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러블리 와이프
서맨사 다우닝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올 들어 읽은 책 중에 작가들의 첫 소설이 꽤 여러 권이다. <마이 러블리 와이프>도 황금시간 출판사의 출간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서맨사 다우닝’이라는 작가는 이 책이 첫 번째 장편소설인데 영미권 미스터리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 권위의 애드거 상 최우수 신인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니콜 키드먼이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속도감 있는 진행과 반전이 스릴러적 긴장감을 극대화하여 영화로 만들기에 적합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소설은 미국 플로리다주 우드뷰에서도 부유층이 모여 사는 히든오크스를 배경으로 한 가정의 숨겨진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겉으로 단란해 보이는 결혼 15년차 가정이며 4명의 구성원으로 아내는 부동산 중개업자, 남편은 테니스 강사,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다. 결혼 생활을 15년 정도 유지하다 보면 부부사이에 사랑보다는 의리로 산다는 말이 자연스럽고, 경제공동체를 잘 유지하면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이다. 허나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실금은 집집마다 있기 마련이다. 그 균열이 어떤 계기에 의해 쩍 벌어질 때, 잘 봉합할 수 있는 가정이 있는가하면 완전히 갈라져 다시 붙이기에 역부족일 수도 있다. 그것은 동서양 막론하고 비슷하다 하겠다.

이 소설 <마이 러블리 와이프>의 가정은 겉으로 단란해 보이지만 위태하기 짝이 없다. 그들의 결혼생활이 연쇄살인으로 유지되는 까닭이다. 비행기에서 눈이 맞아 결혼까지 하게 된 이들 부부의 오르가즘은 여성을 살해할 때에 극에 달한다. 소재가 몹시 자극적이다. 그런데 남편의 1인칭 현재 진행형의 서술은 평온하게 들린다. 그리고 잔인한 살해장면 묘사도 없다. 이런 서사가 독자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남편의 1인칭 서술이 반전의 요소로 사용되었음을 독자가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남편이 청각장애인 흉내를 내기로 하고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지 의논하는 장면은 마치 가정사를 의논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살해 대상에게 접근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둘은 대상을 같이 고르고, 남편은 여성에게 다가가 유혹하고, 아내는 살해한다.

그렇게 그들만의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아내 밀리센트의 언니 홀리가 정신병원에서 나오면서부터다. 그들의 집으로 찾아와 협박하자 남편이 홀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아니다. 남편이 유혹한 여성과 섹스를 하면서부터인지도! 아니, 자신들의 행동을 예전에 그 동네에서 살인을 저질렀던 남성 오언으로 가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건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춘기에 접어든 14살 아들 로리와 11살 딸 제나였다. 대체로 요즘 부모들은 십대 자녀를 컨트롤하기가 아주 버겁다. 로리는 아빠의 밤외출을 외도하는 것으로 확신한다. 엄마에게 알리겠다고 아빠에게 협박을 하여 자신의 일탈을 눈감아주는 것으로 협상을 한다. 아빠가 아들에게 거의 질질 끌려가는 형국이다. 딸 제나는 더 심각하다. 연쇄살인범 오언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며 학교에 칼을 들고 가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집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제나를 위해서라도 멈추어야 했다. 이제 더 이상 살인을 할 수 없고, 오언으로 가장하는 행동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부부가 내린 결론은 오언이 떠나겠다고 알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경찰에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더 이상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으나 오언의 여동생이 나타나 자신의 오빠는 이미 죽었다고 밝히는 반전이 일어난다. 이것으로 제나의 공포심이 되살아난다. 이제 이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마지막을 여기에 쓰면 소설을 읽을 맛이 뚝 떨어질 것이므로 쓸 수가 없다.

오언이 다시 나타나 연쇄살인을 저지른 게 아니며 떠나겠다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진짜 살인범이므로 이제 진범을 찾아야 한다. 그 내용이 이 소설의 마지막 4분의 1 정도이다. 그 부분을 읽기 위해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

그런데 나는 이들 부부가 왜 살인을 해야만 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결혼은 현실이다. 연애의 유효기간도 최대 3년이라 하지 않나. 그런데 결혼생활을 잘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배려는 결혼생활을 유지함에 있어 중요한 덕목이다. 여기에 아이까지 태어나면 몇 배나 더 노력해야 한다. 밀리센트 부부가 선택한 원만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살인이었다. 사건을 모의할 때 그들은 엔돌핀이 솟았고 팀플레이가 성공할 때 안정감을 느꼈다. 이러한 설정은 물론 과도하다. 결혼생활의 원만한 유지를 위해 연쇄살인이라니! 아마 작가는 그만큼 결혼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극적 설정을 한 것이겠지만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그럴바에야 이혼이 낫겠다.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지 못했기에 이 소설은 좀 아쉽다. 아, 그러고보니 이 소설에서 남편은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흉내를 내기 위해 토비아스와 퀜틴이라는 이름 둘 중 토비아스로 정했다. 초반에 토비아스를 사용하고 끝일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퀜틴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소오름이었다. 소설 속 남편은 자신의 진짜 이름 없이 가명만 쓰는 것이다. 소설 제목은 또 My lovely wife다. 누가 진짜 주인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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