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후반부에는 할아버지 기억, 연애 실패담, 공무원학원 알바 비화, 커피숍 손님 등과 얽힌 이야기를 펼쳐 놓는데 당연히 커피와 담배가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작가의 확고한 취향을 알아가고 맘에 드는 문장에 줄을 그어보다가, 내 커피 취향과 비교하다 급 커피가 땡겨 물을 올리다가! 마지막에 뒤통수 씨게 맞았다.
아니, 이 책 에세이 아녔나?
사실 좀 이상하긴 했다. 무슨 여섯 살 짜리가 담배를 피웠단 거며, 커피숍 손님들의 루틴각은 우리나라가 아닌 것만 같았다. 이름 모를 외국 어딘가에 무뚝뚝한 카페 사장이 커피를 내리고 같은 손님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곳! 이상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니까 현실과 허구 사이를 교묘히 왔다갔다 하는 그의 필력 때문에 가자미 눈이 되려했다가 또 어떤 지점에서 스륵 풀려버리는... 그러다 당한 거다!
마지막 글 “커피와 담배”는 허구임이 분명하다. 처음 커피숍에서 일한 지 10년 가까이 됐단 내용을 읽을 때만해도 알바로 커피숍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 그럴 것이라고 넘겨짚은 이유는 조영주 작가 때문이다.(뜬끔 소환 죄송요~ㅎㅎ) 오랫동안 낮엔 커피숍 알바, 밤엔 글쓰는 인생을 살았다고 했기에 작가들은 잘 그러나보다~~ 그랬다. 그런데 마지막에서는 커피숍을 운영하며 늘 가게에서 쫓겨나는 꿈을 꾸었는데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읭? 이랬는데!
손님이 다 마시고 간 자리에 가서 빈 커피잔을 찍는 단골손님 이야기에서 확 깼다. 그 단골이 작가에게 속삭이듯 했다는 말 때문이었다. 여기에 그 내용을 쓸 순 없다. 뭔 내용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나만 당하기엔 쫌 억울하다.
하루키의 신간 소설집 <일인칭 단수>도 그랬다. 8편의 단편 소설을 읽으며 이게 지금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 헷갈리게 만들었다. 8편 중엔 아예 자신의 이름을 밝힌 것도 있다. 아아니! 이 소설가들이!! 독자 놀려먹기가 유행인가?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허무는 걸 재미 삼은 건지 예전부터 그래왔는데 독자들이, 아니 띨띨한 내가 이제야 눈치 챈 건지 모르겠다. 이 정도라면 나도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경계가 모호한 뭔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급 솟아오른다. 이런 눈치없는 독자에게 “야, 너두 소설가 될 수 있어!”라는 계시를 내리려는 큰 그림이었나...
앗, 주요한 내용을 빠트릴 뻔했다. 나는 커피, 담배와 어울리는 단어는 고독이라 생각했다. 작가도 '미쉘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를 인용해 고독과 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