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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미래를 과학하라! ㅣ 10월의 하늘 시리즈 6
정재승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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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 미디어에서 출간된 책, <십 대, 미래를 과학하라!>는 지난 10년간 열렸던 청소년을 위한 과학 재능 기부 강의 “10월의 하늘” 강연집이다. “10월의 하늘”의 강연을 시작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정재승 박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 강연이 지속되길 바라며 여는 글에서 이렇게 인사말을 남겼다.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라는 우리의 모토를 이제 현실에서 실현해 보고 싶습니다. 근사한 강연으로 그들에게 우주와 자연과 생명과 의식의 경이로움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슬라이드 중심의 과학강연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험하고 학생들이 실제로 참여하는 과학강연들로 말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거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몸이 불편한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과학강연으로 말입니다. 연극이나 공연으로, 낭독회나 모의법정으로 새롭게 과학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10월의 하늘’에서 강연을 들었던 청소년 중에서 한 명이라도 과학자 혹은 공학자가 되어 세상을 좀더 근사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준다면 우리는 항상 ‘10월의 하늘’을 준비할 것입니다.
강연의 제목이 왜 "10월의 하늘"인지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행사 명칭은 탄광촌 소년 호머 히컴이 로켓 과학자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October Sky>에서 가져 왔습니다. 호머 히컴을 꿈꾸게 해준 것이 뉴스에 나온 한 꼭지 기사였듯, 꿈을 갖게 되는 계기는 결코 거창하지만은 않습니다. 무심코 집어 든 책 속에서, 우연히 본 영화 속에서, 학창시절 들었던 어느 강연 속에서, 자신의 영혼과 삶을 뒤흔드는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10월의 하늘“은 과학이 주는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그 만남 속에서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해 꿈 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그 청소년들 중 과학자가 탄생해서, 10년~20년 후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입니다.
☞ 인용 출처 – 10월의 하늘 홈페이지
“10월의 하늘”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은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과학자가 될 꿈을 키울 수 있지만 아직도 이런 좋은 강연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한 번도 강연을 들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이 책으로 맛을 보면 좋겠다. 강연한 내용 그대로를 문자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하다. 그리고 강연에 사용된 사진도 첨부되어 있으므로 영상은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나 교사도 “10월의 하늘”을 이 책으로 먼저 만난 다음,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접 강연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강연 영상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강연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과학자들이다. 물론 그 분야도 다양하다. 10강 전체를 모두 리뷰할 수는 없으니 제목으로만 소개하고 내가 흥미롭게 본 분야 몇 가지를 소개한다.
1강 인공지능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요즘 인공지능과 관련해 미래를 예견하는 말들은 학생들에게 너무 겁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조언해주어야 한다. 정재승박사는 청소년들이 키워야 할 능력은 이런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정말 필요하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고 그것을 만드는 능력.
그러려면 청소년들에게 인간의 본성, 우리 사회의 민낯과 시대정신을 가르쳐야 하며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해내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치전복적 아이디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인간 지성의 본질이므로 그 중요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새롭게 구성하고 이해하는 일, 개인적 경험 안에 인식의 틀을 가두지 않고 데이터에만 매달리지 않는 비판적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2강 사람의 뇌와 뇌를 연결하는 법
제목만으로는 아주 거창한 뇌과학 기술력에 대한 설명을 들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타인의 뇌와 어떻게 연결가능한 지를 보여주지만 마지막에 가면 좀 허무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장동선 박사는 뇌와 뇌를 연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다른 사람의 뇌파와 싱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류가 이런 능력을 갖춘 이유는 함께 행복하기 위한 뇌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어떤 과학기술보다 진심어린 공감의 언어로 뇌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과학자의 논리라 하기엔 감성적으로 보이지만 일견 맞는 것 같다. 적대적 감정을 가진 상대방의 뇌와는 연결 불가할 것이다. 아마도 뇌에서 거부할테니 말이다.
10강 태양계 너머로 떠나는 우주 탐사 이야기
실생활에 별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뭐하러 우주탐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에 대해 이강환 천문학자는 이렇게 답한다.
왜 미국이나 유럽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서 우주 탐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을까요? 물론 나중에는 우주 개발로 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우주 탐사를 당연시하는 것, 이런 나라들이 선진국입니다. 우주 탐사나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은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이걸 단순히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다는 건 아주 후진국적인 인식입니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규모라면 우주 탐사난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은 당연히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주 탐사를 할까요? 이러한 기술은 어디서나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이미 달에 우주선을 보냈는데 우리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10년 넘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우주 탐사를 해야 한다. 우주 기술은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에 전수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의 과학 인재들을 뺏기지 않으려면 과학에 많은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