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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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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작가는 미술작품을 가지고 예술 분야는 물론 사회, 문화 전반에 거쳐 광대한 지식을 뽐내고 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부럽다를 넘어 질투가 난다. 서울대 경제학과 석사까지 했는데, 다시 홍익대 예술대학에 들어가 지금 박사과정 중이란다. 그렇다! 그의 학벌을 보고 내 학력 콤플렉스 발동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점, 어라? 아니다! 우와!! 했다. 공부 잘 하고 글도 잘 쓰다니...
내가 꿈만 꿨지 잘 안 되는 바로 그 지점! 한 분야를 다른 분야로 연관지어 글쓰기!! 그러려면 아는 게 많아야지 싶어 책을 많이 읽는데 잘 안 된다. 이것은! 독서만으로는 안 되는 것인가? 유명인의 말이든, 멋진 문구든, 메모를 해두었다가 글 쓸때 인용을 해야 하는데 읽을 당시에는 생각하면서도 따로 적어두지는 않아서 그런 걸까? 어떤 문장을 이어가려할 때 맨 비슷비슷한 단어로, 했던 말 하고 또 하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 내 상태와 비교를 하자니 질투심이 풍풍 솟아오르는 거다.
그러나 그런 마음, 고이 접어, 넣어두었다!
내 학력이 별로라서 그렇기도 하고, 분명 작가보다 치열한 공부를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건 아주 쓸데없는 감정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우며, 기실 말도 안 되는 질투인 것을...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에서 한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해내어 예술작품과 연결한 후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는다. 또, 도슨트처럼 예술작품 설명으로 시작해 자신의 감상이나 단상을 다른 작품이나 사회문제로도 연결시킨다.
예를 들면, 1부의 두 번째 글, “지독한 게으름”을 보자. 일본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의 에세이에서 게으름이라는 키워드를 이끌어내어(아주 사소한 문장에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아냄/물론 사노 요코는 게으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음) 자신의 게으름을 정당화하는데 우아하게도 회화 작품과 짝 지운다. 아래 ‘존 화이트 알렉산더’의 “휴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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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놓고 마지막 문장에는 또 이렇게 쓴다.
"게다가 이왕 일을 하면 그 일로 뭔가 세상에 없는 걸 만들고 싶다는, 내 게으른 성격에 어울리지도 않는 드높은 야심이 순간순간 일어나곤 한다. 그래, 난 맥도 할머니보단... 요코 할머니처럼 죽고 싶어, 그러려면 지금보다 조금은 부지런해져야 하는 걸까?"
처음에 자신은 지독한 게으름쟁이라 해놓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마무리 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은 게으르지 않은 거다. 그렇잖은가? 그렇게 많이 공부하며 다방면으로 활동하는데 어찌 게으를수 있을까.
그러니 저런 이에게 질투심을 가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에세이는 전체 6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의 제목은 게으르게, 불편하게, 엉뚱하게, 자유롭게, 광대하게, 행복하게 로 잡았다.
5부의 일곱 번째 글의 제목은 “경제학 농담으로 푸는 저출산 해법”이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경제학 보고서를 인용하는데 시작은 경제학 자학 농담이다. 어렵게 느껴질 법한 내용을 농담으로 시작한다. 그러고나서 경제학 보고서와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한다. 마지막 부분에 또다른 경제학 농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데, 이 부분이 딱 나도 생각해 본 내용이었다.
작가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낮은 급여를 지적한다. "여성의 돌봄 노동을 ‘사랑의 노동’으로 미화하면서 그 실제적 중요성과 가치는 저평가 되고 있다"고. 우리는 대부분 어머니의 희생으로 이만큼 자기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여성들은 더이상 출산과 육아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회적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출산율이 조금은 올라갈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기대하기에 그들의 급여는 턱없이 낮다.
이런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경제학 농담을 끌어오는 것은 역시 작가의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다. 김정운 작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풍부한 콘텐츠를 자산으로 축적해 두고 있어야 새로운 창조물이 나오며, 그것의 한 축에 예술이 꼭 들어간다고! 이 말에 부합하는 사례가 바로 문소영 작가라 생각된다.
나도 언젠가 작가처럼 글을 쓰고야 말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어본다!
이제부터 작가님은 내 워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