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하는 글쓰기
강창래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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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하는 글쓰기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알고 있던 글쓰기 규칙을 위반하라고? 그래도 된다는 말? 이 책은 그동안 글쓰기에서 금과옥조처럼 따랐던 것들에 태클을 건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그 이유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적절한 접속사 사용, 부사와 형용사 남발 억제, 단문 쓰기등 글쓰기 상식이라 할만한 규칙을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그 반대 용례들도 보여준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잘 쓰고 싶어 한다.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아마추어라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부족함에 대한 코칭을 받으려고 그동안 글쓰기 책을 여러권 읽었다. 그 책들에서 코칭하는대로 잘 따라했다면 지금쯤은 아마추어 티를 벗었을까? 그러지 못했다. 줄긋고 메모하고 리뷰까지 썼어도 체화하지는 못했다. 다만 여러권 읽다보니 공통 분모는 있었다. 그 당부들은 글 쓸 때 내 머릿속 검열관으로 작동했다. 저자는 오히려 그런 것을 격파한다.

이 책은 나같은 아마추어에게 용기도 주었지만 움츠려들게도 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 대부분 리뷰를 쓰는 편인데 이 책 리뷰는 선뜻 시작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쓰던 방식이 너무나 부끄러워졌고 진짜 검열관이 내 손끝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판을 두드리는 옆에서

"그렇게 아니죠!"

"이 문장은 비문입니다."

라고 콕 찝어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마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면 자동음성지원까지 됐으리라...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로잡기, 쓰기, 고치기 순서이다.

1부 바로잡기 에서는 글쓰기의 정석이라 알려진 것들, 우리 말에 대한 오해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는데 그저 고개 끄덕여졌다. 다독이 필수인지, 필사는 꼭 해야 하는지, 정말 말하듯이 쓰면 되는지, 잘 아는 것만 써야 하는지 처럼 따라하면서도 의문을 가졌던 독자라면 1부의 내용은 유용할 것이다. 본 리뷰에서 1부 내용을 요약하지 않는 이유는 독자가 직접 읽어보고 자신이 가졌던 의문과 비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이다. 모두 중요한 내용이라 요약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실력 부족 탓이 더 크다.

2부 쓰기를 읽으면서 나는, 심히 찔렸다. 저자처럼 완전 프로인 사람도 책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7권의 책과 10편의 비디오를 본다고 했다. 광범위한 자료 조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자료는 아무리 많아도 많은 게 아니란다. 저자가 자료 조사를 넓고 깊게 하는 이유는 고정관념에 치우칠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편견이다. 편견은 다양한 편견을 섭렵함으로써 그 편협한 주관성의 문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잘 아는 주제’가 되어야 꼭 짚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따라할 수 없는 경지다. 잘 아는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지나치더라도 자료 조사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겠다. 허나 자료 검색 뒤로 이어지는 소설가가 되려는 이들에게 도움 되는 내용들을 읽으니 슬금슬금 변명거리가 기어 나왔다.

‘난 소설가가 되려는 건 아닌데...’

‘기고해야 할 서평을 쓰는 것도 아니고...’

사실 2018년 1월, 매일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글이든 매일매일 쓰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거의 1일 1책 리뷰를 쓰고 있다. 저자가 리뷰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보니 내 행동은 너무 무모한 짓이다. 매일 한 권을 읽고 리뷰를 쓰는 건 수박겉핥기에 불과한 게 아니었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매일 책 한 권 리뷰는 힘들다고 저 혼자 징징대는 꼴은, 마치 누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매일 써야하는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들아가놓고는 괴로워하는 꼴이다.

 

3부 고치기에서도 나의 반성은 이어졌다. “글쓰기보다 글 고치기”라는 꼭지에서 스스로 고치기 어려운 초보자라면 같은 주제의 글을 세 번은 써보라고 했다. 나는 세 번씩 써 본이 없다. 다시 읽으니 보이는 어색한 문장이나 오자를 고치는 정도로 그만이었다. 책 리뷰 말고 에세이 같은 글을 쓴다면 꼭 실천해봐야겠다. 아니다. 리뷰를 쓰더라도 일주일에 한 권씩만 쓴다면 여러 번 고쳐 쓰기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 또 변명하자면, 카운트 중인 1000일 글쓰기가 120여 일이 남았다. 꼼꼼한 자료 조사와 여러 번의 고쳐 쓰기로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완성하는 것은 넉 달 뒤로 넘겨야겠다. 이렇게 변명만 일삼으니 프로 입문은 어렵지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반성했다가 변명했다가 극과 극으로 널을 뛰었다. 3년 째 하는 글쓰기 연습을 이토록 부끄럽게 만들줄이야... 이 책은 늘 곁에 두고, 글 쓸 때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선생님에게 검사받는 용도로 써야겠다. 이렇게 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책을 펴볼 것이다. 내가 쓰는 문장들이 식상하고 진부한 것 같을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극적이면서 보편적인 것”이라는 다독임과 문장이 자꾸만 길어질 때, 유명 소설가가 되려는지도 모르겠다는 격려를 받을 것이다. 비록 저자의 뜻은 그게 아닐지라도 말이다.

 

글을 잘 써보고 싶은 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등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조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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