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 (반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64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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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작가의 첫소설 <합★체>
2010년에 사계절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나도 2011년 즈음에 읽었다.
차~~암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를 기리기 위한 이벤트에 참가하려고 다시 읽게 될 줄은 몰랐다.
보통 '내 인생의 책' 정도나 되면 여러 번 읽지, 읽은 소설을 다시 읽게 되지는 않는다.
출간된 그의 책 6권 중에서 읽지 않은 책 3권을 먼저 읽고 독후감을 썼고 <합★체> 부터 나머지 3권은 읽은 책인데 독후감을 쓰기 위해 다시 읽게 되는 셈이다.

제목 <합★체>는 주인공 쌍둥이 형제의 이름이다. 오합과 오체. 학교에서는 늘 '합체'로 불리며 세트로 취급받는다. 둘이 합체하면 농구할 수 있겠다는둥의 놀림은 일상이고, 아버지가 난쟁이이다보니 조세희의 소설 일명 '난쏘공'이라는 말을 들으며 굴욕감을 느낀다.

몇 년만에 다시 읽어도 역시 재미있었다. 세부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읽으면서 점점 기억이 되살아났고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생김새는 거의 같아도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합과 체는 자칭 계도사라는 할아버지의 코치를 받아 33일간 수련을 하러 계룡산으로 떠나게 된다. 키를 키우기 위해!!

과연 계룡산 동굴속에서 33일간 정진을 하면 키가 커질까?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려 했다는 곰과 호랑이 이야기도 아니고! 21세기에 이 무슨 황당한 짓인가? 하지만 둘은 실행에 옮긴다. 오죽 절실했으면 그랬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나 키가 크고 싶은 주인공들에게 준 작가의 솔루션 좀 보소!! 넘나 올드해 보이지 않냐 말이다. 읽는 이들도 기가 꺽 찼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짓을 시켜서 어떻게 끝을 보려는가?
반신반의, 아니 거의 믿지 않으면서도 동생을 따라가서 훈련까지 한 합의 심정처럼 독자들도 비슷했으리라.
'또 모르지, 진짜 키가 커지는 거 아닐까?'
'아마 로또처럼 뭔가 믿을수 없는 일이 떡 벌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그들이 24일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일이 발생했고, 엄마한테 디지게 욕만 얻어 먹었고, 키 변화는 없었으며, 개학후 학교의 일상은 늘 그렇듯 똑같았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 성장소설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청소년들만 읽어야 할까?
아니다.
성장은 청소년만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이다.
나이가 먹었다고 어른이라고 어디 다 컸다고 할 수 있나?  이 나이 먹도록 여전히 덜 자란 것 같고 스스로 낯부끄러울 일이 자꾸자꾸 생길 때면, '참 나잇값 못한다.'싶을 때가 있는걸.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열등감은 가지고 산다. 단지 청소년 시기에 외모때문에 생기는 열등감은 전우주적 일로 느껴져서 힘든 것이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인생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만 같기도 하다. 어른은 신경써야 할 다른 것들이 너무 많아 시선이 좀 분산되어 그것 하나 때문에 죽을 것 같지는 않다는 차이가 있을뿐. 합,체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예전에는 깊이 와닿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 읽으면서는 이 문장이 양각문양처럼 쑤욱 솟아 올랐다.

 

 "쇠공이나 유리공 같은 건 아무리 강하고 예뻐도 절대 좋은 공이 될 수는 없는 거지. 걔네들은 쏘기도 어렵지만 일단 쏴도 다시 튀어 오르지 않고 땅에 박히거나 깨져버리니까. 벽에 부딪혀도 거기서 더 힘을 얻어 다시 힘차게 튀어 오를 수 있는 힘이 탄력도, 이게 좋은 공이 가져야 할 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거란다."

 

부딪혀도 더 힘차게 튀어오를 수 있는 힘, "탄력도"
외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빠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그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합체는 흘려들었다. 나도 대충 읽었던가보다.

우리는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하나 모자란 그것이 세상 제일 크게 보여 죽을 것 같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좌절하여 쓰러지고, 넘어지면 일어서기 힘들어 하기도 한다. 합과 체가 계룡산에서 키운 것은 바로 이 '탄력도'가 아니었을까. 사기꾼인지 치매환자인지 알쏭달쏭한 할아버지 때문에 자발적 고립을 택하여 보냈던 그 수련의 시간들이, 그들을 옹골차지만 탄력있는 공으로 만들어 준것이리라. 실패한 줄 알고 실망하고 돌아왔지만 그들에게는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누구나에게나 있는 열등감!
너무 크게 키우지 마라고 한다.
그래서 거기 빠져 허우적대지 마라고 한다.
작가는!!
그것을 잘 컨트롤하면 말랑말랑하면서도 딴딴한 자신만의 내공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열등감을 탱탱한 공으로 만드는 근력운동이 필요함을~~
그렇다!!
작가는 우리에게 마음근력운동을 권유하고 있다. 엉뚱하고 꼰대같은 대사를 남발하던 계도사의 입을 빌려서~~ 혹 계도사가 작가의 분신은 아닐까? 어린 나이에 쓴 첫 작품을 오늘 다시 읽고보니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도 어린 것은 아님을... 이제 더이상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아쉬움에 급센치해졌다. 왠지 쓸쓸한 가을이다.

앗, 유쾌 상쾌한 책에 맞게 발랄한 독후감을 쓰려고 했는데 끝이 어두워진 느낌이다...
그 계획은 실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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