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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ㅣ 말들의 흐름 2
금정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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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2년 전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서랍 속에는 호프라는 담배가 들어있다. 넣어둔 담배를 꺼냈다가, 들여다보다가, 들었다놨다하는 모습들은 원고 쓰는 일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 담배를 야금야금 다 피웠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의 128번째 글(129번이 마지막 글)에서 그 담배의 마지막 개비를 피웠다고 썼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 눈이 왔으며 다 피우고 나자 눈이 그쳤다고 했다. 그 때가 3월이었다.
"눈은 내가 마지막 담배를 피우는 몇 분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져버렸다. 연기처럼, 혹은 영화처럼, 이게 픽션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 129번 글의 내용은,
"다른 한편, 그것은 현실이다."
이다.
나는 이 128번과 129번을 읽으며 시리즈 첫 책 <커피와 담배>를 읽으며 했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했다. 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작가들은 에세이를 쓴 게 아니라 구라를 쓴 것 같다고! 앗, 오해마시라! 구라라는 말은 비하의 의도가 아니다. 지어낸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말을 ‘구라’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내 깜냥에 부합하는 어휘라고 생각하여 사용한 것이다. 즉 그들은 주어진 소재에 어울리는 글을 쓰느라 몹시 힘들었으며 최대한 재미있게 쓰고자 노력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듯 <담배와 영화>를 읽는 시간 동안 나도 힘들었다. 작가가 쓰느라 힘들었던 만큼 나도 읽기가 힘들었으며, 무슨 독서생활과 개인생활이 세트플레이가 되듯 지난 한 주 꽤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돈을 쓰면서 기분좋게 마무리하려했으나 영 찜찜함은 남았듯 이 책을 다 읽었는데도 상쾌하지는 않다. 그동안 이처럼 책과 내 생활의 감정이 유사하게 진행되었던 적은 없었다.
내 좋아라하는 양조위는 영화에 나오는 담배 피우는 남자인데, 이 책에서 그의 얘기는 너무 짧았고 감독 왕가위의 썰만 길었다.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내가 원했던 건 뭐였을까? 작가는 아마도 나같은 단순한 독자들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유명 영화의 담배 장면들을 나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부족했다. 그럼 나는 이 제목의 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길 바랐던 걸까? 리뷰를 쓰며 곰곰 생각해봤지만 떠오르질 않는다. 아마 작가도 이랬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고 훨씬 글을 잘 쓰지만 힘든 작업이었을 거다. 그러면 출판사에서 잘못한 걸까? 그런 결론은 잠시 유보해야 한다. 나에겐 아직 책 두 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산책> 그리고 <산책과 시>이다.
금정연 작가의 부산 금정경찰서 의경시절 이야기는 이 책과 무슨 상관이었을까? 쿡쿡거리며 웃었던 부분이었다. 내가 금정구 주민이었던 적이 있어서였을까, 남동생의 의경생활을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책을 왜 읽느냐는 대화가 나오는 영화 <화씨 451>을 보지 못했는데 궁금하다. 영화 속에서 그 대화가 나온 맥락이. 이 책에서 작가는 담배를 피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저 영화를 인용했다. 이런 뜻으로! 흡연가들이 담배를 피지 않을 이유보다 계속 피는 전제 조건이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썼다.
"예를 들어-이것이 가능하다고 전제를 해놓고 말하자면-담배가 건강에 정말로 좋다고 한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담배가 건강에 유익하다면 담배는 더 이상 숭고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위 문장을 쓰면서 인용한 책은 리처드 클라인의 <담배는 숭고하다>이다. 온라인서점 책 소개를 보니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천박한 건강주의의 위선,
담배는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숭고하다.“
위 문장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 나의 시아버지다. 당신은 평생을 골초로 살았지만 70대 중반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담배와 영화>의 1번 글 전체를 다시 베껴 쓰며 이 리뷰를 마친다. 개운치 않았던 심정이 정리되었다.
인생은 계속 되니까!
1.
경고. 이 책은 순전한 허구다. 그러나 많은 부분은 사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단체, 작품 및 기타 등등은 사실과 다르지만 같을 수도 있다(중세의 철학자들을 따라 영원의 관점으로 응시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다). 이 책은 샐리 브라운의 인생철학을 따른다. 1996년 8월 3일 샐리 브라운은 찰리 브라운에게 자신의 새로운 인생철학을 선언한다.
무슨 상관이람?(Who cares?)
난들 알아?(HOw should I know?)
인생은 계속된다.(Life goes on)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