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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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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살인이 가능할까? 범죄행위인 살인이 완벽하다는 건 두 가지를 뜻한다. 미수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과 들키지 않았다는 것. 완벽한 살인이 한 번이라면 모를까, 여덟 건이나 되는데 완벽하다! 그러면 범인에 대한 의문이 두 가지가 생긴다. 대단한 실력의 연쇄 살인범일까? 아니면 범인이 여러 명일까? ‘피터 스왓슨’의 신간은 제목에서부터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고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신간 서평단에 신청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란 주인공 ‘맬컴 커쇼’가 몇 년 전 서점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팅이었다. 보스턴에서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맬컴에게 어느 날 FBI 요원 멀비가 찾아온다. 예전에 올렸던 블로그의 포스팅대로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맬컴은 자신이 혹시 용의자에 오른 게 아닌가 궁금해 하지만 멀비요원의 반응은 알쏭달쏭하다. 사실 맬컴의 아내가 죽긴 했지만 마약 중독 상태로 혼자 운전하다가 일어난 교통사고였고, 현재 맬컴은 성실한 서점 주인이라서 의심할만한 부분은 전혀 없어보였다.
그래서 멀비 요원과 맬컴이 공조하여 모방범처럼 보이는 범인을 잡을 줄 알았다. 허나 그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 소개된 소설 중 한 편도 읽어보지 않은 무식자라서 가능한 안일한 예상이었다.
<붉은 저택의 비밀>, A.A.밀론,1922
<살의>, 앤서니 버클리 콕스, 1931
<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936
<이중 배상>, 제임스 M. 케인, 1943
<열차 안의 낯선 자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1950
<익사자> 존 D. 맥도널드, 1963
<죽음의 덫>, 아이라 레빈, 1978
<비밀의 계절> 도나 타드, 1992
위 리스트에 있는 소설을 읽어본 독자라면 책에서 언급하는 살인 상황을 알 것이므로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물론 나처럼 안 읽었다고 해서 재미없는 건 아니다. 어떻게 따라 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다면 이 소설의 재미가 배가되었을 거라는 뜻이다.
그럼 이제 범인이 과연 누구일지 추리해 나가야한다. 맬컴의 주위 인물들을 리스트업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그는 혼자 살고 있고, 운영하는 서점에는 두 명의 직원이 있다. 단골로 오는 손님 몇 명이 있고,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 중엔 작가와 전직 경찰이 있다. 독자로서는 맬컴 주위의 인물 중 행동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하나 둘 추려내야 한다. 그런데 그리 의심스런 사람이 없었다. 작가는 좀 어렵지? 하면서 떡밥을 던졌다.
맬컴이 다크웹 개인 채팅에서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좋아하는 사람 없나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교환을 하고 싶네요. 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그 책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람과 채팅할 수 있게 되었다. 맬컴은 채팅에 반응한 사람과 서로 돕기로 한다.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사람을 해결하는 걸로. 일종의 교환살인이다. 맬컴은 아내와 바람 피웠던 사내 ‘에릭 엣웰’을 제거해주기를 원했다. 상대방이 보낸 사람 이름은 ‘노먼 채니’였다.
그들은 각자 성공했고 그 이후로 아무 일 없었다. 둘 다 알리바이가 완벽했고 경찰이 찾아온 적도 없었다. 2010년에 있었던 이 일을 실마리로 작가는 독자들이 맬컴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층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과연 맬컴의 상대는 누구였을까? 혹시 지금 그 주위에 있는 사람일까? 이런 의문에 쐐기를 박는 일이 일어났다. 다크웹에서 맬컴의 본명을 부르는 개인 채팅이 도착한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맬컴은 범인을 찾아나서고 하나 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다음 내용부터는 강한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다. 이 소설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여덟 건의 살인 사건에 사용된 소설을 알면 추리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더 있을 것이다. 안 읽었더라도 추리하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작가가 하나씩 던지는 힌트로 범인을 추격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러지 못했고 책을 빠르게 읽는 수밖에 없었다. 누가 범인인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큰 반전은 아니지만 반전이 있긴 있었는데 나로선 살짝 아쉬웠다.
서점과 추리소설 매니아인 주인, 그와 주위 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게다가 책 속의 살인과 똑같이 벌어지는 살인! 이 책은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 호기심 왕성한? 혹은 진짜 살인자? 라면 실제로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소설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