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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퍼러리 댄스 - 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
박서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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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퍼러리 댄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차리는 사람은 무용 전공자 외에는 없을 것이다. 영어 ‘컨템퍼러리(contemporary)’가 ‘동시대의, 현대의’ 라는 뜻이라는 걸 안다면 ‘현대 무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대 무용이란 장르의 이미지가 직관적으로 딱 떠오르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Comtemporary Dance’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
‘컨템퍼러리 댄스(contemporary dance)’
: 장르상 현대 무용이면서도 현대 무용의 획일화된 안무 스타일을 벗어나는 혁신적인 현대 무용 스타일. 원래는 전통적인 발레에 반대하여 일어난 현대 무용(modern dance)의 개념으로 쓰였으나, 현재는 새로운 조류의 현대 무용을 지칭한다.
무용전공자이거나 웬만큼 무용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다면 위 사전적 의미를 읽어도 컨템퍼러리 댄스가 어떤 무용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단어의 해석을 길게 하는 이유는, 책 <컨템퍼러리 댄스 : 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라는 책을 읽을 독자의 한정성 때문이다. 예술 관련 전공자라해서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을 것이고, 일반 독자라 하더라도 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 손에 잡기 어려울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독자는 무용 전공자들에게 한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 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의 서평단 이벤트 책으로 소개한 것을 보고 신청했고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신청한 이유는 춤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전공자도 아니고 조예가 깊다고 표현하기도 뭐하지만, 발레든 현대무용이든 직접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편이라서 책의 부제 속 문구인 ‘새로운 친구들’이라는 말에 흥미가 생겼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고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 얻은 정보들을 실제로 음악회나, 무용공연, 미술관을 찾아가 확인하면서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 같은 고전 발레부터 현대무용까지 즐겨 본다. 작년에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와 프렐조카주 무용단의 <프레스코화>를 공연장에서 직접 감상했고, 데보라 콜거 무용단의 공연은 몇 년 전에 관람했다. 피나 바우쉬 공연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영화 <피나>로, 모리스 베자르는 영화 <댄싱 베토벤>으로 감상했고, <봄의 제전>으로 바츨라프 니진스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
직접 공연을 본다고 해서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특히 서사와 기승전결이 명확한 고전발레에 비해 컨템퍼러리 댄스는 안무가나 연출가의 의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컨템퍼러리 댄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앞으로 공연장을 찾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저자 박서영씨는 유니버설발레단 단원 출신으로 현재는 한예종과 국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책에 나오는 춤의 친구들은 춤과 연관된 측면만 보여줄 뿐이니 어떤 한 부분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관련 전문 연구서를 찾아보라고 하면서 참고문헌과 영상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으로 책의 서술방식이다. 춤의 친구들을 시대순으로 서술했는데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독자가 읽기에 편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춤의 친구들이란 누구를, 아니 무엇을 말하는 걸까? 목차의 순서대로 보자면 미학, 연극, 디지털 매체, 공간, 음악, 시각예술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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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컨템퍼러리 댄스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된 배경으로 ‘미학’과의 만남을 설명하고, 2장에서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있어온 ‘연극’에서 시작해 춤이 연극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말한다. 3장은 가장 최신 친구라 할 수 있는 ‘디지털 매체’와 춤의 만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4장은 춤이 관객과 직접 만나는 장소인 ‘공간’의 모습을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5장은 춤과 뗄 수 없는 존재인 ‘음악’을 통해 두 예술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애증의 기간을 거치며 변화하고 있는지 밝히고 6장에서는 성격이 전혀 다를 것 같은 친구인 ‘시각 예술’과 춤의 관계를 다룬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각 장은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이것은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다양한 예술 장르와 춤이 만나는 지점을 역사적으로 짚다보니 앞에서 나온 내용이 여러번 다시 나오기도 하는데, ‘했던 얘기 또 하나?’ 싶어 지겹다고 할 독자가 있을 것이고, 반복학습의 의미로 좋게 받아들일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 춤과 그 친구들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주제가 되는 친구의 역사를 서머리하듯 훑어내는 각 장의 앞 부분에서는 ‘나, 다 아는 내용인데!’ 혹은 ‘굳이 이런 설명이 필요한가?'라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길 원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고, 처음 아는 내용들이 많고 그것과 춤과의 연관성을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할 독자가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은 호불호가 클 가능성이 있다. 춤과 그 친구들과의 관계 및 역사에 대해 전반적 이해를 하게 될 목적으로, 혹은 무용을 시작하거나 전공하기 위해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반면 컨템퍼러리 댄스 자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한 독자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사진이다. 저작권과 비용 때문에 싣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각 장에서 소개하는 유명 무용단, 혹은 인지도 높은 무용의 몇 장면 정도를 실어주었다면 읽기에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댄스 책인데 댄스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또 하나는 각 장의 마지막에 소개한 유튜브 영상 링크이다. 요즘은 QR코드 하나면 스마트폰으로 바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주소 링크로 되어 있어 찾아 보기가 불편했다. 물론 열성적 독자라면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일일이 찾아보겠지만 요즘처럼 편리함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QR코드 제공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보지는 않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꼭 컨템퍼러리 댄스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춤을 위시한 예술 전반에 대해, 춤의 역사와 연관성을 가지는 다른 매체들과의 관계에 대해 두루두루 살펴보기에 적당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컨템포러리 댄스를 포함한 무용 공연 관람시 배경지식이 되어줄 수 있다.
**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