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켄 윌버의 다양한 지식 체계를 영성과 '공'의 지식 아래 통합하고 정연하게 정비하여 그의 사상을 정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그의 사유 체계를 대담이라는 형식으로 보다 독자의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려 한 점도 큰 장점이다.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의학과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아 동서양 사상에 선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수행법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수행자이기도 한 그는 통합 이론과 수행법을 연구하는 가장 유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선불교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밝은 빛을 경험한 철학자이자 리주의자라고 한다면 그의 면목을 일부분이나마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일단, 특정 종교나 가르침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모든 사상과 종교를 아우르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성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해 나가고 있어서, 종교적 편향에 따른 거부감이 없는 것이 좋은 점이기도 하다. 그가 주장하는 사분면이라든지 각종 분류체계를 접하면 그가 얼마나 이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통합하여 설명하고자 노력하는지 느껴진다.


켄 윌버는 먼저 ‘온우주kosmos’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이는 피타고라스 학파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물질권,생물권,정신권,신성의 영역을 모두 포괄하는 전체우주’를 뜻한다. 이 책 제목인 ‘모든 것의 역사’란 바로 이 ‘온우주’의 역사를 말한다. 윌버에 따르면, 온우주는 ‘홀론holon’으로 구성되어 있다. ‘홀론’이란, 헝가리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아서 쾨슬러가 ‘그 자체가 전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전체의 부분인 어떤 존재’를 지칭하기 위하여 만든 용어로, 윌버는 모든 것들이 각기 하나의 전체이기만 하거나 부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체이자 부분, 즉 ‘홀론’이라고 말한다.


켄 윌버는 온우주가 ‘물질matter→생명life→마음mind→혼soul→영spirit’의 단계로 진화한다고 이야기한다. 각 단계는 필연적으로 그 자체에 본래 내재된 한계에 봉착하고, 이는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동인이 된다. 즉 홀론으로서 각 단계는 하나의 전체인 자신을 초월하지만 하나의 부분으로서 다음 단계에 포함되고, 동시에 이전 단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속성을 추가한다. 그렇게 홀론의 정체성은 온우주의 더욱더 많은 것을 포함하기 위하여 확장된다. 결국 진화란 자기초월을 통해 정체성이 확장되는 과정이며, 최상위 단계인 ‘영’은 모든 것을 초월하고 모든 것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이 세계를 전적으로 넘어서지만, 그러면서도 이 세계 내의 모든 개개의 홀론을 남김없이 포섭한다. 모든 것 너머에서 모든 것을 포함하므로, 이때 각 객체의 의식은 무한성, 즉 전체성으로의 온우주의식을 접하게 된다. 무한하고 전체적인 온우주의식이란 ‘현현하는 모든 것들의 근본적인 바탕’에 다름 아니다. 모든 것들이 그려질 수 있는 흰 도화지, 불교의 개념으로 말하면 ‘공空’인 것이다. 이는 온우주가 진화를 통해 도달하게 되는 최종 목적지이자, 동시에 처음부터 모든 단계에 바탕으로서 내포되어 있는 온우주의 참된 본성이다.


그가 특정한 사상이나 종교, 수행법이 아닌 전체를 통합하는 사상과 수행법을 제시하지만, 근본적으로 그의 수행법은 선불교의 그것에 기반하고 있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영성의 발달 단계를 거쳐서 결국은 '공'의 밝음에 이르는 도정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을 다양한 사상 체계를 섭렵하여 정리하고 분류하여 우리에게 제시해 주는 저서라고 생각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가르침에서 볼 수 없었던 세세한 중간 부분의 진행과 궁금했던 내용들 중 많은 부분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이 또한 책 읽는 즐거움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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