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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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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상권에 이어 하권도 호로록 한 번에 다 읽었다. 중국 무협드라마를 보는 듯 스펙타클한 배경과 빠른 전개가 도중에 손놓기 힘들었다. 상권에서는 등장인물 소개, 각 집안에 대한 정보와 함께 여자주인공 왕현이 열다섯살에 결혼하고 나서 큰 일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이 주가 된다. 비록 정략결혼이었지만 예장왕과 왕현이 뒤늦게 부부간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끝이 났다.
하권은 상권보다 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여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사략으로 급 마무리되는 분위기라 뭐 이렇게 끝나지? 라고 생각했는데, 맨 뒤에 ‘후기’라는 이름으로 100여 쪽이나 되는 내용에 못 다한 이야기와 뒷이야기를 구성해 두었다. 영화로 치자면 좀 긴 쿠키영상 되겠다.
이 책은 앞에서도 밝혔다시피 한 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각권이 무려 500쪽이 넘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이런 소설이 리뷰 쓰기가 쉽지 않다. 리뷰를 쓰다 자칫하면 줄거리만 줄줄 늘어놓는 꼴이 되는데 이 소설은 너무 길어서 그러지도 못한다. 또 대하소설 못지않은 길이와 내용, 여러 가지 사건들이 쉴 새 없이 벌어지는 통에 특정 사건을 고르기에도 난감하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건을 쓰다보면 그 사건 앞뒤로 벌어진 일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리뷰 못 쓰는 변명을 하는 것 같다. 뭐,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이 소설 리뷰를 어떻게 잘 쓸까?” 고민고민 하다보니 이 멘트가 딱 떠올랐다.
"좋은데! 차~암 좋은데! 뭐라 말을 몬하겠네!"
그래도 뭐라 말을 하긴 해야 한다.
하권에서 연속되는 각종 사건들은 결국 주인공 왕현을 성장시키는 미션이었다. 테트리스처럼 맨 아래칸을 다 채우면 또 다른 막대기가 내려오고, 그것을 빈틈 없이 차곡차곡 쌓으면 또 아래칸이 내려가는 것처럼 그녀는 닥쳐오는 일들을 거침없이 하나하나 클리어해 나간다. 그것은 곧 그녀가 남편 예장왕의 패업을 이루게 하는 내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조보다는 자신의 성장, 나아가 둘이 같이 이룬 제왕패업이 되는 것이다.
p.168
“부귀영화를 아무 대가 없이 얻는 줄 알았더냐?” 나는 자조했다.
“지난 세월 동안 너는 근사한 내 삶만 보았지. 내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가슴 졸이며 사는 것은 보지 못했다. 소금아, 네 운명만 기구한 것이 아니야. 근사한 삶 뒤에는 그만큼의 괴로움이 있는 법이다. 너에게는 너만의 세상이 있었는데 구태여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시기한 까닭이 무엇이냐?”
위 내용은 왕현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억울해하는 금아에게 왕현이 하는 대사이다.
왕실의 딸로 태어나 부러운 것 하나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왕현도 자신의 자리에 걸맞는 삶을 살기 위해 쉬운 건 없었다는 대답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누구나 남의 손에 쥔 떡은 더 커 보이고, 내 고통은 제일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은 보잘것 없어 보이고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만 한다. 이것은 비교라는 할 필요 없는 짓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소설 속 왕녀와 하녀의 신분 차는 비교될 수밖에 없고 나는 왜 하녀인가?라는 억울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왕현은 태어나보니 그 자리라서 노력으로 가진 지위는 아니었으나 남편의 제왕패업의 길을 함께 이루기 위한 노력은 자발적 행위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 중 왕현처럼 행동한 사람은 없는 것만 봐도 왕현의 노력은 다르다.
이런 무협소설에서 꼭 등장하는 것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모반 혹은 배신이다. 하권에서 가장 반전은 송희은이었다. 심복이자 친구라 믿었던 사람의 반역을 왕현이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여자 주인공 혼자 해낸 것이다. 왕현은 트릭을 만들어 둔 다음, 두 수 먼저 두어 시간차를 만들고 정면 승부를 한다. 송희은이 군사를 모으러 떠난 사이 적진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집에 직접 찾아가서 가족을 먼저 만나는 것이다. 남편 예장왕이 돌궐을 치느라 궁을 오래 비운 사이 쌍둥이를 혼자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작가는 주인공이 이런 큰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줌과 동시에 주인공의 성장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감정을 느끼게끔하는 효과도 준다. 이런 부분이 이 소설에선 극대화되었기에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중국에서 이미 <강산고인>이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내년에 방영예정이고 장쯔이가 주연이라고 한다. 텍스트를 읽으며 복식과 궁궐, 자연 배경 및 주인공을 상상했던 맛을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겠다. 중국드라마의 스케일이야 워낙 크니까 다른 건 걱정 없는데 주인공 예장왕이 어떤 배우가 연기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싱크로율이 떨어지면 드라마의 재미도 급하락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남자 배우는 잘 모르니까 우리나라 배우로 캐스팅을 한 번 해본다면! 조인성이나 박해수가 어울릴 것 같다. 조인성은 안시성에서 양만춘 역할을 잘 해냈고 박해수도 왕 역할에 꽤 어울릴 것 같다.
지극히 개취로 고른 인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