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명상 1평온 - 오직 나만을 위한 하루치의 충만함
디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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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아마 이런 답을 할 것이다. 이름, 나이, 사는 곳, 직업 등등. 그리고 또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계속 받으면? 겉으로 보여지는 자신을 설명한 후에는 성격과 취향 같은 내적인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런 답은 당신에 관한 것, 즉 정체성이지 당신은 아니다.

정체성이 내가 아니라면, 그럼 나는 누구란 말인가?

<1일 1명상 1평온>이라는 책의 내용 중 가장 쇼킹했던 부분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작가는 위 내용에서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줄 알고, 자기 내면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줍니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

자기 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타인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영혼없이 관용구 쓰듯 했구나 싶었다. 그 어떠한 수식으로가 아닌 ‘존재하는 나’ 가 나라는 것을, 그렇게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남에게 증명할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나는 누구야?

라는 질문을 100번을 해보라고 한다. 하루의 많은 틈 사이사이에 “나는 누구야?”라고 물어보라고. 나에 관해 설명하려 하지 말고 그냥 물어보라고 했다.

아직 100번은 못해봤다. 일과중 비는 시간 사이에 자문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영화감독이 되어 나의 지난 24시간을 돌려보면 습관처럼 하는 행동들이 많다. 먹는 것, 변을 보는 것, 양치하는 것, 독서, 운전등과 함께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손에는 항상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의식없이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작가가 책에서 말하는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이 부유하고 있기에 잠시 그 안에서 나와 관찰자처럼, 영화감독처럼 돌아가는 필름 속 등장인물 보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건 의식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에게 질문하기는 의식하지 않으면 하지 못한다.

이 책의 부제는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당신을 위한 30일 명상 수업’

이다. 템플스테이나 명상센터 같은 곳에 가지 않아도 작가의 손을 잡고 명상의 세계로 입문하기에 적당한 책이다. 요가 강사이자 책을 쓰는 작가 ‘디아’씨의 목소리톤이 조용조용해서 거부감이 없다.

프로필을 먼저 보고 젊은 사람이 명상 책을? 스무 살 때부터 영적인 방황을 한 후 요가와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명상은 왠지 나이든 고승 같은 사람이 지도해야 할 것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작가의 이끌림에 따라 스르르 이완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지시대로 하나하나 따라하고 있었다.

요가 강사의 동작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느낌과 비슷했다. 꽤 수월하게 되는 동작이 있는가하면 따라 하기 힘든 동작도 있으나 50분이 지나면 어느새 몸이 편안해진다. 차시를 거듭할수록 내 몸이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 책도 그랬다. 책에서 요가 동작을 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가가 요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톤이 활자에 녹아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작가는 자신이 얼마나 요가를, 명상을, 잘 하는지 자랑하지 않는다. 일상 생활 속에서 겪은 아주 사소한 마음의 변화, 주위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느낀 것들, 간간이 유명인의 책이나 말등을 적절히 배치해서 명상으로 연결해준다. 분명 이렇게이렇게 해보세요! 라고 되어있고 따라하면서도 가르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나는 이렇게 잘 한답니다! 내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여러분도 해보세요! 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재테크나 자기계발 서적을 읽을 때, ‘참 잘난 척 하는구나! 뭐 그러니까 책까지 냈겠지.’라는 시니컬한 마음이 꼭 들었는데 이 책은 그런 뉘앙스가 없었다.

 

 

 

뒷 날개의 “평온한 마음을 기르는 30가지 수업”을 보고 마음에 내키는 부분,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펼쳐서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기를 권유한다. 왜냐하면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강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기부터 시작해 호흡하기, 자신을 내려놓기, 자신이 하는 행동을 잘게 쪼개어 관찰하기 까지 점층적으로 나아간다. 워밍업을 거치지 않고 갑자기 후반부 내용을 따라해 보려고 하다가 넘어질 수 있다. 역시 명상은 어렵다며,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며 그만둘 수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30일 명상수업이라 했지만 자기 속도대로 천천히 해보길 권한다. 호흡하기 같은 경우는 한 번 해보고 끝나는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작가말처럼 지하철 한 정거장 지나는 동안 내가 몇 번 호흡하는지 세어보는 건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책으로 부족하다 싶은 사람들을 위해 QR코드도 넣어두었으므로 집에서 편안하게 자리 펴고 따라해봐도 된다.

 

"나는 누구인가?"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남에게 증명할 내 취향과 커리어를 말하려는게 아니다.

내가 이순간 이곳에 있다!

나는 그냥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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