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을 하루도 안 빼놓고 보았다 해도 그의 앵커브리핑 947회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물론 나는 뉴스룸을 매일 시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주요한 앵커브리핑과 함케 장면들을 친절하게 전개해주어 읽기가 수월했다.
'포스트 트루스'시대에 관한 앵커브리핑에서 그는, 사람들에겐 이미 각자의 진실이 존재하는 유튜브가 있다고 표현했다. 이런 시대에 '기자다움'은 회의적이라고 평가하는 듯하다. 그러나 유재석이 신뢰받는 언론인 2위에 뽑힌 것에 대해 충분히 긍정하면서 그는 저널리즘의 폭을 넓게 보았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오늘의 일들을 기록해내고, 그것을 각자의 관점으로 담아낸 다음 공감을 얻어내는 것. 노래든 영화든 그림이든 '문화' 현상을 담아내는 것도 명백한 저널리즘의 영역이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진행해오던 '토요일에 만난 사람'은 뉴스룸에서 '문화초대석'으로 이어졌다. 문화계 인물들을 초대하고 뉴스룸 엔딩곡을 고르는 모든 활동이 왜 저널리즘이 아니냐는 반문으로 읽혔다.
그는 2부의 마지막 장 "저널리즘의 선한 설계를 위해"에서 알랭 드 보통과의 인터뷰,1997년 "커먼 커즈" 라는 미국 시민단체의 플로리다 지부장을 취재한 내용을 소개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강조한다. 그 내용을 옮기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저의 언론관은 매우 교과서적인 겁니다. 우리가 보통 일기를 쓴다고 할 때 영어로는 ‘다이어리’(diary)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말을 잘 안 씁니다. 대부분 ‘저널’(journal)을 쓴다고 하더군요. 언론은 일기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일기라는 게 늘 객관적이진 않습니다. 거기엔 자신의 생각도 포함됩니다. 언론은, 물론 언론사마다 다르겠지만, 각각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관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널에 ‘이즘’을 붙여서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JTBC의 저널리즘은 이미 일관된 사고체계가 있습니다. 그것이 ‘합리적 진보’라는 건 이미 고유돼 있지요. 저는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 네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사실, 공정, 균형, 품위였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부임 초에 제시하고 우리 뉴스의 모토로 삼은 바도 있습니다. 즉, 힘 있는 사람이 두려워하고, 힘없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뉴스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그 방법론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요즘도 자주 쓰는 ‘한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온론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언론의 목적은 명확하게 두 가지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즉,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한다는 것. 그동안 우리가 행해왔던 많은 뉴스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