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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 -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
페마 초드론 지음, 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8월
평점 :
이 책은 죽음의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책이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모든 두려움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두려움,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는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의 바르도(bardo)를 주제로 삶의 흐름을 대하는 지혜를 독자들과 나누고 있는데, 무엇보다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함께 배워보고, 삶의 태도로 죽음을 바꿀 수 있다는 당부를 합니다. 죽음은 삶의 끝에서 일어나는 어떤 특정한 사건이 아니고,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끝남은 매 순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 번의 호흡에도, 오늘 하루에도, 우리가 맺고 살아가는 인간관계도 모두 끝이 있고, 언젠가는 우리의 삶도 끝이 나는 것이죠. 하지만, 끝남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습니다.
저자는 영성 베스트셀러 작가, 금강승 수행을 완성한 최초의 미국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사랑받는 티베트불교 비구니인데, 1936년 뉴욕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UCLA에서 영문학과 초등교육학을 공부한 그녀는 교사와 주부로 살다 이혼을 겪으면서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고 하네요. 세계에 티베트불교를 알린 초걈 트룽파(Chogyam Trungpa)의 메시지는 그녀의 방황을 끝내는 계기가 됐고, 그녀는 그의 수제자가 됐습니다. 출가 후 금강승 수행을 완성한 최초의 미국인으로, 티베트불교의 대표적인 비구니로 주목받았는데, 불교와 명상의 지혜를 편안하고 현실감 있게 전하는 ‘마음 전문가’로 명성이 높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정신적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저자는 죽음은 삶의 매 순간에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죽음과 태어남이라는 끝없이 이어지는 경이로운 흐름 속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경험의 끝은 다른 경험의 시작이며, 이 경험이 마지막에 이르면 곧 또 따른 경험이 새롭게 시작되는데, 그것은 마치 강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죽음 뒤에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 시커먼 구덩이 속에 떠밀려가듯이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이 우리가 죽는 방식을 결정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바르도의 가르침이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인데, 바로 지금 무너져 내리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우리가 죽을 때 무너져 내리는 일들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 미리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은, 심지어 생각까지도, 우리 마음에 일정한 자국을 남기는데, 우리가 어떤 한 가지 행동을 하면 다음에 그것을 다시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정 상황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 닥쳤을 때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것이 우리의 경향성이 만들어지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신이 지닌 경향성 때문에 이번 생에서 곤란을 당한 경험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나에게 이롭지 않은 사고 패턴과 자기 파괴적 감정 습관이 계속해서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데, 우리가 가진 경향성은 내면에서 우리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외면적으로도 힘겨운 상황으로 표출됩니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일어난 감정 자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정은 우리가 그에 맞서 싸우기 전, 그리고 우리의 사고 과정이 개입하기 전의 원재료로서 감각 또는 일종의 에너지 형태에 지나지 않기에, 그 자체로 감정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데, 공격성이 지닌 파괴적인 측면은 공격성이라는 감각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감각을 거부하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반응으로 우리가 취하는 행동에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죽을 때도 그대로 가져가는데, 우리는 이것을 죽음에 이를 때까지 미룰 수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너무 늦는데, 지금이 적기이고,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합니다. 바르도의 가르침에서 가장 강조하는 핵심 중 하나는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지닌 힘인데, 바르도에 있을 때 우리의 의식은 평소보다 매우 예리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 한 번만으로 고통스럽고 두려운 경험이 지닌 힘을 무력화시키고 지금보다 즐거운 장소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도 진실인데, 한 차례의 부정적인 생각만으로 당신은 별안간 괴로움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바르도에서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삶과 죽음에서 우리가 할 일은 우리에게 언제나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각 없는 상태에 빠져 끝없이 반복하는 윤회 세상을 계속해서 돌 수도 있고, 자각 없는 상태에서 깨어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가 곧 우리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무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번뇌를 다루는 법을, 우리 마음의 하늘 같은 성질을 알아보는 법을, 우리 자신을 삶의 경험에 더 넓게 여는 법을 배운다면 사는 법뿐만 아니라 죽는 법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자아가 소멸되는 가장 두려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삶과 죽음에서 우리가 할 일은 우리에게 언제나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자각 없는 상태에 빠져 끝없이 반복하는 윤회를 계속할 수도 있고, 자각 없는 상태에서 깨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에게 달려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닥쳐올 죽음에 대해서 숙고할 기회를 가져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