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요리를 합니다 - 나답게 살기 위한 부엌의 기본
주부와 생활사 지음, 정연주 옮김 / 샘터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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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이름 없는 요리를 합니다>

부제는 나답게 살기 위한 부엌의 기본

그리고, ‘간편하게 먹어도 제대로 내 삶이 드러나는 매일의 식탁

 

!!!

나와 너무나 상관없다!

 

나는, 요리다운 요리를 안 한지 꽤 됐고,

가장 무심하게 관리하는 게 부엌 살림이고,

맛보다는 그저 허기를 잠재우기 위해 차리는 식탁이므로

 내 삶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니 이 책은 표지에 쓰인 텍스트부터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책을 열어 칼라화보같은 사진들을 보는 순간 침이 고였다.

이건 거의 조건반사적이었다.

주방과 음식과 재료와 도구들에 눈이 팽 돌아갔다.

이렇게 자연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나 간단하고 정갈하게,

이렇게 맛나게 음식을 해먹는 사람들이라니!!

 

이 책 <이름없는 요리를 합니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본에서 음식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로 요리 연구가, 스타일리스트, 작은 식당 운영자들이다. 1~7장까지는 그들의 매일 식탁과 음식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고 부록으로 소개하는 3명에게서는 노년의 식탁, 60세에게 필요한 요리 10계명, 반찬 만드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모두 50~60대이고,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후 두 부부가 살면서 매일 만들어나간 자신들의 식탁을 공개했다.

중년이 되면서 심신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정리하고 지금의 자신에게 딱 맞는 식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은 누군가를 위해 밥을 차려왔지만 앞으로는 자신을 위한 식탁을 준비해야 하니까.

 

 

사진으로만 봐도 정갈한 건강식의 느낌이 올 것이다.

플레이팅도 남다르다.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수필가 히라마쓰 요코씨.

제철 재료를 사용하며 레시피 없이 자유로운 요리를 한다는 그녀는,

전자레인지를 없애고 더 단순하면서 의미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요리할 시간이 없을 때를 대비해 밑재료를 미리미리 준비해둔다면서 다양한 것들을 소개했다.

만능 양념, 달걀 소금 절임, 양배추 초절임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레시피보다 자유로운 발상이 요리에서 더 필요한 것이라며 달걀 푼 물에 소면 삶은 것을 넣어 휘이 저으면 끝인,

가마타마 소면을 뚝딱 만든다.

 

!

설마 날달걀 그대로?

레시피에 익힌다는 말이 없는데...

날달걀 못먹는 나로선 놀라운 요리였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다카하시 미도리씨의 아침은 토스트인데 이것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진처럼 포크에 식빵을 끼워 가스레인지 불에 구워먹는다고 했다.

 

...

직화구이?

토스트기계에 넣어 굽는게 아니라,

장작불도 아닌 가스불에 직접 빵을 굽다니...

왠지 빵에서 가스맛 날 것 같다.

 

이 책은 요리법 외에도 부엌 및 싱크대 수납관리법, 요리 도구와 그릇 관리에 대한 내용들도 참고할 만하다.

요리와 먹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에게 이 책은,

그림의 떡이란 말이 적확하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보지만 보는 것까지만~~

 

그런데 쇼진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자매의 요리법을 보면서는 마음이 좀 바뀌었다.

 

쇼진 요리란 고기나 생선을 사용하지 않으며 제철 식재료를 살리는 요리다. 6세기경 중국에서 일본으로 불교와 함께 전해졌으며 수도승을 위한 식사였다. 살생을 피하고 자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불교의 가르침을 나타내는 요리다.

 

비건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채식주의 요리인 것 같다.

콩고기를 이용해 고기의 질감을 살리고 제철 재료를 이용해 사진처럼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이 부분에선 흐르는 침을 닦아야 했다.

 

 

표고버섯과 유부, 달걀볶음, 초대리를 섞은 밥을 창층이 쌓은 라이스 케이크이다.

비주얼에 놀라고 창의력에 또 놀랐다.

그리고! 진정 한 입 먹어보고 싶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일본 가정식 레시피들의 공통점은 달걀의 활용이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꼭 필요하며 완전식품으로 인정받는 달걀을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서 식탁에 올린다.

밑반찬 수준인 것도 있고 우리도 흔히 해먹는 오믈렛도 있다.

 

이 책이 일본 책이라서 재료나 요리법등에 있어 우리와 조금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 활용 가능한 것들이다. 마지막 부록편에 텍스트 위주로 나온 레시피들을 보며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텍스트 버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평소 요리나 플레이팅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만족할 만한 책이다.

나는 그저 침만 흘렸지 실천하지 않을 건 확실하다.

단 쇼진요리에 쬐금 관심이 생기긴 했다.

언제 따라해 볼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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