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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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을 책이다. 왜냐하면 고양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역시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책이다. 이 두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순서상 주인공 고양이를 먼저 소개하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양이의 특성이 최대로 극대화 되어있는 고양이라고나 할까. 이름은 바스테트다. 그렇다. 고대 이집트 여신 이름이다. 이 고양이는 전작 <고양이>의 주인공이다. <고양이> 1,2권을 읽었다면 이번 책이 연결되는 이야기임을 알기 때문에 바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고양이>를 읽지 않았다 해도 걱정마시라. 친절하게 <문명> 1권 앞부분에 <고양이> 줄거리를 요약해주고 있다.

나는 <고양이>를 읽었는데 작가가 고양이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고양이에 빙의되어 소설을 쓴 게 아닐까 싶었고 또 다른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베르베르 자신을 표현한 것 같았다. 어쩌면 실제 인물인 학자 피타고라스를 닮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책이 <고양이>와 다른 점은 구성이다. 챕터 하나는 소설 내용을, 다른 하나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병렬식으로 구성했다. 문학과 비문학을 한 챕터씩 구성하다니 파격적이지 않은가. 소설 읽다가 뜬금없이 백과사전을 읽는다? 흐름이 끊기지 않을까 고개가 갸웃거려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노련한 소설가가 그렇게 했을리가! 소설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식을 그 다음에 배치해 두었다. 소설을 읽는 도중 독자가 의문을 품거나 궁금해 할만한 것들이 나오니까 뜬금없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쥐들의 습격을 피해 시테섬으로 피신을 오게 되는 스토리 뒤에 ‘시테섬’에 대한 지리적, 역사적 상식이 나오고, 그 곳을 탈출하기 위해 열기구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내용 다음에는 ‘열기구의 역사’적 지식이 나온다. 문학과 비문학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닐 수 없다. 베르베르니까 가능한 구성이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문명’이라하면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자동소환된다. 인류가 최초로 만들었다는 그 유명한 4대 문명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대부분 고양인데 고양이들이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다는 말인가? 전작 <고양이>에서 전지구적 멸망 상황이었는데 연결되는 소설이 <문명>이라면 진짜 고양이들이 문명을? 그게 가능한 일인가? 고양이들은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데?

이렇게 생각했다면 아주 인간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우월한 종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틀렸단 말야? 인간만이 유일하게 언어를 쓰는데 고양이가 인간처럼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문명을 만들지? 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갈 것이다. 그럼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고양이와 인간의 소통이다.

나는 고양이 세 마리의 집사다. 그들과 언어로 소통할 수 없다. 그저 나는 집사의 소임을 다할 뿐이다. 주인님이 먹고 자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챙기고 화장실을 제때제때 청소해야 한다. 집안에서만 지내는 그들의 무료함을 덜어주기 위해 사냥의 맛을 느낄 수 있게끔 해주어야한다. 그들 앞에서 아양을 떨어야만 매력을 뽐내주신다. 이렇게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집사로서 답답할 때는 주인님이 아플 때다. 이상 증세를 발견하지만 얼마나 아픈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짐작할 뿐이고 병원에 모셔가 나보다는 경험이 많은 의사의 조언을 듣고 약을 처방받아오는데, 셋 중 약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주인에게 먹이는 건 정말이지 미션 임파서블이다.

이럴진대 이 집사가 주인님의 말을 알아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베르베르도 분명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고민의 결과로 이 소설이 탄생한 것 같다. 물론 대단한 상상력과 필력의 소유자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나 같은 평범한 집사는 이런 소설을 읽으며 주인님의 심기를 헤아리는 공부를 할 밖에...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정말 그럴까 궁금했다.

p.113

나탈리가 다가오더니 나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녀의 몸에서도 불안감이 발산되고 있다. 나는 까끌까끌한 혀로 집사의 턱을 핥아주고 나서 시큼한 체취가 나는 겨드랑이에 코를 박는다.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러나 이 냄새에 중독되는 거 아닌지 몰라.

주인이 셋이나 되어도 나를 핥아준 적은 한 번도 없고 내 겨드랑이에 코를 박은 적도 없기 때문에 이해불가 장면이면서 부럽기도 했다.

앗, 이 소설의 줄거리를 써야할 시점이 많이 지나버렸다. 간단 요약하자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를 위시한 생존 고양이 집단과 바스테트의 집사 나탈리를 포함한 생존 인류 몇몇이 쥐들의 습격을 피하다가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1권에서 펼쳐지고 마지막에 중요한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무리들이 피타고라스를 실험에 이용했던 오르세 대학으로 들어가 연구진들과 합류하게 된다. 피타고라스처럼 인간지식에 접근하고 싶어했던 바스테트는 자처해서 실험대상이 되고자한다. 즉 피타고라스처럼 제 3의 눈을 가지겠다고 한 것이다. 바스테트도 미간에 USB 단자를 심기로 하고 수술이 시작되면서 1권이

 끝난다.

피타고라스에 이어 바스테트까지 제 3의 눈을 갖게 됐으니 2권에서는 어떤 시너지를 낼지, 과연 그들은 새로운 문명을 쓸 수 있을까?

 

 

♣ 인상깊은 구절(바스테트의 생각)

"나와 같은 종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 그 상대의 목숨을 구해 주고 뿌듯하게 느낀다면 이게 바로 연민의 감정이지 뭐겠어."

"자연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사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 다른 종과 소통을 하고 감정이입이 된다면 책 속 전쟁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끼리도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사랑하는데 이종간의 사랑이 가능할지... 이 소설, 사실은 디스토피아를 그리려는 게 아닐까?

 

 

♣ 새롭게 알게 된 내용

톡소포자충이 숙주인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쥐도 그렇지만 인간도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전체 인구의 약 30퍼센트 가량이 이 기생충에 감염됐다고 추정된다) 후각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그는 말한다. 고양이 오줌 냄새가 좋아지고, 고양이에게 비정상적으로 끌리며, 자꾸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 커헉... 나, 톡소포자충에 감염된거임???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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