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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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인터넷과 유튜브,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렸음에도,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뭔가 나의 스토리나 생각을 남겨두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지는 듯 해요. 특히 중장년에 이른 분들은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계획하는 일로 자기에 대한 글쓰기, 즉 ‘자전적 에세이’를 쓰려고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자기 서사의 가치가 드러나는데, 자전적 에세이 글쓰기는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마침내 자기에 대한 긍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네요. 이 책은 평생 글을 쓰고 45년간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해왔으며, 16년간 아픈 아들을 간병하며 힘든 시간을 통과한 저자가 ‘자전적 에세이’ 쓰기의 의의부터 창작의 전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전적 에세이를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글쓰기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의 단서와 풍부한 일화, 구체적 조언과 지침이 망라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자기표현이 필수인 시대에 중요한 소양이고, 자기소개서나 소셜미디어 글쓰기에서조차 기초적인 글쓰기 소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글을 쓰고 싶은 내밀한 소망을 품고 있지만,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요. 글쓰기는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저자 낸시 애러니는 자기 삶에 대한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잘 쓰기보다 고유의 목소리와 리듬과 언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강조하고 그것을 찾도록 안내합니다. 자기 삶을 재현하는 에세이는 소설이나 시처럼 잘 짜인 구성이나 세련된 형식보다 삶을 얼마나 정직하게 대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동안 소설 및 실용문 글쓰기 책이 상당수 출간된 데 비해 자전적 에세이 글쓰기 책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은 에세이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도가 되어줄 것 같네요.


저자에겐 글쓰기가 치유의 행위였다고 말합니다. 그의 아들 댄은 생후 9개월에 당뇨병을, 스물두 살에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는데, 아들이 서른여덟 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저자는 남편과 함께 16년간 댄을 돌보는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찾을 수 없었다네요. 그래서, 저자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쓰기로 합니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아픈 아이의 엄마라는 정체성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고, 그의 아들 역시 아픈 아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글로 옮김으로써 저자는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나에 대한 물음, 나를 형성한 삶의 요소,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사람들은 당면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스스로 발견하곤 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저자는 자전적 에세이 쓰기에 접근하는 관점, 구체적인 방법론, 사례, 길잡이를 만들 수 있었고,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본인이 직접 쓴 글을 자전적 에세이의 예화로 제시하며,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글쓰기를 통한 치유, 글쓰기가 주는 해방감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목소리로 진실을 쓰고 싶다면 당신이 느끼는 감정의 진실을 쓰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글쓰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글쓰기는 나의 진실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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