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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ㅣ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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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 여럿이지만 클래식 공연을 무관중으로 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며 작년부터 전세계적으로 베토벤 공연이 기획되었는데 대부분 취소되었다. 그나마 공연하는 것도 온라인으로 오픈해주면 감지덕지하며 들었다. 앞으로는 클래식 음악 감상도 집에서 혼자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될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언택트 시대에 맞춤한 클래식 책이 나왔다.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김태용씨의 신간 <90일 밤의 클래식>이 그것이다. 이 책은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이라는 부제처럼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 90곡을 엄선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첫째,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둘째, 난해한 음악이론을 가급적 적용하지 않을 것.
셋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위 원칙에 의거 목차를 주욱 훑어보니 놀라웠다. 먼저 호기심을 끌기 충분한 제목으로 잘 지었고, 그 제목 옆에 소개하는 음악의 제목을 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여서 놀랐다. ‘아니, 내가 모르는 곡이 이렇게 많았었나?’하면서 내용으로 넘어가면 또 놀란다. 곡 설명을 세 페이지로 똑 떨어지게 한 뒤, 감상 팁과 추천 음반으로 깔끔하게 끝낸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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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첨부한 QR코드를 찍고 들어가니 출판사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 책의 QR코드는 유튜브로 연결되었는데 이 책은 출판사로 연결하다니 저작권료를 지불한 것일까? 법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10곡씩 연결해서 세팅해둔 것을 보면 관리한 것 같다. 예컨대 Day 4의 QR코드로 들어가면 Day 1~10까지, Day 13을 누르면 Day 11~20까지의 목록이 뜬다.
단, 주의사항이 있다. Day 4의 QR코드를 찍고 들어가서 바로 플레이를 누르면 나오는 곡이 헨델의 리날도가 아니다. Day 1 글리아드의 카르미나 부라나가 나온다. 그러니까 10개씩 세팅되어 있으므로 들어가면 목록의 순서를 확인후 원하는 번호를 눌러야한다. 독자가 각 날짜의 곡을 다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자신이 들으려고 하는 곳이 맞는지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Day 29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 24개의 카프리스]를 살펴보자. Day 27에서 파가니니의 놀라운 연주에 대한 설명이 있었기에 여기서는 카프리스에 대한 설명 위주로 한다. 음반은 ‘이츠하크 펄먼’과 ‘데이비드 가렛’을 추천했고 QR코드로 들어가면 ‘막심 벤게로프’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원칙처럼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매일 한 곡씩 들으면 석 달 후엔 클래식과 꽤 가까워졌다는 느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클래식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클래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할만 하다. 제목이 90일 밤의 클래식이라 해서 석 달간 다 들으면 또 다른 책을 읽어야하나 고민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라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곡은 대부분 모르는 곡일 것이다. 그러니 하루만 듣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말고 한 곡을 사흘 정도 들어서 귀에 익도록 해보자.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추천 음반을 구매해서 같은 곡을 다른 연주자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비교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안 된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책에서 추천한 음반이 있을 수도 있고, 곡명을 검색하면 다른 연주자들의 것도 들어볼 수 있다. 이렇게 한 곡을3~5일정도 계속 들으면 유효기간이 90일이 아니라 3~4배는 길어질 것이고 넉넉하게 일 년 동안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 짱짱한 책이 될 것이다.
코로나 탓만 하지 말고 이런 책을 힌트삼아 슬기로운 클래식 감상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