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새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2
김용대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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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대 작가의 그림책 <곰과 새>는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무채색 그림에 첫 장면부터 좀 으스스합니다.

곰이 집에 들어가 꿀을 훔쳐 먹다가 노란새가 들어있는 새장을 물고 나옵니다.

 

위 두 페이지에서 곰은 맹수같습니다.

사실 맹수 맞지만 우리가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만난 곰은 좀 어리석거나 귀여운 이미지였지요.

그런데 흑백처리된 그림 때문인지 곰의 표정 때문인지 좀 무시무시합니다.

집주인이 돌아왔어요. 사냥꾼과 개가 곰을 쫓습니다.

곰은 외나무다리를 건넌 후 더이상 사냥개가 따라오지 못하게 합니다.

곰은 숲 깊은 곳으로 계속 들어갑니다.

다른 동물들의 공격으로부터 새를 지켜줍니다.

 

산 언덕배기,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새장을 입에 문 채로요...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새장을 물어뜯습니다.

마침내!!

노란새는 새장 밖으로 나오고,

하늘을 날아갑니다.

 

 

위는 곰과 새가 인사를 나눈 마지막 장면입니다.

둘의 표정은 흐릿하지만 아쉬움이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제일 마지막 두 페이지는 전체가 채색되어 있습니다.

창공과 구름과 새가 제 색을 드러낸 장면에서 자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2차원의 평면이지만 퍼덕거리며 솟구치는 노란새의 날개짓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마지막 그림은 사진으로 찍지 않았습니다.

책 전체에서 흑백의 무채색이 주는 무거움은 곰의 무시무시함을 나타내고, 노란새는 밝지만 연약한 이미지로 검정색과 대비를 이룹니다.

그러나 자신의 색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니고 있는 노란새의 자유로움은 갇혀있어도 풀려나도 변함없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과 색만으로도 충분히 서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이런 글자 없는 그림책은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다양한 텍스트가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린이와 이 책을 같이 읽는 어른이라면,

아이가 그림을 보며 내용을 지어내도록,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습니다.

곰과 새가 대화를 주고 받도록 유도해주면 더욱 좋겠지요.

새가 어쩌다 새장에 갇히게 되었는지,

곰은 왜 새를 새장에서 꺼내주고 싶었는지를 말이죠.

역할놀이처럼 대사를 주고받은 후 역할을 바꿔서 해보세요.

몇 번 주고받다보면 아이의 대사가 업그레이드 되는 걸 확인하게 될 겁니다.

이 책을 꼭 유아나 초등 저학년하고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고학년, 중고생이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림 속에서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거나 우리가 가진 선입견에 대해서 얘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곰처럼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은 경우, 혹은 오해를 했거나 목격했던 경우를 말해보는 거죠.

겉으로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으니 소통의 중요성으로 확장해서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그림책 토론까지 가능합니다.

좋은 책은 누가 읽어도 공감하고 할 말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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