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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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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이야기 할 때, 세대갈등이란 단어를 무람없이 사용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갈등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쓰였다. 크게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으로 구분하자면, 나이 든 사람들을 싸잡아 태극기부대나 틀딱으로 비하하며 세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기 고집만 내세운다고 표현하고, 젊은이들은 패기도 열정도 없는 철부지로 평가절하한다. 이러한 세대갈등은 그 넝쿨이 꼬일대로 꼬여 풀리지 않을 것처럼 표현되는데 마치 갈등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러한 세대갈등을 손쉽게 풀 수 있는 묘책이 있을까? 쌤앤파커스에서 나온 신간 <센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라는 책은 세대갈등을 넘어 서로를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김성회 교수는 세대를 크게 3세대로 나누고 그 세대의 특징을 설명한다. 제목에서처럼 3세대 간의 전쟁을 평화롭게 유지하려면 어떠해야 할지를 부제에서 이렇게 힌트를 준다.
"서로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해주는 다초점렌즈 같은 책"
그럼 제목에서 명명한 3세대의 구분부터 해야 한다.
센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로 1950년대 중반~1965년 출생자 를 이르고,
낀 세대는 X세대로 1965~1970년대 중후반 출생자,
신세대는 이 책에서 MZ세대라고 부르는데
M은 밀레니얼 세대로 197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 출생자,
Z세대는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 이다.
책에서 세대를 지칭한 방식대로 이 리뷰에서도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 MZ세대라고 쓰겠다.
저자는 대기업을 비롯 공공기관이나 대학교에서 조직관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등의 인기 강사로 이 책을 위해 조직 내 다양한 계층을 인터뷰했다. 리더십 코칭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이 시대의 리더들이 소위 요즘 애들과 더불어 조화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세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이제 세대 간 전쟁을 끝내고 평화가 오길 바라는 심정으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비밀 코드들을 이 책에서 전수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조직의 리더에게만 필요할까? 부제에서도 밝혔듯 다초점렌즈라고 했으니 모든 세대가 읽어도 좋다.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세대를 당최 이해 못하겠다며, 그저 담쌓고 사는 게 상책이라며, 소통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책을 읽고 그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쌓였던 오해의 장막을 벗기면 소통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가장 웃픈 현실은 센 세대의 자식이 신 세대이니 부모 자식 사이임데도 소통이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부모자식간에도 이러하니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만났을 때는 어떠랴. 밉다밉다하면 아주 외면하고 싶어지니 이 책을 교과서 삼아 다른 세대 공부도 좀 하고 서로의 간극을 좁히려 노력한다면 더 이상 세대라는 말 뒤에 갈등이니 전쟁이니 하는 단어는 붙이지 않게 되길 바란다.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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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각 세대를 다양한 각도로 비추어 차이점을 알록달록한 프리즘처럼 펼쳐보인다. 직장에 대한 생각차는 극명한데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마디로 죽을똥 살똥 일해서 밥값하는 것, 즉 먹고살기 위해 뼈빠지게 일했고 ‘하면 된다’는 믿고 달려왔으며 뛰는 만큼 성과도 나던 시절을 살아왔다. X세대는 회사에 헌신해봐야 헌신짝이 된다는 걸 실감한 세대로 실력을 쌓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라 생각한다. 낀세대에 속하는 나로선 저자의 X세대에 대한 설명에 공감하며 같이 짠했다.
p. 43
가장 순응적인 세대이지만 이들의 장점은 불행, 불운, 부당함을 외부보다는 내부로 돌려 노력하고 극복하려는 무한 긍정성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철없이 낭만과 문화를 꿈꾼다. 그래서 영포티(Young Forty)는 영피프티가 되어서도 티 없고 해맑다. 현실의 걱정이야 끊이지 않겠지만, 머리로는 늘 세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낭만주의자들이다. 이런 세대에 “당신 멋져.”란 건배사가 유행한 것은 흥미롭다.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면서 살기! 괴로워도 슬퍼도 져도 울지 않은 X세대의 자기 위로는 짠하다.
MZ세대는 ‘돈값만큼만 일하기’가 이들의 생활 선언이다. 베이비부머는 성공의 조건으로 직장생활에 올인, 열정과 성실에 승부수를 걸었다면 X세대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 축적을 위한 지식, 자격증으로 내실을 기하고자 했다. 반면 MZ세대는 ‘길고 오래갈’ 습관에 투자한다. 그들은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어떻게 행동하면 성공한다는 말에 동조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내가 전부’인 세대다. 이렇게 키운 것은 사실 그들의 부모 베이비부머 세대다. 공부를 위해 모든 것은 후순위로 미루게 한 것이 부모들인데 그들이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것을 힐난해봤자 제 눈 찌르는 꼴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고 일에 최고로 의미를 부여하건만 MZ세대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밀레니얼 직장인들의 3가지 유형을 보면 알 수 있다.
