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립혁명가 김원봉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8월
평점 :

가디언 출판사의 신간 <독립혁명가 김원봉>이 허영만 화백의 만화로 그려졌다. 이 책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진행된 성남시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김원봉의 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암살>과 <밀정>을 통해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이도 많을 것이다. 김구나 안중근, 윤봉길처럼 국사시간에 등장하고 그들의 활약에 대해 배웠더라도 전공자가 아니라면 배운 내용은 점점 희미해진다. 김원봉이라는 이름을 국사시간에 배웠던가? 의열단이라는 이름이 나왔던 건 기억난다. 이렇게 맹활약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국사시간에 배울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이름을 지우고 싶은 이들 때문 아닌가! 일제 강점기 이후 미군정아래 이승만이 정권을 잡으면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은 수난을 당하고 친일파들이 득세했다. 일본 앞잡이였던 친일파는 주요 자리를 차지했고 그 수장은 기회주의자요 친미주의자였던 이승만이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치를 떨었다. 평생을 조국 광복에 몸 바쳤다가 귀국한 김원봉은 왜경 앞잡이 노덕술에게 치욕을 당한 후 풀려나 3일간 통곡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다. 일제의 악질 결찰이었던 노덕술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고문했고 세 명을 죽였다. 해방 후 미군정 경찰로 복직해 수도청 수사과장으로 변신한 그는 반민족회의 특별조사위원회 요원들의 암살기도를 하기도 했다. 70세까지 천수를 누렸고 훈장을 세 개나 받았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고 그 가족들도 죽임을 당했는데 저런 자들은 훈장을 받고 후손은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온 몸을 바쳤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조차 잘 모르고 업적도 모른 채 산다는 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요즘 중고생들이 배우는 국사책에 김원봉과 의열단의 활약을 싣고 있는지 아닌지 잘 모른다. 학생들이건 어른이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김원봉의 삶에 대해 알아야 한다! 1919년 22살의 나이에 의열단을 창단하고 1923년 1월에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혁명선언”작성했으며 의열단이 이것을 인쇄, 배포했다.

기미독립선언서는 국어시간에 외우기까지 했지만 “조선혁명선언”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조선혁명선언”은 일제의 강도정치를 낱낱이 까발리고, 민중이 혁명을 각오함에 있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족(이민족=일본)통치를 파괴하고, 특권계급을 파괴하고, 경제약탈제도를 파괴하고, 사회적 불평균을 파괴하자고 주창한다. 파괴만 하려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하려고 파괴하는 것이니 혁명의 길은 파괴부터 개척해야한다고!
이 책은 단순히 김원봉의 생애를 담은 일대기에서 더 나아가 의열단원으로서, 그리고 조선인으로서 피어린 투쟁을 하다 떠나간 박재혁, 최수봉, 김익상, 오성륜, 이종암 등 의열단원 각각의 활약도 꼼꼼히 담았다. 이름조차 낯선 이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음을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국군 창설의 뿌리이자 항일 영웅 김원봉의 치열했던 삶, 피로 쓴 역사를 이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허영만 화백의 그림으로 지루하지 않게, 실감나게 그들의 길을 따라가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