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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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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소설 <공공연한 고양이>
고양이 나오는 건 무조건 읽고 본다!
이 소설집에 소설을 쓴 작가들 10명 중 책을 읽어본 작가는 세 명, 그 중 두 명은 관심있는 작가다.
작가 소개를 보니 이 들도 다 집사!!
그저 반갑고, 집사작가라면 고양이에 대해 더 잘 묘사했을거라 기대하고 읽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10편의 소설이 실린 이 단편집은 200쪽이 채 안된다.
그러니 소설의 분량도 짧아서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작가의, 짧은데 많은 소설이 실린, 소설집의 경우
"헷갈린다!"
"뒤섞인다!"
"남는 게 없다!"
같은 하소연이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만??
아, 집사들에겐 그럴 것이다!
10명의 작가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또 그럴 것이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10편 중 한편이라도 재미있거나 감동을 받았다면 괜찮은거다.
앗, 출판사나 작가는 안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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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각설하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그동안 고양이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로 대표작은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다.
이 소설에서도 고양이가 직접 말을 하는 1인칭도 있고 인간의 시점이지만 고양이가 동등하게 주인공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설의 형식이지만 일기같기도 수기같기도 한 작품들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고양이'하면 숱하게 들어온 사연들이라서 소설같지 않기도 했다.
그중 흥미로운 소재를 사용한 것은 김멜라의 "유메노유메"와 양원영의 "묘령이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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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유메"는 고양이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도 여자, 고양이도 여자인데 여자 둘이 하는 스킨십이 찐하게 묘사된다. 여자사람 입장에선 남들 보는 앞에서 과한 스킨십을 하는 (사람으로 변한)고양이때문에 당황스럽고, 고양이 입장에서는 고양이일때 하고싶어도 못했던 것들을 하는데, 그걸 저지하는 사람이 이상한거다. 그동안 소설에서 사람같이 행동하는 고양이나 사람으로 변신한 고양이를 소재로 한걸 봤지만 이런 전개는 또 첨이라 신박했다.
고양이 입장에서 표현한 문장이 찡했다.
p. 149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애는 내가 장어덮밥이나 와규 때문에 사람이 된 걸 좋아하는 줄 알지만 사람이 되어 좋은 건 미애를 만질 수 있어서다. 고양이였을 땐 미애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미애의 손을 잡고 미애의 발등 위에 내 발등을 올리며 미애의 몸을 느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미애와 마주 보고 누워 뽀뽀하기. 미애의 코에서 나는 따뜻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인간이 된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나도 우리 냥이의 코에 내 코나 얼굴을 갖다대고 숨결을 느끼는 걸 좋아한다. 특히 루키의 콧김이 가장 좋은데 세마리중 얘만 내게 그 숨을 제대로 전달해준다. 오키는 내가 얼굴 대는걸 허락하지 않고 토르는 아직 숨이 가늘어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묘령이백"은 가히 드라마 <도깨비>의 고양이 버전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는 동물을 데려가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200년째 저승으로 못데려가고 있는 고양이가 바로 주인공 묘령이백이다. 왜냐하면 로봇공학자였던 첫번째 주인이 너무나 고양이를 사랑한 나머지 로봇고양이의 몸에 자기 고양이의 뇌를 이식해서 계속 살아가게 된 것이다. 첫번째 주인이 죽고 그후에 만난 주인들도 묘령이백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죽지않게 된다.
일생이 짧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그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사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 소설의 소재처럼 자기 고양이가 죽지 않고 계속 좋은 주인을 만나길 바라는 꿈을 꾸는 거다. 비록 자기가 먼저 죽더라도 말이다. 이 짧은 소설은 기발한 환타지라서 재밌었는데 반전까지 있어서 끝까지 웃게 만들었다.
소개한 두 소설 모두 환타지였다. 우리 집사들은 고양이를 세상에서 귀한 존재로 모시며 평생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이런 마음자체가 환타지인걸까?싶기도 하지만... 그들과 좀 더 교감하고 싶고 더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그런 집사들의 마음을 담은 소설집이라서 읽고 나서도 계속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