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딴청 피우는 메뚜기형
② 평균 이상의 열정은 보이지 않는 개미형
③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베짱이 유형
이 책의 장점이 여기서 드러나는데 조직에서 이런 밀레니얼 세대를 대할 때, 리더 즉 베이비부머세대가 대처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해 준다.
메뚜기형에게는 현재의 일에 좋아하는 것을 결합시킬 방법을 모색하도록 도와주고, 개미형에게는 일을 쪼개서 주어 단계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해주고, 베짱이유형을 저자는 헛똑똑이라고 했다. 일과 삶의 균형은 분리가 아니라 통합임을 알려주어야 한다며. 그러나 직장생활의 투 트랙인 커리어 지향형과 라이프 지향형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므로 강요할 순 없다. 단, 본인이 선택해서 현재의 소확행을 중시, 미래 커리어는 포기했다면 다른 이의 성공에 시기질투는 하지 않을 각오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별 직장의 의미를 아래 표로 정리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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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챕터마다 분석한 것을 이렇게 표로 정리해서 독자에게 텍스트로 읽은 내용을 한번 더 복습할 수 있도록 한다.
2장은 조직생활에서 생각의 차이로 인해 확연하게 표 나는 상황들을 사례별로 정리했다. 이 장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이 에피소드였다.
# 에피소드 ‘불안’이 디폴드 값인 90년 생
선배세대 : 도대체 요즘 친구들은 ‘충실, 성실, 절실’이 없어. 안 되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되게 하려는 간절함이 없어.
MZ세대 : 우리가 왜 절실함이 없어요? 우리만큼 삶에 절실한 세대는 없을 걸요. 불만 못지않게 불안도 커요. 뭐든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초조한 상시 불안세대인 걸요.
MZ세대의 부모들은 그들에게 온갖 종류의 맞춤형, 기획형 사교육을 시켰고 대학 졸업장만으론 부족하다며 더 일찍, 더 세게, 더 많은 종목을 가르치는 것으로 사회 변동성에 대비했다. 이러한 과보호에 대해 캐나다의 임상심리학자 ‘조던 베어런트 피터슨’ 교수는 “과잉 보호된 사람들은 오로라 공주처럼 실패나 실망, 적대감을 처음 경험했을 때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들이 늘 불안과 대비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직접경험보다는 늘 간접경험을 통해 세상 공부를 하도록 한 영향도 있다. 사회라는 책에서 배우기보다 책 속에서 사회를 배우려 하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는 끝나지 않고 뛰어들 자신감은 생기지 않는다. 준비하지 않은 도전은 늘 두렵다. 변동이 심한 사회를 살면서 가장 확실한 대책만을 추구하려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가장 열심히 대비하지만 가장 불안해 하는 세대, 밀레니얼의 역설이다.”
이 장의 마지막 챕터 자율성과 관련된 부분도 눈 여겨볼만 하다. 베이비부머세대는 말하지 않아도 척척 해주길 바라고 MZ세대는 말로만 자율성이라고 하면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푸념하며, 알아서 움직이라는 말엔 “알아야 움직이지!”라며 억울해한다.
그들의 자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저자는 이렇게 알려준다.
첫째, 자율성의 전제를 바꾸어야 한다. → 목표와 좌표를 정확히 알려주어야 비로소 참여한다.
둘째, 경계를 분명히 일러주라. → 넘지 말아야 할 경계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무엇을 하면 위험한지 알려주는 경고가 필요하다.
셋째, 지속적으로 유지 보수하라. → 똑같은 제도인데도 잘 운영되는 조직의 비밀은 제도 자체보다 운영에 있으므로 버전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3장. 의자혁명을 통한 미래 직장 인간관계 리포트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으로 아래 표를 보면 3세대의 차이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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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 드링킹’이란 단어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났는데 네트워킹이 일을 잘하기 위한 인간관계 쌓기라면 네트 드링킹은 네트워킹이 그저 술자리에 불과한 시간낭비라는 비꼬는 의미라고 한다. 선배세대는 일을 하기 위한 인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밀레니얼은 자기 실력을 쌓으면 인맥은 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선배세대는 어제 누구를 만났느냐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MZ세대는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으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같이 해야 할 목적이 있을 때는 낯선 사람들끼리도 모여 힘을 합친다. 목적과 비용의 편리함으로 불편을 감수할 수 있고 서로간에 무엇을 나눠 부담하고 어떤 것을 간섭하지 말아야 할지 영역과 역할만 분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각 세대는 서로의 빛에 주목하지만 그림자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서로에 대해 이해한다는 말, 역지사지 해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쉽다. 말로만 했지 실제 그러려고 노력해보았는지 반문해보는 기회였다. 세대 이해는 시대 서사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기억해야겠다. 알고 보니 서로에게 짠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책으로 다른 세대를 알아가는 시작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