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김재열 옮김 / 다른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 특히 개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CG가 섞였을지라도 개의 귀여운 연기와 모험, 거기에 사람과의 우정까지 들어가면 푹 빠져서 볼 수밖에 없다.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처럼 현실고발 다큐 같은 책 말고 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문학 장르는 거의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 서평단에 신청해서 받게 되었다. 이 책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의 주인공 고릴라 아이반의 친구 밥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고릴라 아이반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으로 2013년 뉴베리 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디즈니에서 영화화되어 올해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잡종개 밥은 엄마 리오와 여섯 형제들과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날, 어떤 인간에 의해 느닷없이 버려졌다. 졸지에 엄마와 헤어진 후 형제들과 상자에 담겨 도랑 속에 던져졌는데 정신차려보니 밥은 혼자였다. 야생에 내던져진 밥은 산넘고 물건너? 아니 고속도로를 걷고 걸어 겨우겨우 인간 세상에 당도했는데 그곳이 바로 고릴라 아이반이 사는 곳, 서커스 쇼핑몰이었다. 밥은 아이반의 바나나를 훔쳐먹은 뒤 폭신한 아이반의 배 위에서 잠들었고, 그것이 그들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다. 밥은 쇼핑몰 직원의 딸 줄리아가 키우고 싶어해서 그들의 집으로 가게 된다. 사람이 거두어주는 개의 이야기? 무슨 특별한 게 있을까? 싶겠지만 밥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개로서의 자부심 과다로 엉뚱, 발랄, 멍뭉미 뿜뿜하고, 온 동네 일에 관심이 많아 거의 밥반장이다. 목차 다음 페이지에 밥의 행동이 그림으로 나와 있고 그 의미도 쓰여 있다. 그 다음, ‘개사전코너도 있어 미리 읽어보면 내용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밥은 비록 애완견이 되었지만 사람에게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으려고 용쓴다. 인간은 개보다 덜 떨어진 생명체라며! 밥의 행동과 짖음이 같이 사는 줄리아를 포함해 그 부모들과 소통이 어긋나는 때는 웃음을 유발한다. 예컨대 이런 에피소드들이다.

 

밥은 자신의 애착담요, -술래랑 담요에 오 드 밥오줌 향수를 뿌려놨는데 줄리아 엄마가 세탁기를 빨아버려 밥의 흔적이 모두 날아가 버려 절망한다.

 

산책이란 말을 들으면 밥은 미친 똥개 짓을 하는데 인간들이 무척 좋아한다. 아마 인간들 문제에 골머리를 앓다가 행복이 어떤 모습인지 문득 다시 보게 돼서 그럴거라 생각한다.

 

밥은 자기가 줄리아를 산책시키는 거라고 장담한다.

 

 

줄리아랑 공원에 가서 동물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런데 토네이도 때문에 공원은 삽시간에 초토화된다. 죽은 줄 알았던 아이반이 겨우 구조되고 밥은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3장에서는 처음 밥이 엄마와 헤어졌을 때의 이야기로 되돌아간다. 누나 보스와 헤어지게 된 때의 이야기다. 버려진 그날 밤, 다른 형제들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누나의 소리가 들렸지만 밥은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 밥은 태어난지 고작 몇 주밖에 안된 아기였으니까. 그런데도 그때 자신의 행동에 계속 죄책감을 느끼고 살았고, 누나를 계속 찾으러 다니다가 동물보호소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동안 누나가 고통스런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 때 형제들을 버렸던 인간을 더욱 용서하기 힘들었다. , 밥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인간이 알리도 없지만... 어쩌다 원칙주의자가 됐을까? 밥은 용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누나 보스에게 말한다.

 

남에게 상처를 줬다면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 다음 벌을 받고 사과해야해. 그리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해야해. 그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줘야만 그때서야 용서받을 수 있어.”

 

그러자 누나 보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 근데 말이야. 나도 살면서 못된 짓을 참 많이 했지만, 꽤 여러 번 나 자신을 용서해야 했어. 하루하루 살아 내자면 어쩔 수 없었거든.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내가 나를 용서하려면 남의 사정도 좀 봐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밥이 누나를 구하러 가지 못한 자신을 용서 못하겠다고 하자 보스는,

내가 널 용서할게, 됐지? 대신 너도 너 자신을 용서해.”

라며 밥의 죄책감을 덜어주려 한다.

 

밥에게 용서는 쉽지 않았다. 자신에게 크나큰 트라우마로 남은 그날 밤의 사건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설이 끝나갈 무렵 밥은 이런 독백을 한다.

 

다른 개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용서라는 걸 나도 한번 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어. 보스가 내게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게 이런 거 아닐까? 나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나면 남을 용서하기도 쉬워진다는 것. 그래서 지금 노력하는 중이야. 용서는 뼈 같아. 오랫동안 씹어야 해. 뭐라도 얻어내려면.”

 

평범할 것 같은 잡종개 밥은 인간보다 더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할 때가 있다. 마냥 좌충우돌 하는 밥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책을 읽는 인간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이 책은 그저 재미난 동물 이야기 같지만 인간과 동물간의 문제부터 비록 밥의 시각으로 그려졌지만 죄의식, 용기, 우정, 용서같은 문제까지 다룬다. 이 책도 영화로 제작된다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있다면 부모가 먼저 읽고 밥 이야기를 들려줘도 좋겠다. ,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이 개봉하면 영화로 밥이라는 캐릭터를 먼저 만난 후 이 책의 내용을 들려주면 훨씬 가깝게 받아들일 것이다. 어른만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라 자녀나 조카가 있다면 공유하면 좋겠다. 재미있는 건 같이 보면 더 좋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