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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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살아서일까? 설렁설렁 살았다면 생이 좀 더 길지 않았을까?

신민경씨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LSE(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국제보건개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안 해본 알바가 없었고! 아껴아껴 살았고, 할 수 있는 경험이란 경험은 다 해봤다고 큰 소리 칠만큼 열심히 살았다. 그녀의 빡센 시간들을 읽다보니 한비야씨, 김수영씨가 생각났다. 신민경씨도 그녀들 버금가게 살아왔는데 신은 가혹하게도 일찍 데려가려고 한다.

책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저자 신민경씨의 에세이이다. 무시무시한 통증을 견디며 한줄한줄 써내려간 이 글들 속에는 원망과 아쉬움과 미련과 회한의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그보다 가장 큰 것은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의 암치료 후 이젠 정말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을 마음껏 펼쳐보려고 했는데 작년 영국 유학을 앞두고 다발성전이가 확인된 것이다. 그저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상황을 읽는 것으로 얼마나 억울할지 알 길이 없다.

 

 

죽음을 앞둔 사람, 그것도 창창한 나이에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정리하는 사람의 심정 역시 가늠하기 힘들다. 살이 10kg 이상 빠져 18년 간 사용한 의자가 너무나 불편해 푹신하고 샛노란 1인용 소파를 사고, 몸에 딱 맞는 트레이닝 바지를 산 날, 오늘 밤엔 죽으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한다.

"저 오늘 밤엔 안 데려가시면 안 돼요?

완전 제 스타일인 의자랑,

저한테 딱 맞는 트레이닝 바지를 샀거든요.

하루만 쓰고 죽으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 심정, 절절함은 느껴졌다. 하지만 암투병을 해보지 않은 독자로서 그 고통은 도저히 헤아려보기가 어렵다. 본인이 암환자이거나 지인이 암투병을 한다면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해 주겠지만... 저자의 경험 속에 들어있는 정보의 유용성을 취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형식적이고 입에 발린 위로를 더해서.

그럼 저자는 심각한 고통을 부여잡고 쓴 글을 왜 책으로 냈을까?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적지만 나눌 게 있는 삶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몇몇 사람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 꽤 괜찮은 삶이었다.

고통 속에 무릎 꿇고 엎드려 쓴 글들이 내가 세상에 진 빚을 갚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도한다.

 

 

 

저자는 고통을 전시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감사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책을 낸 것이다. 단식법과 관장법, 다이어리 사용법 같이 자신이 직접 해 본 것들의 장단점을 소개하고 본인이 읽고 도움 받았던 책도 소개한다. 그리고 죽음학 관련 책에서 늘 빠지지 않는 말, 역시 저자도 한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저자는 머리맡에 캐릭터 비닐봉투를 준비해두고 잔다고 한다. 수의와 영정사진, YES-NO카드가 들어있는데 유서를 꺼내 왼쪽 뺨 옆에 두고 자기도 한다. 유서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황별 대처 방법, 원하는 존엄한 죽음, 유산, 장례방식, 장례식장에서 지인들에게 전해주길 바라는 글 등이 채워져 있다.

자다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마련해둔 저 봉투 속을 채우는 심정이 어땠을까? 너무나 꼼꼼한 준비를 보니 정말 성격 알겠다. 한편 저렇게까지 준비를 해야 하냐며 고개를 갸웃거릴 독자도 있을 것이다. 평소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다면 그럴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주위에 연세 많은 어른들이 있어서 죽음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더니 그 필요성에 대해서 공부가 되었다. 황망하게 급사하거나 시한부 판정을 받았더라도 고통속에서 원망만 하다가 떠나는 사람들은 죽어서도 아쉽고 후회될 것 같다. 저자처럼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책으로 남겼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저자의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편집자가 독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저자에게 그동안 정말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다. 두 손을 꼬옥 잡고 등도 쓰다듬어 주고 싶다. 혹시라도 저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직접 만나 손잡고 눈동자를 들여다 본듯 내 마음이 전달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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