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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 - 대공황의 판자촌에서IS의 출현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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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에서 두 권의 세계사 책이 출간되었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고대~근대편, 현대편이다. 나는 현대편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받았다. 흑역사라는 제목에 끌렸다. 언제부터인가 예전에 있었던 일중에 알리고 싶지 않거나 부끄러웠던 사건을 흑역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타인의 흑역사를 알고 싶어한다. 특히 연예인의 성형수술 전 사진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뒷담한다. 그렇지만 본인의 흑역사는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 개인의 역사에서도 지우고 싶은, 절대 공개되길 바라지 않는 일이 있듯 세계사에도 그런 일들이 많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정사라 부르는 유명 사건 위주로 배우다 보니 그 이면의 숨겨진 일들은 알 수가 없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미국의 유수 저자들 11명이 합동으로 쓴 책을 다산북스에서 번역했다. 그 저자들의 면면을 보니 역사학자뿐 아니라 소설가, 정치학 교수에 공학박사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몰랐던 흑역사가 흔히 말하는 역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다양하다. 전쟁 관련 내용은 역사학자가 썼겠지만 초코쿠키 탄생 비화나 NBC의 스타트랙 폐지, 코닥의 몰락 같은 내용은 역사학자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이런 내용들도 들어 있어서 세계사적 사건이나 전쟁 이야기만 있는 것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기본적인 역사지식이 있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의 개요와 히틀러에 대한 정보, 독일의 소련 침공 관련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여기서 다루는 흑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역사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상관없다.
이 책은 1930년부터 2003년까지 연대순으로 흑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많기 때문에 제목 아래에 저자 이름을 밝히고 글을 시작한다. 연대순으로 되어있다고 해서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목차를 보고 자신의 관심분야나 끌리는 제목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순서대로 시작했다가 기대만큼 흥미롭지 않다며 책을 덮어버리는 것보다는 관심사를 재미있게 읽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 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이렇지 않았을까?' 라는 말은 안타까운 사건일수록 자주 한다. 하지만 나는 저 말에 회의적이다. 어차피 일어난 일을 이제와 안 그랬다면 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이지 하나마나한 생각이다. 하등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면서? 그러면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신이 아니므로 실수도 하고 부끄러운 일도 저지른다. 그럼 선조가 했던 부끄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승리자가 기록해 놓은 책을 교과서로 삼아 공부한다. 목소리를 내는 층과 매체가 다양해진 오늘날에는 승리자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후손들이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두는 게 우리의 할 일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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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37
맥아더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중국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달라고 애처럼 졸랏지만 트루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맥아더는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애초에 자신이 휘하 병사들을 지옥으로 데려갔음에도 그런 재앙에 대해 애꿎은 총사령관을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이라는 작은 나라에 발이 묶인 장제스의 국민당이 한국전쟁에 군대를 파병하고 싶어하자, 그들을 부추겨 공산당이 장악한 거대한 중국 본토와 ‘싸우도록’ 만들자는 황당한 주장을 반복했다. 장제스가 공격하면 한국에 대한 중공군의 압박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원 의장이었던 공화당 조지프 윌리엄 마틴 주니어 의원이 의회에서 큰 소리로 읽었던 그의 편지를 포함해 맥아더가 트루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트루먼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고, 맥아더 장군을 해임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노병의 전설적인 군인 경력은 1951년 4월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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