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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새벽, 넌 무슨 생각 하니? -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마음
이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책밥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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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밤중에 뭔가를 한다. 주로 책 읽기와 리뷰 쓰기이다. 사위가 고요함으로 깊숙이 물드는 때는 자정 즈음이다. 자정을 지나 한시, 두시로 넘어가며 들리는 일정한 소리는 시계 초침 소리뿐이다. 음악도 라디오도 틀지않고 메트로뇸처럼 똑딱거리는 초침만이 배경음이 되는 시간이다. 가끔 고양이 토르가 놀아 달려며 우애앵 거리거나 저 혼자 종이 박스를 들락거리며 내는 소리는 안도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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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롯한 내 시간을 즐기다보면 가끔 어슴프레한 새벽 기운이 창안으로 들어올 때가 있다. 예전에 이 시간대에는 라디오를 주로 들었었다. 요즘이야 유튜브나 팟캐스트처럼 듣고 볼거리들이 늘어나다보니 라디오는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허나 아직 라디오라는 매체는 사라지지 않았고 새벽시간까지 라디오를 즐겨듣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넌 무슨 생각하니?>는 늦은 시간? 아니 이른 시간이라 해야 할까? SBS 러브FM에서 “이현경의 뮤직토피아”를 진행하는 이현경 DJ가 낸 책이다.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 보내온 청취자들의 사연과 DJ의 목소리를 토대로 구성되었다. 그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보내온 사연들은 공통점이 있다. 새벽 2시부터 4시라는 시간대는 조용해서 그런지 조금은 분위기가 다운되는 또는 센티멘털한 사연들이 많았다. 일과를 마치며 늦은 마무리를 짓는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싶어 했고, 주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8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이현경 아나운서는 베테랑답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주로 책의 문구를 인용했는데 그 책들은 마지막에 “디제이의 목소리에 도움을 준 책들”로 소개해주고 있어 더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각 사연(챕터)뒤에 어떤 음악을 선곡해서 틀어주었을지가 궁금했다. 뮤직토피아 애청자라면, 책에 자신의 사연이 채택된 사람은 음악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음악 덕분에 더 위로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나같이 이 프로를 듣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음악 정보도 제공해 주었다면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청취자 사연에서 노래를 신청한 경우도 몇 건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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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면 안 되죠.
왜 이러고 사나 싶을 정도로 일에 파묻히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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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4
며칠 전 어떤 분이 제가 참 부럽다며 사연을 보내주셨지만
저도 주변을 돌아보면서 ‘왜 나만 이러고 있지?’ 하며
다들 고만고만하게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거
우리가 행복하진 못해도 의미 없이 살 수는 없잖아요.
모두가 잠든 시간, 혼자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각각일지 몰라도 한 사람의 음성을 통해 같은 사연을 공유하고 같은 음악을 들을 때는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바로 라디오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뉴미디어가 출현해도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