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 ㅣ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변두리 로켓>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책, <변두리 로켓:야타가라스>가 출간되었다. 1,2권은 각기 다른 밸브 제작에 대한 이야기라면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연결성이 있다. 지난달에 나온 <변두리 로켓:고스트>는 쓰쿠다 제작소가 농업용 트랜스미션 제작에 들어가고 신생 중소기업 “기어 고스트”와 합작을 위해 물심양면 도와준다. 하지만 기어 고스트의 대표 이타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끝이 났다.
마지막 책 <변두리 로켓:야타가라스>에서 어떻게 연결될지 책이 올 때까지 자못 기대하고 있었다. 아, 작년 11월부터 시작한 변두리 로켓단 활동이 이제 마지막이라니 아쉽다.(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변두리 로켓> 시리즈 전권을 받고 서평을 쓰는 서평단, 일명 변두리 로켓단을 모집했는데 당첨되어 몇 달간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제목 ‘야타가라스’는 일본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세 발 달린 까마귀(삼족오)로, 소설 속에서 쓰쿠다 제작소의 뛰어난 밸브로 완성된 로켓에 실어 보낸 길잡이 위성의 명칭이다.
이 책의 시작은 3권에서 연결되는 내용으로 이타미가 다이달로스와 손을 잡은 것은 옛 직장이었던 데이코쿠 중공업에 복수를 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데이코쿠의 마토바 이사에게 복수하려는 것이다. 과연 기어고스트와 데이코쿠가 한판 승부를 벌일까? 그런데 앞부분에서 작가가 어찌나 고구마를 먹이는지 너무 답답했다. 데이코쿠 중공업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인간, 자이젠 부장과 쓰쿠다가 농업용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김없이 난관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주역은 마토바 이사다. 두 회사 합작인데 어떻게든 힘을 합쳐야되는데 마토바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뿐이다. 옛 친구인 노기 교수까지 끌어들였는데 쓰쿠다 제작소의 상황은 더더 늪으로 빠져든다.
이러니 답답하지 않겠나! 하지만 이제는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갈지 알기에(나 변두리 로켓 네 권째 읽는 사람이니까!) 쓰쿠다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면서 읽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3권에서 고향으로 돌아간 경리부장 도노무라는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벼농사를 짓는 데 여념이 없다. 농사에만 신경 써도 정신이 없는데 도노무라는 고향에서, 고향친구에게까지, 견제를 받게 되었다. 아버지 대부터 품종벼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지역의 조합에서 합류하기를 종용하고 있었다. 누가 농촌이 인정이 넘친다고 했나? 몇 십년간 회사라는 조직에서 겪은 문제들이 농촌에서도 유사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도노무라는 놀랐다. 게다가 무인로봇을 논에서 시험운행하는 문제 때문에 도노무라는 또 겉돌게 된다.
왜냐하면 도노무라의 논에서 운행하게 되는 로봇은 쓰쿠다 제작소와 데이코쿠 중공업에서 만든 것이고, 그 동네 조합에서는 기어고스트를 위시한 중소기업 연합체들이 제조한 것이었다. 크게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데이코쿠 중공업의 마토바 이사가 온갖 비열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괴롭힌다. 이 시리즈의 대표적 빌런인 마토바가 왜 그런 인간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번 책에서 상세히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그를 동정할 뻔했다. 그 정도로 자세히 불쌍하게? 다뤄주었지만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모든 인간이 마토바 같지는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합체의 싸움에서 과연 중소기업이 승리할까? 궁금하다면 책으로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힌트는 기술력이다. 처음 트랜스미션 개발 당시에는 몰랐던 결함이 완제품에서 드러난다. 이타미와 시마즈의 회사 기어고스트에서 출발한 문제이며 시마즈는 쓰쿠다에 합류하게 되고 이타미는 계속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지 못해서 헤맨다. 모든 제품(특히 로봇)이 그렇겠지만 눈꼽만큼의 오류가 손 쓸 수 없이 크게 발전되고 마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기술이니 로봇공학이니 그런 거 몰라도, 소설로만 읽어도!
농업용 자율주행 로봇은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었다. 책 속에서 일본은 농사인구의 고령화 때문에 더욱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농사 짓는 젊은이들은 특수작물, 즉 수익성이 높은 작물 재배로 몰리고, 벼농사는 예전부터 해오던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버튼 한번으로 가능한 로봇은 이제 필수품이 되었다. 작가가 시리즈 첫 번째에서 우주를 향한 인간의 무한한 꿈을 주제로 삼았다면 마지막에는 인간이 발 딛고 사는 땅으로 내려왔다. 꿈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꾸려면 살아있어야 하고 살려면 먹어야 한다. 그 주식인 벼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쓰쿠다 제작소가 큰일을 해낸다.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벼농사를 짓는 데에 쓰쿠다는 진심을 다한다. 현장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쓰쿠다의 눈에는 훤히 보인다. ‘어려움에 처한 농업을 구하는 게 무인 농업로봇의 목표이자 이념’이라는 쓰쿠다의 일성은 작가의 목소리가 아닐까! 쓰쿠다의 기업 정신 역시 작가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이타미에게 쓰쿠다가 한 말이다.
"도구는 자신의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거지. 그런데 당신들의 비전에는 당신들밖에 없잖아. 중소기업의 기술력이라느니, 변두리 공장의 의지라느니 내세우지만, 누가 만들었든 그건 사용자와 아무 관계없어. 정말로 중요한 건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거야. 당신들에게 그런 마음가짐은 있나?"
사용자를 위한 진심, 그 진심을 다하는 마음이 기업 정신과 결합할 때 쓰쿠다 제작소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변두리 로켓> 시리즈는 과학이나 공업(밸브 제조)관련 기술을 전혀 몰라도, 라이벌 기업 간 경쟁구도 속에서 벌어지는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며 소설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우직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주인공 쓰쿠다 고헤이까지! 몹시 착하게 생겼을 것 같은데 책에서는 인물의 외모에 대해서는 거의 묘사를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기에 검색해보니 잘 생긴 배우가 쓰쿠다 역을 맡았다. 책으로 상상하며 읽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잘생긴 쓰쿠다라니...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 쓰쿠다에게 내 마음도 진심이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제공받아 작석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