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구성이야말로 골드핀치레스토랑용 풀세트가 아닌가!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완벽한 편성이다.
영화는 좋아해도 여행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 일독을 권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책을 읽고 영화 속 장소를 찾아가는 투어를 계획하고 실천할 생각에 심장 쿵쾅거릴 사람은 그것을 맘껏 누리면 된다. 여행에 별 취미가 없다면 이 책을 '홍콩영화 가이드북'으로 삼으면 된다. 장소에 대한 설명과 여행자를 위한 식당, 호텔 소개도 좋지만 책 전체에 베이스로 깔려있는 건 홍콩영화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윤발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주윤발 영화 중 안 본 것이 더 많았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당시에 어마무시하게 찍어댄 영화들을 개봉하는 족족 다 보긴 힘들었을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본다.
주윤발이 느와르만 찍었을 것 같지만 아니다. 장르불문 다작왕이었다. 느와르는 물론 코미디, 멜로까지 쉴 틈 없이 찍었고, 너무 많은 영화에 동시 출연하다보니 대사를 다 외우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영화를 찍었단 말? 그 때는 후시녹음이라서 가능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그리고 처음 듣는 제목 <감옥풍운>에서 주윤발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잭 니콜슨을 연상시킬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팬이었다면서 본 영화가 몇 편 안 되다니 슬며시 낯 뜨거워졌다. 그래서 저자가 소개한 주윤발 영화를 리스트업해서 보려고 한다.
양조위 영화도 찬찬히 봐야할 게 많다. <류망의생>에서 양조위가 “Let It Be Me’를 부르는데 저자는 이 노래의 여러 리메이크 곡 중에 양조위 버전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요 영화, 리스트 1번 각이다! 아, 저자는 음악 얘기도 자주 하는데 장국영과 매염방이 같이 부른 <연분> 주제곡의 애절함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사망을 안타까워했다. 2003년 4월 1일 장국영이 떠난 후 매염방도 소문에 의하면 충격으로 병세가 악화돼 그해 12월 30일에 영원히 잠들었다. 이렇게 책에서 언급한 영화를 배우별로 리스트업해서 하나씩 도장깨기하고, 소개한 음악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업로드 해두면 홍콩에 여행가지 않아도 홍콩에서 지내는 것 같을 것이다.
홍콩영화 광팬이 영화평론가가 되었고 무수한 취재를 바탕으로 다른 홍콩영화 팬들을 위해 책을 냈다. 이 책 앞에서, 홍콩영화를 두고, 누가 먼저 팬이 되었고 누가 더 많이 좋아하는지를 견주는 일은 의미 없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를 축복하고,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 고마워하면서, 우리는 홍콩에서 만나면 된다. 헤어진 이들도 다시 홍콩에서!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