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 -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천둥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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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덕통사고로 만난 그 분, 덕주!

입덕했대도 한동안 뉴비로 어리버리!

덕주를 향한 쉼 없는 덕질로

일취월장하는 덕력!

30초 순삭 티켓팅에 밀려도

애걸복걸해서 신분상승 노오력!

스탠딩하며 미친 뜀박질에 다리 후달려도

덕친들과 날밤 새며 희희낙락!

덕주 팔로업하며 전국 누비고

떼창과 올공은 자동 플레이!

덕주 굿즈를 직접 만드는

금손 경지에 이르면 이른바 덕업일치!

앤드 성덕 등극!

 

머글에서 일코로 기웃거리던 뉴비가 덕밍아웃 후 성덕이 되기까지의 좌충우돌 덕질기가 책으로 나왔다.

<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

부제는,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작가 이름이 거창하다. ‘천둥’

여기까지 책 소개를 읽은 당신의 첫 마디는 이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수 덕질한 사람이 책 썼나?”

“누구지? BTS인가?”

“그런데 책 제목에 철학은 뭥미? 철학자를 덕질했다는 건가?”

“아니, 부제를 보니 세상 모든 덕후들을 응원하는 책인듯...”

이 책은 호불호가 극명할 것으로 보인다. 호불호라는 말보단 이 책을 읽을 사람과 읽지 않을 사람이 확 구분될 듯하다. 맨 처음 소개한 저 내용이 뭔 소린지 알아듣는 사람은 이 작가가 누구 덕질을 한 건지 궁금해서 읽어볼 것이다. 대체 이 무슨 외계어냐고 할 사람은 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이 리뷰는 상당히 위험하다.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받았으니 책을 잘 소개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리뷰를 읽는 사람이 혹 하도록 자~알 포장해야 한다.

앗, 여기서 주의!

이 리뷰 분식리뷰 아니다!(분식회계의 그 분식 맞습니다~ 뽀샵처리죠^^)

좋은 리뷰는 그 책의 장점을 부각시켜서 사람들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처음의 소개가 덕질 좀 해본 이들에겐 궁금증 유발이지만, 어떤 사람들(머글 입장)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니 별 관심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 리뷰의 성패는 후자들의 관심을 끌어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면 성공한 것이다.

과~~~연??

그럼 지금부터 떠먹여주는(혹은 적나라한) 책 소개 시작!

(최대한 덕질 전문 용어 자제를 목표로 함!)

이 책은 천둥이라는 필명을 쓰는 본명 조용미님의 덕질 후기이다. 49살 어느 날, 가수에 꽂혀서(BTS아님 주의!) 시작된 활동은 갱년기 여성의 인생을 다시 꽃피게 해주었다. SNS 계정을 여러 개 만들고, 팬카페 없는 가수의 스케줄을 따라 다니고, 다른 팬들(특히 젊은 팬들)을 만나 새롭게 배우는 것도 늘어가고, 응원하는 가수를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고민하며, 그렇게 그렇게 덕후가 되어갔다. 작가는 팬클럽 활동(흐미, 이 단어! 덕질 대신 쓰니 늠 올드한...) 이 꼭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님을 몸소 보여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에 빠져서 열중하는 태도는 나이 여부와 상관없이 아름답다. 그런 행동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 가수나 연예인을 좋아하는 행동에 구박과 비난만 받았기에 덕질을 바라보는 시선에 부정적 뉘앙스가 들어있었다.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돈 뺏기고 시간 뺏기는 저런 비생산적인 짓을 굳이 왜? 이런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 덕질의 순기능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밝힌다.

