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 물과 공기가 빚어낸, 우리가 몰랐던 하늘 위 진짜 세상
아라키 켄타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구름, 하늘, 무지개, 달.
이런 단어를 듣고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 이유는 낱말의 뜻을 알아서라기 보다는 그것의 시각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모두 하늘에 있다. 우리는 평소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 보고 살까? 하루에 한 번도 안보고 지나가는 날도 부지기수다. 딴 길로 잠깐 새자면, 우리가 가장 많이 쳐다보는 것은 스마트폰일 것이다. 하루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 할애해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구름의 모양이나 달의 모양의 변화를 알아채고 그것의 아름다움도 느끼고 나아가 주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흠... 또 스마트폰이 등장하는군...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이 신체 일부가 된게 아닌가 싶다.ㅠㅠ
다시 돌아와서 내가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오호,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라~ 기술이란 단어가 살짝 걸리긴 하지만,
책표지만 봐도 기분이 상쾌해 지는데 이 책 안에 구름 사진이 얼마나 많이 나올까?
직접 구름을 볼 시간은 없어도 리뷰를 써야되니까 책 속의 구름이나마 맘껏 볼 수 있겠다!’
라는, 어떻게 보면 사심 그득한 심정으로 신청을 했고 당첨되어 책을 받았다.
책 속 구름 사진들을 소개하자면 이 정도다.



진짜 구름 사진 원없이 볼 수 있다. 게다가 직접 내가 보지 못한 구름이 더 많아서 구름의 거의 모든 종류를 다 본 것 같다.
그.런.데.
제목의 ‘기술’이라는 말을 간과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 책을 펼쳐 구름 사진만 본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책 읽다 하늘을 보고 확인도 한번 해보고. 하지만 이 책으로 리뷰를 써야하고, 그러려면 텍스트도 자세히 읽어야 한다. 뼛속까지 문과인 나로선 이 책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텍스트의 절반, 아니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고백컨대 텍스트 읽느라 힘들었다. 그동안 몇 백권의 리뷰를 쓰면서 과학책을 안 쓴건 아니었다. 그런데 대부분 과학과 인문학의 콜라보 형식이 많아서 전문 지식이나 수학적 공식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이 책은 정말 수학적, 물리학적 공식이 많이 나온다. 앗, 혹시라도 이 리뷰를 읽으며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까봐 급 걱정이 된다.
그럼 이 책을 읽으며 재미있어 할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저자처럼 기상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이나 그 관계자들은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아마도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하다. 엄청난 양의 구름 사진, 디테일한 구름 관련 지식까지, 일본인들의 덕후스러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주나 천문학, 즉 하늘 쪽에 관심있는 이과계열 학생 및 관계자에게도 추천한다. 과학적 공식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므로 사진과 텍스트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럼 나처럼 구름이란 단어에 홀려 구름 사진 보려고 하는 이들에겐 비추인가? 그렇지 않다! 의무적으로 리뷰를 써야할 조건 없이 책을 선택했다면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텍스트 설명으로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까봐 귀여운 일러스트로 설명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그것만 봐도 된다.
이 정도라면 이 책은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정리되었다.(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휴... 다행이다.
이제 저자와 책 소개를 할 차례.
저자 ‘아라키 켄타로’는 기상 전문가이자 일본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원이다.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부를 거쳐 기상청 기상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방기상대에서 예보·관측 업무를 시작해 현직에 이르렀다. 수년간 구름에 대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분석, 대기 현상이 초래하는 것들을 연구하며 구름 물리학에 몰입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를 감수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면 구름은 그곳에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팍팍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볼 기회와 시간을 잃고 말았다.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즐거움을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즐거움을 떠올릴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평소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며 마음에 드는 구름이나 하늘의 모습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에게 보고 싶은 구름을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나 구름을 즐기는 몇 가지 요령을 공유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짧은 생애 에서는 구름 생성의 원리를,


2장 구름을 펼치면 에서는 구름의 종류를,



3장 구름의 빛 에서는 빛 때문에 볼 수 있는 하늘의 현상을,


4장 날씨를 읽는 방법 에서는 구름으로 날씨를 보는 방법을,


5장 구름과 우리 에서는 구름의 원리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법과 구름을 사랑하자고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구름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구름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이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름에 관한 이렇게 많은 지식을 이 리뷰에서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 소개와 이 책의 좋은 점을 알리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실력부족 때문임...) 구름에 관한 전문적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들은 책을 직접 사보길 권유하고, 저자의 말로 마무리한다.
p.345
단순히 구름을 보기만 하는 관천망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구름의 마음을 느끼고 감천망기(구름의 목소리를 듣고 구름의 마음을 느낀다면 날씨의 변화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를 통해 구름과 친하게 지낸다면 우리는 충실한 구름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346
즐거운 기분은 전염된다. 그 마음이 친한 사람에게 전해지면 그 사람의 마음이 다시 또 다른 친우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많은 사람에게 즐거운 기분이 확산된다. 구름에 대한 사랑이 널리 전해지면 좀 더 구름을 즐기기 위해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을 익히면 아름다운 구름이나 하늘을 만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감천망기를 통해 날씨의 급변을 불러오는 구름을 포함한 모든 구름과 적당한 거리감을 두면서 지내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도 있게 된다. 요컨대 구름에 대한 사랑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길로도 이어진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