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 인생을 항해하는 스물아홉 선원 이야기
이동현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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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언택트 사회가 되었고 대면 만남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직접 만나보지 못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낸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책 <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의 저자 이동현씨는 대형컨테이너선 일등기관사이다. 주위에 선원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스물아홉 살 청년 이동현씨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기관사가 된 사연, 항해를 하면서 느낀 감정들과 업계에 대한 고민들이 실려 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이십대 초반에 배를 탔기 때문에 세계 여러 곳을 다닌 경험, 정박한 곳에서의 에피소드, 조금은 다른 직딩의 애환도 들어 있다.

 

 

직딩의 삶이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지겨움이 베이스로 깔려있기 마련이지만 선원들은 그 기본에 몇 배는 가중된다. 한 번 출항하면 최대 10개월이다.(예전에는 2년씩 타기도 했지만 이젠 최대 10개월로 정해졌다고 한다) 배 안에서 생활하므로 매일 배로 출근하고 배로 퇴근한다. 집과 직장의 장소 구분이 없는 셈이다. 그리고 배를 타는 동안 만나는 사람은 많아야 20명 내외인데 같은 사람들하고만 1년 가까이 같이 지내야 한다. 가족을 만날 수 없고 인터넷도 되지 않으며 중간 정박지에 입항해야만 땅을 밟아볼 수 있다.

 

 

 

 

배를 탄다는 것은 외로움과의 싸움이 아닐까 싶다. 그 외로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덜 지겨울 것이다. 저자는 고등학교때부터 일기를 써왔기 때문에 배에서도 일기를 계속 썼다고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런 책도 낼 수 있게 되었다.

 

 

배를 타는 동안의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힘든 것은 가족과의 유대인 것 같았다. 저자는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 한 선배들의 사연을 보니 애잔했다. 태어난 아기를 두고 나갔다가 돌아오니 아기가 아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낯설어 우는 경우, 평소보다 집에 오래 있게 되었더니 고등학생 딸이 아빠 언제 가냐며 짜증내는 경우 등이다. 가족이란 몸 부대끼며 같이 지내야한다는 걸 누가 모를까만, 그렇다고 직업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꿈이 있어서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 급여가 높아서 다른 직업으로 바꾸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도 옛말인 모양이다. 예전에는 선원의 보수가 보통 3~4배 정도 많았는데 요즘엔 육상 근무자와 별 차이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선원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급여의 차이는 없는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정보 접근은 느리니 말이다. 저자도 책 말미에 이런 고민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일할 선원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선원들은 처우와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데 뭔가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다 밝히지 않은 것 같아서 나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했다. 어쩌면 자세히 쓰기엔 걸리는 게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p.263

어제와 다를 게 없는 오늘, 언제나 비슷한 하루, 기관실을 내려가고 일지를 적고, 어제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기름을 닦고, 저번 주에 먹던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자고 그렇게 같은 하루. 마주치는 상대가 변할 리 없는 그런 일상, 식사하며 배에 관한 이야기뿐인 그런 세상, 그저 먹고만 살면 되는 게 삶인 걸까?

 

 

번듯한 직업이 있어도 이 땅의 여느 청춘들처럼 고민이 있다. 저자는 기관사로서 배를 계속 탈지, 다른 일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춘이기에 가능성이 있고 무슨 일이든 도전해볼 수 있다. 전문적인 일을 일찍 시작한 경험과 일기를 써온 습관 덕분에 이렇게 책도 내게 되었으니 이동현씨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그의 미래를 응원한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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