p.37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시인처럼 덕질을 하면서 나는 많이도 괴로워했다. 내 정체성이 덕후인 것을 받아들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왜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덕질을 하고 앉아있는가’라는 생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여전히 나는 생산적인 일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의미 있는 일만이 사는 길이라고 여겼다. 아니라고, 즐거운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아무리 나를 설득해도 어느 순간 처음으로 돌아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렇다! 우리가 받은 교육의 내재화는 이런 것이었다. 사람 구실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사람구실이란 돈을 벌어야 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활동도 충분히 의미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덕질은 가수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짓이라는 죄책감 듬뿍 든 워딩으로 폄하하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그래서 힘이 나고 삶이 풍성해졌는지를 소개한다. 작가와 같은 덕주를 모시는 이들은 너무나 공감할 것이다. 앗, 어쩌면 이미 그들 사이에 이 책이 필독서로 소문 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우려되는 지점은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의 숫자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읽어보길 권한다. 덕질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니 추천한다. 이제 입덕한 사람들에게는 더 좋다. 덕후 세계의 전문용어와 덕질 노하우를 배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초보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비생산적 활동이라는 죄책감을 털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다면 그 외의 사람들은 읽지 않아도 된다는 뜻? 물론 그렇지 않다. 이 책이 단순히 가수 쫓아다닌 아줌마 이야기 하나로만 구성되었다면 아마 책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덕질이라곤 해본 적도, 아니 그 단어는 들어본 적도 없다! 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이 책에는 가수와 노래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책과 문학,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고 그에 연결된 작가의 사생활도 사이사이 끼워져 있어 재미있다.

책 제목에 ‘철학하기’라는 말은 왜 들어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그게 바로 이 책이 누구나 읽어도 괜찮은 이유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이라는 책을 이 책에 가져와 교양과 덕질의 유사성을 비교 대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p.6~7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덕질’이 비에리가 말하는 ‘교양’과 너무나 흡사하게 느껴져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본문에 나오는 교양이라는 단어를 덕질로 바꾸어 읽어도 조금도 위화감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

교양은 교육과 달리 자신을 위해 혼자 힘으로 쌓는 것이라고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덕질과 결을 같이 한다고 보았다. 나는 덕질이 교양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놀이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책을 읽을수록 그의 교양과 필력이 하루 이틀에 쌓은 게 아닌 듯했다. 그럼 그렇지. 이번이 첫 책이 아니다. <어서 와, 학부모회는 처음이지>와 그림책 <엄마는 뭐가 되고 싶어?>를 낸 작가다. 덕질을 시작하면서는 매일 그림 그리기를 3년째, 매일 글쓰기를 1년째 하고 있다고 한다. 쌓아둔 내공이 덕질로 활짝 꽃 피운 것이다. 작가는 철학책의 본문과 덕주의 가사를 사용하여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 즉 뭔가에 꽂힌다는 건 이런 것이다! 라는 정의를 이 책으로 내렸다. 이런 식의 콜라보로 책을 낸 사람이 있었나?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러니 어찌 덕질 찬양을 하지 않을 수가!

 

 

꼭 연예인 덕질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을 깊이 파고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부제처럼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 가 될 수 있는 거다. 이미 덕후라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덕질에 더욱 의미 부여를 하며 뿌듯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덕질할 대상을 곰곰 떠올려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중독의 피폐함보다는 덕질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아래 인용은 거의 첫사랑을 되찾은 행복에 버금간다!

p.273

덕친 큰언니는 첫사랑이 다시 온 것 같다고 한다. 나이 70을 앞두고 첫사랑의 감정을 다시 맛본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애틋하겠는가. 애틋함이 사라질까봐 전전긍긍 호호 불어가며 감정을 부풀리고 싶지 않겠는가. 첫사랑이 끝나도 그 소중함은 사라지지 않듯이 덕질의 감정을 부풀린다고 해서 그 감정이 가짜인 것은 아니다. 소중한 일상에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듯이 덕질의 감정도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것뿐이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그 안에서 더 큰 것을 감지할 줄 알기에 스치듯 지나가는 덕주의 등장에도 나노로 쪼개보며 행복을 그러모은다.

앗차차, 작가의 덕주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게 궁금하면 꼭 책을 사보길~~ (이미 알고 있다면 쏴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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