾼들이 있다. 물꾼들은 침수된 것들 중에서 쓸 만한 것을 찾아낸다. 댐 때문에 수몰된 마을엔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듯 물에 잠기기 전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다. 어느 날 능숙한 물꾼 소녀 선율은 큐브를 발견해서 건져 올리는데, 그 안에 든 것은 기계인간 채수호였다.
<다이브>는 sf 소설이다. 35년 후의 미래 배경은 두 가지 설정 아래에 있다. 하나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간이 이루어낸 문명은 대부분 물에 잠겨버린 상황이다. 또 하나는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아이러니를 포함하고 있다. 큐브 속 기계인간 수호가 만들어진 때는 2038년이었고 서울이 물에 잠긴 건 2042년이다. 기계를 인간과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기술 발전을 이루었지만 15년 전에 거의 모든 게 침수된 상황이다. 자연재해 앞에서는 눈부신 기술발전도 무용해진다는 것!
이러한 배경에 심어놓은 문제의식도 크게 두 축이다. “AI, 즉 기계인간(일종의 복제인간처럼 설정한 책 속의 기계인간)에게도 자의식이 있을까?” 와 “맞춤아기로 만들어낸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인가?”이다. 큐브 속 기계인간 수호의 이야기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의식들이다. 기계인간 수호는 암으로 죽은 딸을 대신해 부모가 주문 제작한 것이다. 기계인간 수호의 몸은 기계이나 의식은 인간 수호의 것을 그대로 장착하고 있다. 생각은 수호의 자의식 그대로인데 몸은 기계이므로 겪는 불편함 때문에 수호는 고통스럽다. 기계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인정하기 힘들다. 이것은 넓게 보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말한다. 마음대로 자식을 키우고 싶은 부모와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어 하는 자식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35년 후의 미래이긴 하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10대이기 때문에 인류사에 꾸준히 이어져온 갈등 구조의 자장 안에 있다. 이 소설이 ‘영어덜트 소설’, ‘소설 Y’라는 이름을 표방하므로 청소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성장소설로 맞춤하다. 물론 그 대상을 청소년에게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부모 자식 간에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읽고 아이들과 토론해보면 좋겠다. 기계문명에 관한 윤리적 문제 역시 토론 주제로 삼기에 충분하다.
또한 sf 소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 다양한 토의를 해볼 수도 있다. 소설 속 기술 문명에 대한 비판, 나아가 sf적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견해보는 것이다. 2백 여 년 전 쥘 베른이나 스티븐슨이 상상했던 미래는 오롯이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었으나 지금은 이미 이루어 놓은 기술적 기반 아래에서 더 디테일하고 실현가능한 모습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