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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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히틀리, 뤼시앙 핀틸리,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피터 그리너웨이, 요아킴 트리에, 호세 파딜라, 미카엘 R. 로스컴.

위 이름들을 나는 이 책 <영화와 시>에서 처음 봤다. 이 사람들은 모두 영화감독이다. 정지돈 작가의 책 <영화와 시>에 위 이름들이 나온다. 읽다가 저 이름들 하나하나 검색해봤다. 감독 이름은 몰라도 영화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단 한 편도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작가는 영화와 시에 대한 글을 의뢰받았을 때부터 염두에 둔 작가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아일린 마일스, 캐시 애커이라고 했다. 둘다 시인이다. 역시 나는 처음 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모르는 영화, 영화감독, 시인이 이렇게나 많다니!!

아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작가가 너무 마니아적인 게 아닐까? 덕후스럽다고 해야 하나? 책도 이미 양극화가 심각해서 앞으로는 책 읽는 사람을 두고 마니아라 부르게 될 지도 모른다고 예견한 사람도 있다.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선봉장으로 정지돈 작가가 딱 맞을 것 같다. 작가가 이 책에서 언급한 시인 중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 독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앗, 여기까지 읽고 이 책을 비난하는 거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오해 마시라!

오히려 자아반성에 가깝다.

유명짜한 영화 좀 봤다고 영화에 대해 안다고 착각했고, 시에 대해선 뭐 아예 무식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알아야할 건 진짜로 많고도 많다!

러시아 작가하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브로드스키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리가 없다. 1987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가는 이렇게 운을 뗐다.

"브로드스키는 <혁명과 모더니즘>에서 처음 알게 됐다."

<혁명과모더니즘>이 브로드스키가 쓴 책인줄 알고 찾아봤더니 이장욱이라는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이 아닌가! 20세기 러시아의 시인과 이론가를 소개하는 책이었고 정작가도 이 책에서 브로드스키라는 작가를 만났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 <창백한 말>에 브로드스키의 일화를 인용했고 그 소설로 2016년에 문지문학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브로드스키 일화는 인상적이었다. 1964년 재판에서 판사는 브로드스키에게 이렇게 물었다.

“피고는 누구의 허락을 받고 시인으로 활동하는가?”

그의 대답은 이랬다.

“없다. 나를 인간으로 허락해준 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북극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졌다가 1972년 추방당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인물과 작가의 사유가 나에게 낯선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정말이지, 이런 책! 처음이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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