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내가 너였을 때>는 미국 작가 민카 켄트의 스릴러 소설이다. 작가의 데뷔작 <훔쳐보는 여자>는 세계 각국에 번역 판권을 판매했고 영화화도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 후 네 번째 소설까지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심리스릴러계의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다. 이번 작품 <내가 너였을 때>는 다섯 번째 소설이며, 나는 한스미디어 포스트 이벤트에 당첨되어 처음으로 그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만약에!

나와 똑같은 얼굴로 내 이름을 하고 사는 여자가 있다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겠지!

내 행세를 하고 있는 저 여자는 누구일지 꼭 알아내야만 한다!

 

주인공 브리엔은 얼마 전 강도 습격을 당했다. 경찰의 말에 따르면 운이 좋아 죽지 않았다고 한다. 칼에 찔리고 폭행 당해 피투성이인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살아있으니 말이다. 6개월전에 당했던 사건 이후로 브리엔은 철저히 고립되었다. 외조부가 물려주신 성같이 커다란 집의 4분의 1만 쓰면서 외롭게 지내고 있다. 세입자 나이얼이 있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는 종양외과 의사이고 예의바른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2주전 자신의 이름으로 원룸이 계약되었다며 열쇠가 든 우편물이 도착한다. ‘브리엔 두그레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여성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한 후 진짜 브리엔은 점차 혼란에 빠진다.

 

내가 진짜 브리엔이 맞다.

내가 나인데 나를 증명해야 하다니!

누구에게 증명하나

 

1장은 브리엔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고 2장부터는 나이얼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그리고 3장에서는 브리엔과 나이얼이 교차로 서술한다. 1장의 마지막 즈음, 소설의 3분의 1이 끝나갈 때 쯤, 진짜 브리엔이 사실은 케이트 콘웨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나이얼 엠벌린이 실은 자신의 남편이라는 것이다. 둘의 혼인 신고서가 그것을 증명하며 둘은 이미 3년 전에 결혼했다. 그런데 남편이 어떻게 세입자? 남편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다. 브리엔이 직원이었는데 둘이 친구처럼 지내다가 점점 그녀를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거의 스토커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이얼이 케이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으로 1장이 끝난다

 

내가 분명 브리엔인데 나더러 케이트란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그리고 출생신고서부터 혼인신고서까지 모든 서류들이 내가 케이트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나는 브리엔으로 살아온 기억밖에 없는데...

 

1장까지 읽었을 때 위처럼 브리엔 입장이 되어보니 무슨 음모에 빠진 게 아닐까 싶었다. 한편으론 강도 사고 때문에 기억에 이상이 온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이 케이트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어떤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2장으로 넘어가 나이얼의 시점으로 쓰인 내용을 읽으니 기가 찼다. 모든 것은 나이얼이 꾸민 짓이었다. 이 내용은 리뷰에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러면 더 이상 리뷰를 연결해서 쓸 수 없어서 공개해야만 했다. 반전을 밝히면 어쩌냐고 해도 할 수 없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1장에서 나이얼이 세입자에서 남편으로 변신할 때 눈치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이얼이 왜 브리엔에게 접근했는지 그 이유와 어떻게 감쪽같이 신분을 속이고 남편행세를 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장은 이 내용들을 밝히고 나이얼의 사기행각의 디테일도 확인할 수 있어 1장보다 훨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땐 꼭 이런 마음이 든다. 사기치는 사람을 욕하면서도 들통나지 않았으면 하는, 웬지 사기꾼의 편을 드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의사 나이얼 행세를 하는 그 남자는 어릴 때부터 남을 속이는 것을 보고 자랐고 어떻게 하면 사람의 환심을 사는지도 잘 알고 있으며 문서위조는 기본실력이다. 온 인생이 거짓말로 점철된 사람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인생이란 생각에 측은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 사기꾼이 되는 건 아니란 양가감정이 들었다또 다른 마음으로는, 나이얼의 사기행각이 들통나서 케이트라는 이름으로 정신 병원에 갇힌 브리엔이 자신을 되찾길 바라게 되었다.

 

줄거리를 계속 쓰면 책의 결말까지 나오게 되므로 더 이상은 쓸 수가 없다. 브리엔이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나이얼은 체포가 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스릴러 소설 장르로서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주인공이 사기꾼인 경우 그의 논리에 나도 모르게 설득당하게 되는데 그것이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고 언짢다는 사람도 있다. 사기야 사람 사는 곳에선 끊이질 않지만 요즘은 온라인 사기가 극성이라는 뉴스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일명 보이스피싱은 언택트시대에 더 늘고 있다고도 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사기를 왜 당하냐? 바보냐?라고 하지만 진짜처럼,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논리로 작정하고 다가오면 깜빡 속는다고 한다.

 

p.179 

 

열세 살이 채 안되었을 때부터 나는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면 사람들이 언제든 내게 문을 열어준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진실이라서 믿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다는 말!

 

요즘 더욱 느끼게 된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유튜브 등등,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곳을 자꾸 보니까 추천 영상이 뜨고 그걸 또 계속 보게 되고 진짜라고 믿는다. 그곳에서 하는 말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듣고 싶은 말을 들으며 만족하고 여력이 되면 후원을 한다. 자신이 먹이 준 그들은 본인에게 새로운 피드라는 이름으로 돌려준다. 악순환이다. 악순환인줄 모르고 돌고 도는 이 시스템에서 이득을 취하는 자는 따로 있다!

 

, 스포를 줄이려고 했더니 리뷰가 영 다른 쪽으로 흘러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