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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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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저 생리하는데요?>라는 제목을 접한 남성이라면 이 책, 바로
손에 잡을 가능성 얼마나 될까?
'앗, 이건 여자들이 읽을 책이구나~'라며 급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혹여
제목이 특이하니 관심이 갔더라도 세로로 쓰인 부제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를 보는 순간, 아예 마음을 접을 사람이 대부분일 것으로
짐작된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제목이 쓰여있는 책을 당당하게 꺼내 읽을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도 없는 자기 방에서 혼자 읽는다면 몰라도.
그럴 사람은 또 몇 명이나 될까?
남성들이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 못지않게 여성이라고 해서 이 책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선뜻 읽을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에세이 형식이 남의 일기 같아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남의
생리일기까지 뭐하러 읽겠냐는 여성 독자도 많으리라 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모두가 읽어야 한다!
남녀 구분없이!!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여자가 생리하는 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 뜬끔없는 자기 고백
하나~
나도 아마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와 제목만을 보았다면 패쓰했을지 모른다. 서평단으로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하기에 읽었는데,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고맙다...
이 책은 작가 오윤주씨 개인의 생리일기이기도 하고 모든 여성이 폐경전까지 매달
치러야하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생리와 관련된 제반의 상황을 본인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비교하면
뭐하나? 생리통, 생리대에 관한 인터뷰가 실려있어 작가 한 명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의 개별적 케이스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생리대를 예로 들자면
얼마전 떠들썩했던 발암물질 생리대 때문에 그 사건 이전엔 거의 100%에 가까운 여성들이 사용하던 생리대를 거부하고 대안제품을 사용한 사례들이
자세히 나와있다. 면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탐폰, 생리컵까지.
"아니, 이런 여성 전용제품에 관한 구구절절한 얘기들을 남자들이 대체 왜
읽어야 하냐고?" 라고 할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어야만 한다. 세상의 절반인 상대 성이 매달 어떤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알려고 하지 않는게 더 문제겠지만 말이다.
오래전 읽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유사한 아니 더 한국적인 내용을 읽으면 남자들도 고개 끄덕일 것이다. 그 책은 제목에 끌려서 읽었었는데 작가는 남자가 월경을
하게 된다면 세상이 뒤집어질 거라고 했다. 그러면 월경은 터부와 혐오가 아닌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뀔거라며. 이 책의 작가도 마찬가지로 강조한다.
생리를 하는 여성이 드러내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감내해야할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사용해야 하는
발암생리대, 생리전후에 찾아오는 고통스런 생리통, 그 고통을 감추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진통제, 섹스는 남녀 둘이 했는데 임신의 공포는 여자
혼자만 느껴야하는 등등등.
사실 이것뿐이 아니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러가지 사회적 정언들, 그에 편승해
여성용품들을 만드는 기업과 그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주입시키는 미디어들. 이건 거의 총체적으로 여성에게 총구를 겨눈 것과 다름없다. "이래도
우리가 시키는대로 안 할래? 조신하게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살라고!"라고.
☞ 뜬끔없는 자기 고백
둘~~
나는 작가와 비교하자면,
생리통 없는 것과 다름 없을 정도이고 생리전증후군(pms) 도 그렇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학창시절 생리통 때문에 조퇴하거나 양호실에 가서
누워있는 애들을 보면서 '참 별스럽게 구네. 저혼자만 생리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았더랬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사실 2장을 읽을 때까지 마음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알겠다고.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말하려는 거 알겠는데... 설마 계속
이 기조로 가는 거야?'
3장, 4장을 읽으며 완전히 공감했고 나아가 내 잘못을 인정했다. 그래서 같은
여성이면서도 너무나 다른 개인차를 인정은커녕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나같은 사람들은 무조건 이 책을 읽어야 된다!!고 강조한다.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여성에게 읽어야만 한다고 강요할 것이며 아들에게도 읽힐 것이다.
작가가 앞에서 그렇게 구구절절 상세히 쓴 이유는 4장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미괄식 구성인 셈인데 이 책은 이렇게 구성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고통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세상 인구 절반의 인간이 겪는 그것을 모두가
알도록 하기 위해 작가는 총대를 메기로 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하나하나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현재 편안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같이 편안해졌다. '오~~ 이건 거의 성장소설의 구조인데!'라며 감탄했다. 나만이 당해야하는 고통이라며 억울해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타인의(물론 남성) 시선에 맞추려하기보다, 숨기는 것보다 그는 당당히 드러내기를 선택했다. 자신이 먼저 말하고 행동하고 누구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이 생각났다. 그 소설에서
다룬 내용들은 여성이기에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배제와 공포의 상황들이었다면 이 책은 여성이라는 몸을 가졌기에 감내해야 할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작가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호르몬의 변화를 더이상 고통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옥죄는 모든 억압을 벗어내고 그에 따른
혐오의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냄으로써 여자가 아닌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 되었다. 외출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3분의 1로 줄이고 가슴을
옥죄는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환풍이 잘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삼각팬티 대신 트렁크를 입고서!! 이런 행동과 이런 책을 쓰는 그녀야 말로 행동하는
페미니스트인 것이다.
이 책을 <새벽의 방문자들>과 더불어 남성들 필독서로 지정한다!
내 맘대로!!
☞ 뜬끔없는 고백
셋~~~
나도 탈브라를 행동으로
옮긴지 몇 년 됐다. 4년전인가? 안전벨트를 하고 운전을 하는데 너무나 숨쉬기가 힘들어 이러다 심장마비가 오는게 아닐까 했다. 벨트 끈을
느슨하게 당겨보았다.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과식을 했나?생각해봤는데 것도 아녔다. 배를 쓸어보다가 브래지어와이어를 앞쪽으로 늘여보았더니
편해졌다. 신호받는 도중 끈을 풀어버렸더니 살 것 같았다. 그후로 탈브라를 하게 됐고 잘때조차 브래지어를 하고 잤던 시절을 지나오며 살아남은 게
신통하다. 그러나 작가처럼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타인이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싫어서 뛰어야 할 때는 가방 끈을 잡고 앞을 가린 채 뛰고.
지하철에선 물건이든 가방으로든 앞쪽을 가린다.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는 안 할 수도 없다. 작가님의 거침없는 실행력!! 조,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