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여겼던 외할머니의 급작스런 죽음은 충격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명제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내 옆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가까운 이의 죽음은 견뎌내기 어려운 일이다. 엄마보다도 더
살뜰하게 돌봐주시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학교 가기 싫고 살기도 싫다며 울고불고 했다. 엄마가 훨씬 힘들었을텐데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투정을
부려댔었다. 안정적인 심리상태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디 블룸의 소설 <호랑이의 눈>의
주인공 데이비도 총기사건으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 현장까지 목격하게 되어 큰 충격에 빠진다. 이 소설은 총격으로 아빠를 잃은 16살 데이비가
상실의 아픔을 담담히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소설은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뭔가 더 극적인 일이
벌어지기에는 첫 사건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춘기 소녀의 일상이란 것이 친구가 제일 중요하고, 자기들만의 비밀스런 일들로 키득거리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부모와 마찰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상들이 소소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그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읽으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시작 이후부터의 내용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여느 청소년 소설처럼 성장도 들어있지만 그 나이대에 견뎌내기 힘든 상실의 고통을 스스로의 힘으로
통과해 냄으로서 한 뼘 더 성숙해진 데이비의 모습을 지켜보게 한다. 그럼으로써 청소년 독자도 주인공과 함께 통과의례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안도감을
가지도록 해준다.
데이비네는 살림집이 붙어있는 가게에서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와 남동생 세식구는 그 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힘겨워지게 된다. 아빠의 누나인 고모와 고모부가 사는 곳으로 잠시 쉬러가게 되는데 그것이 예상보다 길어진다. 데이비는 그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그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