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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 - 책 좋아하는 당신과 나누고픈 열 가지 독서담
윤성근 지음 / 드루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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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작가 윤성근씨의 신간이다. 그는 모든 일상이 책인, 한마디로 책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내가 그를 만난 건 십 몇 년 전 쯤 한겨레 신문 기사를 통해서였다. 흥미로웠다. 그 후로 그가 출간하는 책들은 거의 섭렵했다. 나는 앨리스처럼 그의 읽기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찾아 읽느라 바빠졌고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내면의 충만감에 만족스러웠다.
이번 책은 절판된 자신의 책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서두에 밝혔다. 이번엔 새로운 방식으로 썼으니 굳이 전작을 찾아 읽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전작은 자신의 읽기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나는 그 책을 읽고 당시 내가 하던 일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는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았는데 책 전체 분량은 아니다. 크게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제본에는 4장까지만 들어있다.
‘사람을 읽는다’ ‘재미로 읽는다’ ‘빠르게 읽는다’ ‘느리게 읽는다’
각 장마다 5개의 소챕터로 나누었고, 각 챕터는 대표 사유를 위한 책과 작가를 제목으로 내세운 후 더 다양한 책들로 확장시키거나 자신의 취향이나 책 읽는 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나의 챕터만으로도 꽉 찬 느낌이 든다. 장서가요 다독가로서의 면모가 뽐을 낸다. 책 좀 읽었다 할 사람도 그가 소개하는 다양한 작가와 책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독일어 좋아하는 작가는 이번에도 독어권 작가를 꽤 다루었다. 하이데거의 <숲길> 강독회를 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아마 자신은 원서를 읽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그는 어느 책에서 독일어 사전 읽기가 취미라고 한 적이 있다. 만약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갈 목록 중 하나가 독어 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4장 마지막 문장에서 그는, 느리게 읽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재정리하면서 책에 빠진 사람은 책에 빠져봤던 사람이 잘 안다고 했다. 독자에게 자신의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며, 똑같은 경험도 있으리라고 했다.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이렇게 4장에서 딱 잘라버린 출판사가 원망스러웠다.
세상 모든 것은 유튜브에서 다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책 한 권도 읽지 않아도 사는데 하나 지장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종이책을 사랑하고 읽는 사람이 아직 있다. 그들은 멸종 위기종으로 불린다. 그러나 윤성근이라는 사람과 그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고, 종이책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멸종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번 책에서 최정우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철학자이자 작곡가, 비평가, 미학자, 기타리스트라고 했다. 그의 책 <사유의 악보>를 소개받았는데 검색하다보니 신작에 더 관심이 갔다.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이라는 제목인데 미학과 정치와의 관계를 썼다고 한다. 미학자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던 어떤 관종과는 다른 면이 있을까 궁금하다.
이 책의 장점이 많지만 앞에 쓴 글에 중복이 될 듯 하여 단점을 하나 말할까 한다. 금전출혈이 있을거라는... 책을 읽다보면 홀린듯 작가가 언급한 책을 찾아 읽고 싶은 아니 사고 싶은 욕구가 불끈 불끈 솟아오르게 되어, 자동으로 온라인 서점을 뒤져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담아둔 후 깜빡하고 결제까지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만, 바로바로 결제해버리는 성질 급한 사람들이라면 다음 달 카드 결제일에 손이 좀 떨릴 수도 있다는 점! 은 참고하시길~~
아, 작가는 이 책에 몇몇 독자들에게만 허락된 기막힌 보물을 숨겨놓았으니 힌트를 찾아보라고 했다. 가제본을 읽으면서 못 찾았다... 5장이후에 있을까? 1~4장 안에도 있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챈걸까? 갑자기 맘이 급해진다! 어서 정식본을 읽고 싶다.
@ 내가 고른 문장들
"무턱대고 읽는 책은 고여서 썩은 물처럼 냄새 나는 신념을 더 견고히 할 뿐이다. 그 냄새를 자신은 향기롭다 여기고 끝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면 차라리 책을 읽지 않는 게 그와 그가 속한 공동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길이다."
"재미없는 책을 읽게 되는 이유, 뭘 읽어야 재미있을지 몰라서 망설이는 이유는 책을 고를 때 내가 중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골라준 책에 지나치게 관심 둘 필요 없다. 나만의 재미를 알게 되면 책은 내가 찾지 않아도 저 스스로 다가온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 생각 외로 꽤 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번 만날 때마다 '아아,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에서도 집에 책을 너무 많이 쌓아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불안한 분이 있을 거다. 이제부터 그런 걱정은 접어두길 바란다. 얼마나 많은 책을 가지고 있든지 나보다 책 많은 사람은 언제나 상상이상으로 많고, 그들도 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책을 더 느긋하게 읽기 위해, 나는 어떤 책이라도 부정적인 면에 더 초점을 맞춰 읽기를 권한다. 우리 시대가 고전이라는 말로 소개한 대부분의 문학 작품은 절망적인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긍정에는 힘이 있을지 몰라도 부정에는 위대한 철학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있다는 걸 명심하자. 독자는 책 속에 있는 부정적인 말들로부터, 절망적인 생각들로부터 시대와 삶을 통찰하는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긍정의 힘을 압도하는 부정과 절망의 위대함이다."
"첵은 답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질문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 엉뚱한 질문 말고 야무진 질문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답이나 길은 오직 나 자신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질문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나갔다가 나를 향해 돌아와야 한다. 책 속에서 질문을 찾고, 길은 삶을 통해 만들며 나아가야 한다. 한참 후에 돌아본 그 길은 온통 질문으로 가득한 숲길처럼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