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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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은 잘 웃는다!

 

낯선 동양인 관광객이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들이다.

 

p.184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물음에 늘 미소로 답했던 이들은 러시아의 시민들이었다. 내가 가본 어느 나라 사람들도 이들보다 더 친절하지 않았다.

 

 

먼저 나서서 찍으라며 포즈를 취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러시아의 시민들은 자신들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알아듣지도 못할 것임이 분명한데 자신들의 말로 무언가를 설명한다. 처음 보는 동양인 관광객을 붙잡고!

 

p.143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외국인이 러시아어를 알아듣는지 여부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말을 건넨다.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외국인을 세워 놓고는, 친근한 표정과 목소리로 제 하고픈 말을 다한다.

나를 불러 세운 여성의 말 가운데 시나고그라는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대교 회당이라는 뜻인데, 도대체 내가 그 단어를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여성은 시나고그, 시나고그를 반복하며 도로 저편과 내 카메라를 번갈아 가리켰다. 나는 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맙다고 하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제야 그녀는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의 시민들은 친절하다!

사례1]

리스트뱐카 속에서 호텔을 찾지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등산하고 있던 한 가족이 도움을 주었다. 산속에서 조난당해 오도가다 못할 뻔 했는데 러시아인이 쓰는 앱의 지도 덕분에 호텔에 갈 수 있었다. 그 가족의 사진을 못찍어둔게 아쉬웠다고~

 

사례2]

예카테린부르크 기차역 앞에서 어떤 행인은 정류장 약도와 버스번호를 적어주었고 도착한 호텔주소지에서 헤매고 있을 때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호텔 프런트 데스크까지 데려다주었고, 체크인예정시간 전에 도착한 손님을 입실시켜주었다. 아마 작가가 너무 불쌍해보여서 그랬던 것같다. 자신의 모습은 이러했다고 한다.

 

"자르지 못한 머리는 볼썽사납게 흐트러져 있고, 얼굴은 얼어붙었고, 콧구멍 아래로는 말간 콧물이 흘러내려 있었다. 옷차림은 이 부유한 도시 분위기(보석 광산 덕인지 도시 전체에 부티가 흐른다)와 추운 날씨에 맞지 않는 꾀죄죄하고 허술한 것이었다."

 

 

러시아에 직접 가보지 못했어도 왠지 러시아는 음험하고 무시무시한 곳, 너무나 추운 곳이니 사람들도 무뚝뚝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영화 속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백민석 작가도 그런 걸러진 혹은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러시아에 직접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가 석달간 여행하며 찍은 러시아의 풍경과 사람, 거기에 작가의 생각과 여행팁이 더해진 책이 출간되었다. <러시아의 시민들>이다.

 

작가와 나는 러시아로 하나의 공통점과 사뭇 다른 차이점들이 있다. 단 하나의 공통점은 러시아를 갔다온 것! 그러나 여행 방식이 너무나 달랐고 기간도 차이 나고 무엇보다 그는 사진을 아주 잘 찍는 작가, 나는 그냥 사람... 어디서 감히 작가와 너를 비교하려느냐는 퉁박을 들을 게 뻔하지만 나도 러시아하면 유명한 곳인 바이칼 호수를 다녀왔기 때문에 동질감 비스무리한 게 있으리라 예상하며 책을 읽었다. 심히 부끄러웠고 부러웠다. 박민규 작가는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자신의 얼굴을 가지라고 했지만 나는 맨날 그러지 못하고 산다.

 

나의 시베리아 여행은 목표가 바이칼 호수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해 버스로 바이칼까지 이동했으며, 빡빡하게 짜인 일정대로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이었다. 나는 추운 걸 싫어하기 때문에 8월에 바이칼에 갔는데 러시아의 맛을 느끼려면 겨울에 갔어야 했다. 자유여행이 아니므로 러시아 사람들과 직접 부딪혀 볼 일이 거의 없었다. 작가의 경험과 비슷한 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이 책 <러시아의 시민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본 곳이라는 동질감은 찾지 못한 채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백민석이라는 사람의 눈과 머리로 필터링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았다. 러시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밝고 정많고 잘 웃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그래서 고맙다. 내가 한 번 가봤어도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경험하게 해주었으니까.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리라 장담한다.

 

이 책은 러시아 사진집이라해도 될만큼 사진의 완성도가 훌륭하고, 러시아 기행문이라 해도 충분한 지역과 연관된 역사와 문학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러시아 가이드북에 해당될 내용들도 있는데 예컨대 박물관 이용 팁, 러시아 횡단열차 관련 정보, 인물사진 찍는 법, 걸어보기 좋은 거리등이다. 러시아 관련 가이드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길 바라며 외국 여행가서 통할 사진 찍는 팁을 옮겨둔다. 작가의 노하우가 응축된 것이므로 따라해보면 좋겠다.

 

1. 심리적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4미터 이상.

2. 그래서 줌 렌즈는 필수다.

3.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을 때도 4미터 이상 떨어져서 묻는다,

4. 셔터를 두 번 이상 누르면 상대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겁을 내거나 화를 내기 시작한다

5. 분명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이들은 찍지 않는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여행가면 뭐를 사가지고 올까?에만 꽂혀있던 고정관념을 깨버린 작가의 방법이 있다. 그는 버리고 온단다. 버리고 온 책과 옷들로 여행지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오래전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과 이제 그만 버려도 될 것 같은 옷가지들을 챙겨간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가는 열차 안에 <Q정전>을 두고 내렸고, <장미의 이름>상권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버렸고 하권은 페테르고프의 호텔을 나오며 버렸다. 참으로 참신한 방법이다. 버리고 온 책을 떠올릴 때 그 장소가, 그 장소를 기억하며 버린 책을, 생각하게 될 것이 아닌가! 역시 작가답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갔었던 여행지의 기억을 소환하거나 남이 쓴 여행기를 읽는 것으로 허전함을 대신했다. 그런데 이번 책 <러시아의 시민들>을 읽고나니 얼른 러시아의 시민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어떤 코스로 어디를 들를지 궁리하고 마린스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관람할 꿈이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겨울에는 못가겠다 그래도 꼭! 러시아에 갈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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