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뒷모습 책 먹는 고래 10
양연주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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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연주 동화작가의 새 책 <봄이의 뒷모습>고래책빵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7편의 동화가 실렸다. 5편은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나머지 두 편은 동물이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재의 동화집이다. 각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개구쟁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속이 깊다. 어디서 이런 아이들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였다.

 

표제작 봄이의 뒷모습은 주인공 봄이가 입원중인 외할아버지를 찾아가 발을 씻겨주는 모습을 엄마가 지켜보는 장면이 제목이 되었다. 외할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느라 자신에겐 관심 없는 엄마를 원망하는 일기를 써놓은 것을 봄이 엄마가 보게 된다. 놀이공원은 고사하고 집 앞 공원 산책이라도 하고 싶다고 한 봄이의 일기를 읽고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봄이와 공원 산책을 나간다. 진달래가 만발한 공원을 기분 좋게 걸으면서 봄이는, 외할아버지는 봄이 온 걸, 꽃이 핀 걸 알고 계실지 궁금해 한다. 짧은 산책을 끝내고 엄마는 시장으로 갔고 봄이는 학원으로 간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가 병원으로 돌아와서 봄이의 뒷모습을 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뒷모습을. 세수대야의 물을 비우고 종종거리며 떠난 병실엔 봄꽃이 꽂혀 있었다. 봄이는 이름처럼 환한 봄을 할아버지에게 선사해 준 것이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나무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심었던 감 씨가 커다란 나무로 자라 감도 따먹고 책상의 재료가 된다는 이야기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연상되는 동화다. 감나무와 함께 자란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 동네 아이들 대부분은 그 감나무의 감을 얻어먹었을 거라는 이야기,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을 몰래 따먹으러 올라갔다 떨어진 고모의 이야기들을 듣고 현우는 생각했다. 감나무로 만든 이 책상은 세상 모든 것이라고.

 

다복통닭사장님인 아빠는 여섯 살 때부터 닭을 길렀다. 그래서 거의 닭 전문가다. “통닭 맛과 치킨 맛은 아빠가 치킨 맛의 달인을 찾는 TV 프로그램에 나올 뻔 했다가 무산된 이야기다. 안대를 끼고 치킨 맛을 맞히지는 못했지만 아빠가 튀긴 다복통닭의 맛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시장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맛이다. 아빠만의 레시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통닭을 튀기면 그만이지 눈감고 치킨 맛 알아내는 게 대수일까.

 

독수리 오 행제는 전래동화 재주 많은 여섯 쌍둥이패러디 동화이다. 다섯 형제라서 불편한 점이 많지만 도둑을 잡을 땐 다섯이라서 손발을 척척 맞춘다. 워낙 유명한 전래동화라서 그 동화를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행복이 알쏭달쏭은 동화지만 부모들이 읽으면 더 좋을 내용이다. 민주네 가족은 저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산다고 생각한다. TV채널을 고를 때도, 음식 메뉴를 정할 때도, 개인의 취향보다는 가족의 취향에 맞춰 고른다. 민주는 엄마 아빠의 기쁨을 위해 공부하며 그들은 서로를 위해서 살기 때문에 모두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이 동화는 우리가 흔히 행복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개인의 희생으로 얻어진 행복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소개한 다섯 편의 동화는 가족이 주 소재가 되는 이야기들로 어린이들에게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준다. 헌데 이런 내용은 자칫 교훈적 결말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부모나 교사가 같이 읽으면서 균형감 있게 지도하면 좋겠다. 조부모와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부모의 부모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뿌리를 생각해보고 그들과 함께 한 추억이 있다면 이야기 해보는 것이다

 

나머지 두 동화 투덜쟁이 괭이의 행복한 뉴스냥이들의 북카페, 이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등장인물이다. 마당마을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 투덜쟁이 괭이의 행복한 뉴스는 얼핏 <동물농장>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곳의 동물들은 서로 착취하는 게 아니라 행복한 소식을 찾아서 전하며 즐겁게 산다. 만사 툴툴거리며 싸움꾼처럼 지내던 옆 마을 투덜이 괭이(고양이)도 행복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모두 다 행복해 보이더라며 끝이 난다.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하다는 것을 말하는 이야기였다.

 

냥이들의 북카페, 이두는 고양이 시점으로 그려진 북카페 이야기다. 어린이들이 이 동화를 좋아할지 모르겠다. 나처럼 고양이 집사에 북카페 해보고 싶어하는 어른에게는 딱인 내용이었지만! 북카페 열어놓고 사장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 고양이 손님들만 계속 오더니 점점 사람 손님들도 와서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드나들던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아 식구가 늘고... 그러는 이야기. 특별할 일 없어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하나씩 들추면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고양이 서술 시점이라서 더 포근했다.

 

p. 112

먼 훗날 '초승달 고양이 문학판'을 만들면 어떨까? 흰냥이랑 얘기해봐야겠다. 보름달 뜬 날은 집사한테 양보하고, 초승달 뜬 날 하루쯤은 북카페 이두에서 고양이들이 판을 벌여도 좋겠다. 벌써부터 흥겹다. 역시 꿈꾸는 것은 좋은 일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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