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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ㅣ 아우름 35
황경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샘터사의 아우름 시리즈 35호는 황경택 작가의 책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이다. 작가의 소개를 보니 범상치가 않다.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만화가가 되었고, 15년째 어린이를 위한 생태 놀이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숲에 나가 그것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림은 주로 생태 만화만 그린다는데 이 책처럼 줄글로 된 책도 있다.(물론 이 책에 식물,곤충의 세밀화도 있다) 작가소개부터 일단 부럽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미있게 사는 것 같다. 예상대로 책 속에 그의 생활철학이 나온다.
p.199~200
저는 이제껏 억지로 일한 적은 없는거 같아요. 하기 싫어하는 일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꽤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어쩔수 없이 수락한 일이더라도 '괜히 수락했네'라고 생각하지 않고 ' 어차피 하기로 했으니 즐겁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되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하는 일을 바로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해서 잘하면 됩니다. 세상은 살다 보면 여러가지 변수도 생기고 또 어떻게든 살아지니까요.
위 문구 하나만으로도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감이 온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일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전체가 편안하게 술술 잘 읽힌다. 작가가 하는 말이 특별하진 않은데(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봄직해서) 그렇다고 진부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문체에 따뜻함과 편안함이 깔려있어서 그런것 같다. 이 책에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잘못된 정보들을 교정해주는 내용들이 제법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남북의 방향을 알 수있다."
☞ 나무는 햇빛이 잘 비치는 남쪽이 북쪽보다 많이 자라므로 남쪽 나이테의 폭이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빽빽한 나무 틈속에서 자란 나무가 나이테가 방향을 나타낸다고 할 수없다. 넓은 광장에 혼자 자란 나무라면 모를까. 굳이 나이테로 방향을 알아보려면 나무를 잘라 밑동을 확인하면 되는데 길잃은 사람이 톱으로 나무를 잘라 방향을 찾는다는 설정자체가 억지다.
"다람쥐가 여기저기에 숨겨둔 도토리의 위치를 까먹어서 꺼내먹지 못한 도토리가 싹을 틔워 상수리나무(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나무)로 자란다."
☞ 우리나라에서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중 종류가 가장 많은 것은 상수리나무가 아니라 신갈나무이며, 도토리 두 세알을 수십군데에 심어두는 것은 다람쥐가 아니라 청설모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므로 중간에 깨서 먹으려면 가까이에 많은 양을 감춰두었다가 대부분 꺼내 먹는다.
이 책은 숲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 동물, 곤충의 생태를 알려주는 정보책이기도 하고, 숲(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방법서도 된다. 그러나 가장 의미있는 것은 자연생태를 우리의 삶에 견주어 어떤 삶이 좋은 삶일지 나긋나긋한 충고에 귀기울이게 해준다. '충고'라는 단어로 표현했지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충고가 가지고 있는 기분 나쁜 면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게 작가 문체의 매력이다. 오랜만에 읽으면서 마음 편안해지는 책을 만났다. 푸근한 동네 아저씨?와 이야기 나누며 솔방솔방 산책하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와 숲에서 수업받는 아이들은 참 좋은 기운을 받을거라 짐작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너무 경쟁적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되, 이루어지지 않아도 절망하지 말고, 묵묵히 자신의 향기를 풍기며 살아가자!"
고 말한다.
숲에서 살면 저리 될까?
관찰을 잘 하면 가능한걸까?
나도 집근처 동산에 한 번 올라봐야겠다.
내 안에 있는 숲을 찾으러~~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