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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오강남.성소은 지음, 최진영 그림 / 판미동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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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못한지 오래되어 하고 싶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나, 지금! 여기! 있는데, 찾아야 한다고??
내가 여기 있는데 나를 잘 모른다.
나를 모르니 나를 알아야 하고 찾아야 한다.
파랑새를 찾아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니 파랑새는 집에 있더라는 이야기처럼, 이 책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도 비슷한 면이 있다. 불교의 선종에서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인 ‘십우도’를 최진영씨가 다시 그렸고, 그 내용은 오강남 교수와 성소은 선생이 공동으로 정리했다. 두 공동 저자는 각 그림 내용에 대한 설명을 심도 깊게 하기 위해 그 내용과 연계되는 다른 책들을 여러 권 소개한다. 그러므로 이 책 한 권 안에 27권이 더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불교나 종교관련 책 뿐아니라 철학, 명상, 과학까지 망라되어 있다. 그간 제목만 들어봤지 읽어보지 못했거나 계속 미루었던 책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면 이번에 정독의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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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찾아 나섰다가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에서 그 소는 진짜 소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이다. 책에서는 ‘참나’라고 부른다. 나를 찾아 떠났다가 근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에서 고통과 번뇌, 공부와 깨달음의 과정을 겪으면, ‘참나’를 찾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에 의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누구나 다 그 과정을 겪는 건 아닐 것이다. 배경지식의 차이가 있을 것이고, 저마다 갈구하는 바도 다를 것이며, 소개하는 책을 구해 읽는 실천력도 분명한 격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나를 찾는 여행을 성공하기는 어렵다.
나는 책 소개를 보고 내가 누구인지, 나를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판사 서평단에 신청했다. 허나 리뷰를 쓰기 위해 책을 빠르게 읽어야했고, 해설하는 다른 책들을 찾아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쉽다. 혹 이 리뷰를 읽는 사람들도 이것을 참고했으면 한다.
이 책은 한 번에 쉽게 읽어지는 책이 아니다. 10개의 그림 하나하나를 보고 설명을 읽고 추가로 소개하는 책을 찾아 읽고, 그 그림이 말하는 바를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욕심 부리면 안 된다. 하나의 그림과 연계된 책까지 읽으려면 최소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십우도니까 10달이다. 넉넉하게 1년으로 잡고 책에 소개된 27권의 책을 다 읽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소개한 모든 책을 다 읽지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더 관심가는 분야의 책으로 확장되어 더 많은 책을 읽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처음의 과제인 ‘참나’를 찾게 된다면 성공인 셈이다.
물론 내가 추천하고도 위 과정을 실천하리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이 책에 소개된 책 중에서 꼭 읽어야겠다고 고른 책은 있다. 숭산의 <선의 나침반>과 타라 브랙의 <자기 돌봄>, 김상봉의 <호모 에티쿠스>이다.
이 나이 먹도록 굽이치는 감정의 격랑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명상을 해야 한다! 마인드 콘트롤을 하자!며 다독여봐도 안 된다. 그런 때에 맞춤한 글을 찾았다. 아래에 첨부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너무 오래 스스로를 위장한 채 살다보니 점점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그래서 이젠 자신을 찾아야겠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p. 168~169
내게 무시로 찾아오는 감정의
인간은 여인숙이다.
날마다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기쁨, 우울, 슬픔
그리고 찰나의 깨어있음이
예약 없이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대접하라.
비록 그들이 방을 거칠게 어지럽히고
거칠게 휩쓸어 아무것도 남기지 않더라도
손님 하나하나를 존중하라
그들이 스스로 방을 깨끗이 비우고
새로운 기쁨을 맞이하게 할 것이다.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웃으며 맞으라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찾아오든 감사하라
모든 손님은 나를 안내하기 위해
먼 곳에서 온 분들이니.
- 루미, <여인숙> -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