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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구하겠습니다! - 1퍼센트의 희망을 찾아가는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조이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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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는 곳에, 교통 사고 현장에, 주택에 지어진 벌집 제거를 위해, 손이 닿지 않는 하수구에 고양이가 빠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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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황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람은 소방관이다. 우리 사회에서 힘들고 어려운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일은 한 가지이거나 비슷한 종류 같은데 소방관이 하는 일은 너무나 여러 가지다. 막연하게 힘들겠다, 고맙다라고 생각만 했지 실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다. 지인 중에 소방관이 아무도 없고, 119에 전화해서 구조요청을 해본 적도 없다. 그저 뉴스에서나 접했을 뿐이다.
이번에 푸른향기 출판사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소방관의 일기장 같은 <오늘도 구하겠습니다>로 그들의 일과 삶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이 책은 5년차 소방공무원 조이상씨가 썼다. 그는 LED제품 관련 업종에서 일하다가 조금 늦은 나이에 소방관 시험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다른 일을 했지만 그의 운명은 소방관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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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렸던 소방관 그림을 보면, 직접 작사 작곡한 소방관 노래 <우리는 간다>를 보면 말이다. 생과 사를 오가는 현장 출동 업무에 바쁜 와중에도 중국어 통역사 자격을 취득하고 일상을 기록하여 이렇게 책까지 낸 것은 그가 자신의 직업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의 글을 읽어보니 맘이 따뜻하면서도 일에 있어서는 열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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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디어에서만 보아온 소방관들의 활약 외에도 현장이 얼마나 더 긴박하고 위험한지 알려 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자극적인 것은 아니다. 저자 조이상씨는 자신과 팀이 출동했던 에피소드에 자신의 단상을 더하고,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소명에 대해 담담하게 기술했다. 그래서 나처럼 소방관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이 그들의 고충과 애환을 책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기도 하고, 구조중 희생된 동료 때문에 괴롭지만, 현장에서 만난 여러 인간 군상들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이 남기는 기록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순신 장군과 김구 선생의 일기가 사료로 남아 몇 백년이 지난 우리에게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그 안엔 지극히 보편적인 일상과 개인의 고뇌도 들어있다. 이 책을 난중일기나 백범일지와 비교하는 것이 너무 과하다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사소해 보이는 이 기록이 단순한 개인의 일상에 더해 202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과 소방관의 업무도 같이 들어있기에 의미가 있다. 소방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혹은 미래의 누군가에게 다양한 각도의 자료로 읽힐 것이다.
그는 이국종 교수를 존경한다고 했다. 이국종 교수의 일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을 존경하는 것이겠지만 아마도 그의 저서 <골든 아워>같은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김훈 작가를 흠모하여 그의 스타일을 꿈꾸었다고 고백한 이국종 교수는 <골든 아워>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다. 날 것 그대로 현실의 기록임에도 소설에 버금가는 서사성이 공존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조이상씨도 기록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다듬어 나간다면 작가 소방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몸 건강하게,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 내밀어주는 사람으로 계속 있어주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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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룬 우리가 저지른 부주의한 행동, 안전 불감증 등에 해당되는 내용 몇 가지를 골라 옮기며 리뷰를 마무리 한다.
p.99
2019년에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173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약 19억 원의 재산 피해가 있었다. 만일 관계인들이 훈련에 좀 더 힘을 쏟았다면, 피해는 조금 더 줄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대로 훈련을 받았다면 앞치마가 아닌 비치된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이런 화재를 처음 겪어봤는지 훈련 때 웃고 떠들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없었다. 일주일 정도 유치원 문을 닫고 보수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아마 누군가는 ‘훈련을 제대로 받을 걸.’ 하며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p.205
인재의 원인은 대부분 안일함이나 가난, 욕심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면 가스 불을 끄지 않고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사고가 나거나, 연탄을 사용하다가 일산화탄소의 배출로 인해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 내가 겪은 소방 활동의 80% 이상은 이런 인재사고다. 법으로나 상식으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득, 예를 들면 음주 운전, 안전벨트 미착용, 피다 만 담배를 산에 버리는 일, 아기를 재울 때 두꺼운 요를 까는 것 등이 인재사고에 해당한다. 그런 행동들은 그들을 위험에 빠지게 한다. 운이 좋아 그들을 구하면 우리를 히어로라고 할 nt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히어로가 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