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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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쓸모>는 아트 큐레이터 강은진씨의 신간이다. 10여년 넘게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온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그들의 삶에서 교양, 지식뿐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통찰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화가를 비롯한 디자이너, 건축가, 컬렉터, 후원자 40여명의 삶을 통해 32가지 통찰을 소개하고 있다. 1부는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여섯 가지 가치를, 2부는 시대를 매혹한 스마트한 전략가로서의 측면을, 3부는 예술이 브랜드가 되는 과정을, 4부에서 현대 예술을 통해 우리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5부에서는 예술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본다. 저자는 이 32가지 예술의 통찰이 독자의 삶에 든든한 무기가 되고 당당하고 단단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예술 관련 서적을 챙겨 읽는 편이다. 특히 신간일 경우 같은 예술가라 하더라도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정보들이 있기도 하고, 저자의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흐를 예로 들어보자. 너무나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흐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몹시도 단편적이다. 그림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이 고흐의 그림이라는 건 기본이고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정보도 알고 있다. 그 외 동생 테오가 형을 많이 후원해 주었다는 것이나 다른 그림들의 메이킹 스토리까지 안다면 고흐관련 책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 할 것이다. 테오는 형이 죽은 이듬해에 죽었고 그 둘은 생전에 800여 통의 편지를 남겼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있다.

 

고흐가 사후에 유명해졌다는 것도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유명해졌는지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바로 테오의 아내 요한나 덕분이었다. 그녀는 한 점도 팔리지 않았던 고흐의 그림과 둘이 주고받은 편지의 가치를 알고 그것으로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보통은 짐같아 보이는 그림과 편지를 버리거나 불태워 버렸을텐데 테오의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1915년 뉴욕에서 전시회를 연 이후, 비운의 천재 캐릭터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책을 출간한다. 고흐의 철학이 녹아있는 편지들을 직접 번역하고 정리해서 출판사에 투고해서 <빈센트 반 고흐 : 동생에게 보낸 편지>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고흐의 이름도 알려지게 되었다.

 

위 내용은 ‘3부 예술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의 첫 챕터 ‘캐릭터를 팔아라’에 나오는 내용이다. 3부에서는 제목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화가나 예술사조가 어떻게 유명해지게 되었는지를 살피면서 예술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장에서는 유명 화가뿐아니라 인상주의가 만들어진 히스토리, 알콜중독자였던 잭슨 폴록을 후원한 기획자 페기 구겐하임, 예술과 삶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염원한 윌리엄 모리스까지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가 된 예술가들을 다룬다.

 

고흐 이야기부터 시작하다보니 3장을 가장 먼저 소개하게 되었지만 이 책은 각 장 모두 저자의 희망처럼 독자들 저마다 예술애서 쓸모를 찾아내어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데 도움받을 수 있다. 저자의 설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니 텍스트니까 술술 읽힌다고 해야하나? 흥미롭게 읽은 부분 위주로 몇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1부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강조하는 내용을 인용해 본다.

 

p.22

 

운동을 하면 근력이 좋아지는 것처럼, 예술을 감상하면 자연스레 심미안이 좋아집니다. 심미안이 잇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전자는 후자가 무의미하다고 지나치는 많은 것에서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일상을 훨씬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지요. 심미안을 지닌 사람에게 예술은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교양 지식이 아닙니다. 일상에 온전히 스며들어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2부에서 흥미롭게 읽은 내용은 화가 '윌리엄 호가스'와 '자크 루이 다비드'이다. 호가스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17세기 영국의 사회상과 풍속을 알 수 있는데 동일 주제를 시리즈 형식으로 그렸다. 단순히 그림만 봐서는 숨어 있는 디테일과 화가의 주제의식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유행에 따른 결혼"시리즈를 저자의 설명으로 읽으니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그림의 크기가 작아서 나같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저자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그림속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돋보기로 확장해서 보고 싶단 생각과 함께 소장되어있는 런던 국립 미술관에 가보고 싶단 마음이 올라왔다. 그러나 코로나19때문에 언감생심이다. 이전에는 책을 읽다가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도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으면 바로 실행 계획을 짰는데... 물론 국내만 바로 가봤지 해외는 그러진 못했다. 그래도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짜는 건 희망이 있지만,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곳을 계획하는 건 그림의 떡이란 생각에 김이 샌다. 앗, 글이 삼천포로 많이 샜다. 다시 돌아가보자.

 

다비드의 그림중에 그 스토리도 알고 있었던 그림은 "마라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비다의 인생역정과 그림이야기를 읽으니 거의 프랑스역사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한 예술가의 일생이 곧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림이야 워낙 유명해서 알지만(본적 있지만이라고 해야하나ㅠ) 화가가 누군지 몰랐는데 다비드였다.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다.

 

 

 

다비드의 생애를 저자는 이렇게 평가한다.

 

p. 103

 

오늘날 다비드의 그림은 유럽의 대격변기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입니다. 비록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논란 많은 생애였지만, 어쨌든 그가 시대를 매혹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또다른 기회로 삼았던 순발력과 권력자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아챈 영민함 같은 무기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죠. 어쩌면 우리는 그의 그림과 생애를 통해, 역사지식뿐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자가 알려주는 예술의 쓸모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리뷰로는 부족할 것이다. 예술책을 좋아하고 화가의 스토리텔링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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