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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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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누워 햇볕을 덮고
식물의 목소리에 가만가만
귀를 기울이면
정원이 내게 말한다.
괜찮다.
괜찮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
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위 문구는 위로가 되는 한편, 정말 괜찮은 건지 의구심이 들게도 한다. 샘터사에서 출간된 책, <안아주는 정원>을 읽어보면 갸웃거렸던 마음에 진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그맣게라도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면 정원 가꾸는 팁을 여러가지 배울 수 있다. 아파트에 산다 하더라도 베란다에 화분 하나 들여놓을 마음을 내게 해 줄 책이다.
저자 오경아씨는 15년 간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영국 애식스대학에서 7년동안 조경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속초에서 '오경아의 정원학교'를 열었다. 원예와 가드닝 지식을 담은 책을 여러 권 펴냈으며, 현재 가드닝 관련 다양한 강좌를 진행중이다.
이 책은 속초 생활을 시작한 2014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모은 것이다. 저자는 정원을 돌보며 자신을 돌보고, 식물의 삶의 태도를 관찰하며 변화한 자신의 삶도 책 속에 담았다고 했다.
과연 이 책은 단순히 정원 가꾸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다양한 식물들의 생장을 보며 우리 인간이 배울 점들이 아주 많아서 어찌보면 힐링에세이 느낌이다. 역시 초록의 식물들은 우리 눈만 건강하게 해주는게 아니라 정신에도 건강함을 주는 존재였다.
나도 아파트에서 벗어나 주택으로 이사온지 1년이 되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정원에 핀 꽃들을 보며 그저 예쁘다는 생각, 아니면 꽃을 배경삼아 sns에 올릴 책사진 찍기만 급급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하고 무식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팁은 이것이다. 떨어진 낙엽을 그냥 둔다고해서 그것이 퇴비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한다. 그것이 오히려 흙을 덮어 숨쉬기 어렵게 하거나 나쁜 미생물이 생기면 나무의 생장에 좋지 않으므로 낙엽을 쓸어내야 한다고. 그것들을 따로 모아 1년정도 숙성시켜야 퇴비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른채 떨어진 잎들을 나무 아래 그대로 두었다. 당장 쓸어내어 모아야겠다. 저자의 정원학교에 가서 정원관리법을 배우고 싶은데 너무나 멀어서 안타깝다. 아쉬운대로 원예 이야기와 가드닝 지식이 담겨 있다는 책, <정원의 발견>을 사보아야겠다.
아파트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p.82
모든 식물은 빛, 영양소, 물이라는 요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이 조건이 갖춰진다면 식물의 생존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요소 중 실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빛이다. 실내는 바깥 환경에 비해 빛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창문으로부터 1.5m 이상 멀어지면 당장 일조량이 열악해지는데 이런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인공조명을 두어 보조적인 광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실내 환경 중 하나는 환기다. 대부분의 식물은 비, 바람을 맞으며 자라기 때문에 막힌 공간에서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면 생존이 힘겨워진다. 실내에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물이 마르지 않게 수분을 공급하고 빛이 잘 들어올 수 있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된 지식 중 하나는 아일랜드 감자대기근에 대해서다. 역사적 내용으로 1800년대 아일랜드에서 몇년간 감자 흉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단순히 감자가 날씨때문에 흉년이 들어서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당시 감자파동의 원인은 날씨보다는 땅속에 사는 기생 미생물 때문이었다고 한다. '워터몰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균과 같은 미생물이 감자를 숙주 삼아 영양분과 수분을 탈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물관련 지식들도 좋았지만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식물의 생애를 보며 우리 인간의 삶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온갖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꿋꿋이 이겨내고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을 보면 자연은 어느 생명체에게도 그저 평온하게 살아갈 환경을 거저 주지는 않는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승리자는 남들보다 얼마나 평안하게, 영광스럽게 살았느냐가 아니라 마침내 잘 견디어 오늘을 여전히, 기어이 살고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아프고, 힘겹고, 죽을 것 같지만 온 힘을 다해 견디고 버티며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외친다.
우리는 잘 살고 있다고!
단순히 정원 관리하는 책인줄만 알았는데 읽어보니 제목처럼 꼭 안아주는 책이었다. 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움직이지 못하고 한 곳에 묶여있는 것 같은 식물을 보며 용기를 얻게 해주는 참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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