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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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도발적인 소설 <퍼펙트 마더>,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가 어디 있겠나? 우리나라 엄마들이 모성애라는 신화에 갇혀 완전무결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눌려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 세상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되는 순간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만 하는 의무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퍼펙트 마더>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며 범인을 찾아나가는 스릴러적 요소를 품고 있으나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고 있다.


 

 

<퍼펙트 마더>는 미국 소설가 에이미 몰로이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 출간 이전에 이미 여러 편의 논픽션을 집필했으며 영화 각색 작업도 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퍼펙트 마더>는 영화화 될 예정이고 주연배우로 케리 워싱턴이 내정되었다. 500쪽에 달하는 길이임에도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울 만큼 페이지 터너라서 그러할 것이고, 추리와 반전이 몰입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시작부터 영아 유괴 사건이 벌어지니까.


 

 

뉴욕에 살며 5월에 첫 아이를 출산한 초보맘들의 모임인 “5월맘의 주 멤버는 위니, , 프랜시, 콜레트이다. 그들은 아기를 데리고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거나 출산과 육아의 고충을 나누며 제법 단단한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없이 엄마들끼리만 만나자는 의견이 나왔고 미국 독립 기념일인 74일 저녁, 그들은 술집에서 만남을 가진다. 바로 그날 밤에 위니의 아들 마이더스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소설은 범인을 찾아나서야 한다. 엄마인 위니를 포함, 함께 있었던 나머지 세 명과 마이더스의 베이비시터인 알마까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독자도 이제 그날 밤에 그들의 행동과 그간의 태도, 심리상태를 하나씩 조합하여 범인 색출을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한명 한명의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그들의 사연에서 단순히 용의자로서의 미심쩍은 요소를 확인한다기보다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겪어야할 거의 모든 케이스들을 목도하게 된다.


 

 

그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얼굴 예쁜 하이틴 배우는 스토킹 남성에게 시달려야 하고, 정신과 상담을 해주던 의사에게 속아 임신을 하게 되고, 직장 내 성추행을 당한 여성은 꼼짝없이 전도유망한 상사를 유혹한 나쁜 년이 되어 사회에서 매장되고, 뉴욕 시장의 대필 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을의 신세로 끌려다녀야만 하고, 출산유급휴가도 받지 못한 채 휴가 일수를 다 못채우고 출근했더니 사건에 휘말린 당사자라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게 되고... 결정적으로 이 사례 속 등장인물들은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가 아기를 집에 두고 술 마시러 갔다는 미디어의 비난과 여론의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미디어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어 과거와 사생활이 서서히 까발려지는 것은 기본 옵션이었다.


 

 

미국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들이 아닌가? 그만큼 나라를 떠나 지구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상시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불합리한 조건에서 늘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다. 헌데 그 여성이 엄마가 되는 순간 모성애의 굴레를 씌워 완벽한 어머니상 안에서 꼼짝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인터넷 상용화 이전의 사회에서는 육아 정보를 주로 어른들에게서 취했다. 아니면 집 가까이 비슷한 아기를 가진 또래 엄마들과 교류하거나 육아서를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그만큼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서로 비교할 대상도 적었다. 그러나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혹은 일명 맘카페에서 어마어마한 정보를 접하고 수시로 비교한다. 예전에는 아기의 발육상태 정도의 비교였지만 지금은 그 방대한 정보로 인해 비교할 것이 너무나 많고 도리어 그것 때문에 본인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불안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잠시라도 블로깅을 하지 않으면 초조해 지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를 봤는데 예컨대 이런 식이다. 출산병동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자신의 상황을 포스팅 한 후 하루 이틀만에 바로 아기의 상태, 병원, 조리원, 분유, 기저귀 포함 아기 용품들을 줄줄이 올리는 블로거도 심심찮게 보았다. 거의 스마트폰 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출산 후 몸조리보다 그런 정보들을 찾아 글을 쓰느라 얼마나 폰을 들여다봐야 했을지를 생각해보면 산모의 몸 상태가 걱정스러워지곤 했다. 목도 아프고 눈도 금방 나빠질텐데 하는 생각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잔소리하는 시어머니처럼 비칠 것 같기도 하지만 출산 후 일정시간 동안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푹 쉬는 게 더 낫다는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물론 그렇게 행동하는 개인만의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의 사고와 행동에 제약을 걸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엄마가 되어 마음 편하게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제도와 정책들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자랑?하는데 이것이 여성들의 출산파업이라 불릴 만큼 문제가 심각한데도 그 해결방안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 국가소멸이라는 협박성 조어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을 국가나 정치가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인지를 모르는 남성들이 아기를 낳아봐야 변화가 있을까? 남자가 직접 낳지 않아도 충분히 해내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는 언제쯤 그런 날이 올지... 이 책을 읽으며 스릴러적 재미를 느껴서 좋았던 반면 이런 문제들과 연결된 생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불끈하고 감정이 올라와서 워~~워 해야만 했다.


 

 

 

소설적 재미만 느끼면 됐지 무슨 그렇게까지? 확장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다룬 소재는 내게 그렇게까지!!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 소설을 영화화 할 때 어떤 부분을 더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책이든 영화든 여성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만날 것이다. 다만 이런 소재, 이젠 지겹다고 할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자꾸 접해야 하고 계속 이런 이야기는 만들어져야 한다! 여름 휴가용 도서로 강추한다.



 

**다산북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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