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열네살짜리 소녀가 책을 썼다고?

소개를 보니, 일본 출판사에서 개최한 '12세 문학상'에서 3년 연속 대상을 받았는데 초등학교 4,5,6학년때였다고.

와우~ 놀랍고 궁금했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이라는 책으로 만났다. 쉽고 재미있는데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처음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배경이 요즘이 아닌가? 갸우뚱 했는데,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일본의 입시와 사교육 문제도 다룬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 하나미가 주인공이다. 엄마는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밥을 아주 많이 먹으며 초초긍정적이다. 하나미는 엄마가 아빠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 궁금해하는 평범하고 속깊은 딸이다. 하나미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초등학생 입장이라고 해서 마냥 단순하거나 순진무구하기만 한것은 아니다.

 

"먹고 배설하고 그냥 사는 거야. 삶의 보람이니 의무니 과거니 장래니 일이니 돈이니 하는 것과 관계없이 단순하게 살다 죽는 게 좋겠어."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위 두 인용구는 하나미 엄마의 지론이다. 단순하게 버티며 살자는건데, 딸을 위해 궃은 일 마다않고 열일하는 엄마의 자세답다. 어찌보면 우린 너무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계산하며 살고 있는게 아닌가. 슬프고 배고플 땐 먹고, 또 그만큼의 삶을 살아내자는 단순함이라니! 사실 여자 혼자 아이 키우며 살며 어떻게 부침이 없을까. 그래도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딸도 그 영향을 받아 긍정적이고 밝다.

엄마는 티백 하나로 홍차를 석 잔이나 마셨는데, 석 잔째에는 당연히 색이 우러나오지 않아 숟가락으로 티백을 꽉꽉 누르다가 찢어져서 속이 나와버리는 비극이 벌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찻잎이 점핑한 셈이다. 케이크 덕분에 평소처럼 검소한 저녁을 먹었는데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싸구려 홍차 티백을 여러번 우려내 마셔도 만족하며 먹고, 마트에선 항상 반값 할인하는 음식만 사서 먹어도 푸짐하고 배부르다 하고, 매년 늦가을엔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주워와 먹어도 중독되지 않는다며 좋아한다. 가난해서 불편한 것을 불평하지 않고 살아가는 두 모녀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런 생각이 오히려 그들은 언짢아 할지도 모르겠다. 가난이 부끄러운 게 아니며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두 모녀를 격려해 주고픈 맘이다. 하나미를 만난다면 꼭 한 번 안아주고 싶다.

 

독자가 이런 생각을 할만큼 주인공에게 감정이입 되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솜씨일 것이다. 어리다고 작가가 될 수 없는 게 아니며 천재라는 말에 절로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이 소녀, 그야말로 앞날이 창창한 작가의 작품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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